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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기 [2018.09] 아시아 평화를 향한 이주

글 김영아 대표, 조주연 사무국장

 

2012년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후에 지금까지 난민이 이렇게 주목을 받은 적이 또 있을까? 사람들이 난민의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않고 있었을 때 난민들을 위해 현장에서 뛰었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이 난민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비영리민간단체 ‘아시아 평화를 향한 이주’에서 활동하는 두 활동가를 만났다.

 

김영아 조주연

 

인권 반갑습니다. 먼저 두 분이 활동 중인 ‘아시아 평화를 향한 연대’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제 활동을 시작하고, 어떤 활동이 있었나요?

조주연 처음은 ‘난민공동체 지적문화자산 보전 및 육성(faBricks Project)’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천으로 만든 조각보처럼 서로 다른 문화와 인종,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정체성과 세계를 잃지 않고 모인다는 뜻이고요. 2015년에 아시아 평화를 향한 이주(Migration to Asia Peace)로 이름을 바꾸고 비자발적 이주 문제에 대해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영아 저랑 조주연 사무국장은 2013년 난민인권센터에서 인턴 동기로 만났어요. 그때 난민법이 제정되었기 때문에 ‘포스트 난민법’ 활동가 세대라고도 하는데요. 방글라데시 소수민족 중 줌머족이 있어요. 그분들은 1990년대 난민 신청을 해서 우리나라에 작은 지역 공동체를 이루고 생활 중인데 그분들과 함께 사진전과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시민과 난민의 만남 행사도 진행했고요. 그 외에도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난민들에게 의료 지원 연계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 비자발적 이주와 난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김영아 비자발적 이주가 난민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죠. 난민처럼 원치 않는 상황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 국경을 넘지 않더라도 내전 등으로 고향을 떠나는 사람도 포함하니까요. 여기에는 우리나라 실향민을 비롯해 인신매매 피해자, 수몰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도 해당됩니다. 난민도 비자발적 이주민이죠.

 

활동사진

 

인권 최근 예멘 난민 입국으로 관련 이슈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활동하면서 예멘 난민 입국 전과 후의 상황에 다른 점이 있나요?

조주연 정말 많은 게 변했어요. 예전엔 난민 당사자 보호를 위해서 얼굴이나 실명을 노출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둔 적도 있었거든요. 이야기를 대신 전하거나 재연하는 일도 많았는데 이젠 아니에요. 최근 이집트 출신 난민이 난민 인정 거부에 관한 시위를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60대 초반 남성이 “난민이에요? 예멘에서 왔어요?” 묻더라고요. 전에는 전쟁 난민만 난민으로 알던 분이 많았거든요. 이젠 다양한 상황의 난민이 있다는 걸 아세요.

김영아 일단 이번 일로 인해 든 생각은 “모든 국민이 난민에 대해 알아 반가워요”입니다(웃음). 좋은 점을 보자면 그간 안일했던 정부의 난민 정책이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겠죠. 하지만 이렇게 이슈가 되면서 편견도 급속도로 늘었어요. 가짜 뉴스가 퍼지면서 난민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고 우리의 복지나 일자리를 뺏는 사람이 된 거죠. 현재 체류 중인 난민들과 동행할 때도 그렇고, 이야기를 들어봐도 도서관이나 정거장 같은 공공장소에서 직접적으로 적대적인 언행을 보이는 사람이 늘어났어요. “한국이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얘기해요. 그리고 난민 개인의 SNS를 찾아 ‘내가 널 찾아내 칼로 ??하겠어’ 같은 글을 남기고 있어요.

 

인권 현장에서 만나는 난민들은 어떤 이유로 대한민국을 선택했다고 하나요?

김영아 외신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아시아에서 인권이 가장 발전한 나라라고 얘기를 들어서 오게 되었다는 사람이 많아요.

조주연 네. 그런 얘기를 많이 해요. 난민법도 있다고 하고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와요. 민주주의와 인권 이미지를 가지고 입국한 사람들은 많이 놀라고 실망하죠. 또 난민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 기준으로 위급한 상황에서 급하게 준비를 하는 경우, 가지고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항공권이 대한민국이었던 사람도 많고요.

 

인권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난민을 가장한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이야기합니다.

김영아 안 그래도 제가 그 질문을 난민에게 직접 했어요. 웃더라고요.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5년이 걸리는데 테러리스트가 그 시간을 기다리겠냐”고 했어요. 한번은 체격이 아주 건장한 아프리카계 남성과 함께 지하철을 탄 적이 있어요. 그때 술 취한 백인 외국인들이 지하철 안에서 난동을 피우길래 제가 뭐라고 했거든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제발 나서지 마” 하면서 말리더라고요. 싸움에 휘말리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인권 '잠재적 범죄자’라고도 하고요. 유럽에서는 난민 때문에 범죄율이 높아졌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성 인권이 낮은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점도 걱정하고요.

조주연 저희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독일이고요. 그래서 자료를 찾아봤는데, 난민 수용이 늘었던 2017년이 최근 30년간 범죄율이 가장 낮았어요. 가족 단위로 온 난민도 많은데 저는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그 가족의 여자 아이는 자기의 아빠와 오빠가 성범죄자 취급을 받는 걸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를 생각하게 돼요.

김영아 이슬람 문화권 가정은 여성의 발언권이 낮은, 억압 구조라서 안 된다고 하는데 그건 이슬람 문화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부장제의 문제죠. 바꿔서 생각하면요.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인 여성, 난민이나 이주·관광객 여성은 안전할까요? 중동 국가에서 온 20대 초반 여성에게 최근 난민 이슈 때문에 불안하지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아뇨. 원래 불안했어요” 하더라고요. 머리에 쓴 스카프를 잡아당기고 “너 처녀야? 나랑 연애하지 않을래?” 물어보는 사람을 매일 마주친대요. 청년부터 할아버지까지요. 그래서 너무 불안해 품속에 작은 칼을 가지고 다녀요. 실제 위험한 상황에서 쓸 수도 없는 은장도 같은 작은 칼이지만 그게 위안이 되니까요.

 

인권 우리나라에 도착한 난민들은 난민신청을 하고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어떤 점을 어려워하나요?

김영아 크게 절차상의 이유와 행정상의 이유가 있어요. 처음에는 난민신청서에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다는 걸 글로 써내야 해요. 그중엔 글을 모르는 사람있고, 문장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있어서 자기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요. 그리고 그 사실을 입증할 증거나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외국에 나와 있으니 그것도 쉽지 않고요. 또한 심사 절차와 이의신청 과정에서 변호사 도움이 필요한데 그때의 비용 문제도 있죠. 행정상의 문제로는 난민신청을 하고 나면 임시 체류 허가가 나오는데 3~6개월마다 한 번씩 갱신 해야 하거든요. 그것도 많이 힘들죠.

조주연 어떤 절차와 서류가 필요한지 안내도 잘 되지 않아요. 진행 과정을 우편과 전화로 난민에게 연락을 하는데 그때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재신청을 해야 해요. 하지만 재신청을 하는 순간 ‘남용자’가 되어서 심사에 불이익을 받게 되거든요.

김영아 우편은 난민이 현재 지내고 있는 거소지로 전달이 되는데 난민이 지낼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지인의 집에 머물다가 다른 임시 쉼터로 옮기게 되면 또 거소지가 바뀌었다고 신고를 해야 하거든요. 거소지 변경 신고를 하려면 친구 집의 경우, 거주지 제공 사실 확인서와 집주인인 친구의 신분증, 그 집을 계약했다는 계약서 같은 서류가 필요해요. 공장 기숙사라면 사업자 등록증 등의 서류가 있어야 하고요. 이런 서류 제출이 하루만 늦어도 불법 체류가 되고 다시 심사에 악영향을 주죠.
정도인데 신청 후 인도적 체류자 신분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의료 문제로 많이 힘들어해요. 특히 가족 단위 난민이요. 제가 올해만 3세 미만 아이 세 명이 하늘나라로 가는 걸 봐야 했어요. 지역 가입자 자격도 안 되니까 의료비 지출이 높아요. 임산부에게 필요한 산전 검사를 받을 수 없으니 영아 건강도 위험하고, 초기에 병원에 갔으면 쉽게 치료했을 병을 키우다가 결국 대학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일이 자주 있어요. 그러면 의료비 지출이 더 많아지죠.

 

인권 난민 지위가 인정되면 받는 혜택이 있나요?

김영아 없습니다. 난민으로 인정되면 법적으로는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대신 똑같이 세금을 내고, 보험료를 납부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다른 외국인과 똑같아요. 내국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투표권이 없다는 것뿐이에요. 별도의 혜택은 없습니다.

 

사진전

[사진1] 2017 세계난민의날 기념 사진전 ‘국경 아이들의 노래’

 

AAPP 

[사진2] 2017 평화여행팀이 방문한 태국의 AAPP(Assistance Association for Political Prisoners)

 

행진 

[사진3] 2018 세계난민의 날 기념 행진

 

인권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평화를 향한 이주’의 목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영아 크게 절차상의 이유와 행정상의 이유가 있어요. 처음에는 난민신청서에 본국에서 박해를 받았다는 걸 글로 써내야 해요. 그중엔 글을 모르는 사람있고, 문장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있어서 자기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요. 그리고 그 사실을 입증할 증거나 자료를 준비해야 하는데 외국에 나와 있으니 그것도 쉽지 않고요. 또한 심사 절차와 이의신청 과정에서 변호사 도움이 필요한데 그때의 비용 문제도 있죠. 행정상의 문제로는 난민신청을 하고 나면 임시 체류 허가가 나오는데 3~6개월마다 한 번씩 갱신 해야 하거든요. 그것도 많이 힘들죠.

조주연 저희 단체 약칭이 MAP입니다. M, A, P 중 M사업이 있어요. 여기서 M은 이주(Migration)로 일방적인 통합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 수 있는 사회통합사업을 말하는데요. 이 중에서 건강권에 주목하고 있어요. 사람이 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생존권의 문제인데 이 점이 이슈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밖에도 MAP 중 P, 평화(Peace)는 한국 국적의 청소년과 난민 아동도 함께 하는 평화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걸 M사업과 연결해 살고 싶은 공동체를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활동할게요!

김영아 난민들이 현재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이 많아요.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고, 세금도 열심히 내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국가 경제지표와 난민 정착인구 증가율을 경제적으로 연구한 자료가 있어요. 경제에 도움이 되었다는 결론인데 우리도 객관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난민의 사회 기여도를 증명할 수 있는 통계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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