2018.09 > 돋보기 > 진짜 난민? 가짜 난민? 누가 난민인가

돋보기 [2018.09] 진짜 난민? 가짜 난민? 누가 난민인가

일러스트 이선희

 

돋보기 일러스트

 

오랜 굶주림으로 볼록 나온 배, 그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앙상한 팔과 다리. 우리가 ‘난민’이라고 알고 있는 바로 그 이미지다. 1980년대 중반, 에티오피아에 대기근이 발생하고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자 전 세계가 구호 운동을 시작했던 그때가 30년 전의 일이다. 그럼에도 워낙 충격적인 모습 때문이었는지 많은 이가 난민은 곧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해 있거나 아주 가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콩고의 한 부족 왕자 출신으로 현재 한국의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욤비 교수의 일화는 그런 면에서 시사적이다. 그는 “난민이라 콩고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을 때 콜라라도 사서 마시라며 1,000원을 준 사람을 만났던 일을 회상한다.1) 사실 이런 인식이 무리도 아니다. 얼마 전까지 국어사전에서 ‘난민’을 찾으면 ‘가난해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으로 되어 있었다. 그 문항이 2번의 뜻으로 내려가고 1번에 ‘전쟁이나 재난 따위를 당하여 곤경에 빠진 백성’이 등록된 것도 근래의 일이다.

최근 제주에 입국한 난민들이 깨끗한 옷과 신발을 갖추고 좋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짜 난민’으로 몰리고 있다. 전쟁 지역에서 목숨이 위험했다는 사람들에게 그런 차림이 가능하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때 군사정권에서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야당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난민이었다. 앞서 예로 든 욤비 교수도 왕자라는 신분이었으나 살해 위협에 시달렸기 때문에 난민이 된 것과 마찬가지다.

나치는 1940년대 독일 사회의 문제를 유대인과 장애인,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게 돌렸다. 난민들은 치안을 위험하게 하는 테러리스트이며 예비 범죄자라고. 지금 우리 경제도 어려운데 난민을 도울 여력이 어디 있느냐고 우리는 ‘가짜 난민’을 도울 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자의 98.9%는 내국인이며2)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다. 대체 이 난민을 향한 진위 판별과 혐오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1) <난민 현실 말했더니 돌아온 건 협박> [인터뷰] 광주대학교 욤비 교수가 전하는 한국사회 명과 암. 뉴스앤조이 2017.04.18.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10419
2) 2017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 분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