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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담긴 풍경 [2018.11] 특수교육의 새로 고침이 필요한 시간

글 조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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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설명회에서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가운데 특수학교 설립을 요구하며 무릎을 꿇은 어머니 사진이 화제가 됐다. 강서구에는 이미 특수학교 한곳이 있고, 특수학교를 추가로 건립하는 것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반대하는 주민들 모습에서 여전히 우리 사회는 특수학교마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함께 교육받을 권리

올해 9월 특수학교 건립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강서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대위, 김성태 의원이 강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합의문을 작성해 발표했다. 내용에는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는 주민복합문화시설의 건립 및 한방병원 건립 협조 등의 내용이 포함됐고, 이로써 특수학교 건립에 대해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장애인학생의 교육받을 권리가 지역주민의 합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인 것도 씁쓸하지만, 장애인학생의 교육받을 권리가 다른 대가를 제공해야 가능하다는 합의는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서진학교는 2019년 9월 개교를 앞두고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특수학교 설립 반대에 맞선 ‘무릎 꿇은 어머니’는 인권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씁쓸한 마음을 갖게 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혐오 대상이 된다는 것, 이러한 사회적 시선은 모두에게 아픔을 안겨준다.

또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학생의 교육권 보장은 곧 특수학교 설립이라는 것이 공식화된 것 같아 염려된다.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은 특수학교를 짓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8만 8천 명,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 5천 명이다. 그중 많은 학생이 특수학교가 부족해서 1~2시간 이상 소요되는 거리의 학교로 통학을 하고 있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 6만여 명은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고 있다.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특수학교를 보낼 것인가, 일반학교를 보낼 것인가’다. 나 역시 장애인 자녀의 엄마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했는데 “왜 막내만 다른 학교를 가야 해?”라고 말하는 큰아들의 질문에 결심을 굳혔다. 막내만 다른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었다. 놀림당할까 걱정은 됐지만 그것은 학교가 아닌 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생활해야 했고 서로 다른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면 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르다고 분리해두면 언제까지고 함께 어울릴 수가 없다. 특수학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교육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졸업 이후에는 모두가 함께 사는 사회로 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어렸을 때부터 ‘따로’가 아닌 ‘같이’ 지내는 학교생활이 필요하지 않을까.

 

특수교육의 새로 고침

특수학교는 교육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지난 10월 발생한 특수학교 장애인학생 폭력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장애가 심한 아이들이 함께 모여서 개별적 요구에 맞는 교육을 받고자 특수학교를 설립했지만, 도전적 행동이 심한 아이를 제압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는 곳이었으며 말하지 못한다고 방치되기도 했다. 인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지만, 폐쇄적인 공간인지라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폭행을 행사하는 극단적인 행동은 소수일 것이라 믿고 싶다.

특수학교의 문제는 이미 산재하다. 특수학교가 장애인학생에게 최적의 교육 공간이라는 환상은 깨진지 오래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지난 2년간 학생들이 겪은 교육 차별에 대한 집단 진정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수학교를 새로 짓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장애인학생에게 제공되는 교육 및 지원의 내용이다. 특수학교를 간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현장 학습의 기회를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 다수가 함께 여행 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폐 및 지적장애를 지닌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1로 지원 인력이 붙지 않으면 현장 학습 및 교내 활동 하나도 제대로 지원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사회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한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 오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자녀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부모가 학교에 상주하고 있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한차례 바짝 관심이 집중되고 폭행 사건으로 다시 특수학교가 화제가 됐지만 머지않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갈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학생은 학교를 다니고 그들의 가족은 고통 속에서 지내야만 한다. 특수학교 건립부터 폭행 사건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장애인학생에 대한 특수교육 정책을 새로 고침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순회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에 대한 지원 등 특수교육이 함께 가야 할 학생들을 지원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고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이대로는 안 된다.

 

조경미 님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는 햇살이 밝은 곳에 휠체어를 탄 아이와 비장애아동이 두팔을 하늘을 향해 번쩍 올리고 활짝 웃는 그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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