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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Opinion [2020.01] 코로나19와 인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글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의 대유행 때와 2015년 메르스의 유행 상황에서는 감염병이 발생하는 환자들에 대한 대책에 매몰되어 인권의 문제가 많이 대두되지 않았고 다른 환자에게 감염병을 전파시킨 환자에 대한 낙인효과와 자가 격리자에 대한 폄훼 논란이 있었지만 감염병의 유행이 던진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크게 문제 제기되지 않았었다. 이번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던진 인권의 문제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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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인권을 돌아봐야 할 때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세계에 알려진 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중국에서는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에서도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월 24일까지 확진환자 833명이 확인되었고 이 중 18명은 완치되어 퇴원했다. 2월 18일 확진판정을 받은 31번 환자의 특정 종교 활동을 매개로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상태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상향했으며 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가 더욱 돌아봐야 하는 부분은 인권이다.

 

입국 금지 논란과 중국인 혐오

중국 내에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중국에서 입국한 사람들 중 확진자가 여러 국가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많은 국가에서 중국 전체 또는 환자 발생이 많은 지역에 입국하는 중국인과 중국 거주 외국인에 대하여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국에서 유입되는 환자와 그 환자로 인하여 전파된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의료계와 정치권에서 입국 금지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76만 명에 가까운 국민들이 입국 금지에 대한 청원에 찬성했다.
입국 금지의 논란이 시작되면서 의료계와 정치권 안에서도 양 갈래로 갈리어 끊임없는 찬반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논쟁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다. 최근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식당 앞에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기도 하고, SNS나 인터넷 포털의 뉴스 댓글에는 중국인 혐오의 글이 도배되기도 했다. 동양인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국적과 무관하게 코로나19의 잠재적 감염자인 양 취급을 받고 있는 것과 우리가 중국인을 폄하하는 것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씁쓸한 차별과 혐오보다는 연대와 인류애로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한 교민의 국내 이송

정부가 우한 교민의 국내 이송을 결정하고 국내 시설 격리를 위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 던 즈음에 한 신문에서 ‘천안이 유력하다’라는 기사를 냈다. 천안 주민이 반대를 하려는 것 같아 정부가 천안에서 다른 지역으로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는 뉴스였다. 이후 격리시설이 있는 장소인 아산과 진천으로 결정되었으며 두 지역에서는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천안에 비해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우리 지역에 격리를 하느냐’는 반발이었다. 나중에 확인된 사실이지만 초기에 천안을 고려하다가 이송될 교민의 수가 늘어나면서 천안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을 선정하기로 한 것이었다. 한 신문의 잘못된 오보로 인하여 아산과 진천의 선량한 주민들이 우한 교민을 기피하는 매몰찬 주민들처럼 비춰졌다. 다행히 아산과 진천의 주민들이 반대를 철회하였고 교민들이 무사히 14일간의 격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교민들의 퇴소를 따뜻한 마음으로 환송해준 두 지역의 주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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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에 대한 하선 금지

중국 코로나19 환자의 대규모 발생과 함께 가장 이목을 집중시켰던 뉴스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안에서의 코로나19의 집단 발병일 것이다. 2월 18일 기준 454명의 환자가 확진됐다. 감염병이 선상에서 유행할 때 배의 정박을 불허하며 하선을 허락하지 않는 것은 콜레라나 장티푸스와 같은 수인성 감염 질환이 유행을 하던 시절의 방역 방법이다.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 밀폐된 공간에 승객들을 방치할 경우 배 안에서 지속적인 교차 감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잠복기인 14일이 지나더라도 지속적인 노출 상황이 발생한다. 때문에 잠복기인 14일이 지나도 선상에 있는 승객들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 내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막기 위해 배 안에 타고 있는 승객들을 볼모로 붙들어 놓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배의 정박 초기부터 유증상자와 무증상자를 가려서 하선을 시키고 시설 격리를 통하여 잠복기 14일을 지내게 했더라면 500명에 육박하는 환자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가격리자의 인권

2015년 메르스라는 감염병을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자가격리라는 단어에 익숙해졌다.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에게 방역 당국은 자가격리 통보서를 발송하고 이를 받은 국민은 최장잠복기인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게 된다. 2015년 당시 자가격리를 잘 지키지 않았던 사람들 때문에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강화되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를 보게 되면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자가격리는 감염병의 유행 상황에서 인신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통제수단이다. 여러 국가들이 자가격리가 가능한 법률 또는 규칙을 가지고 있지만 대개는 능동감시만을 유지하면서 관찰하는 이유는 자가격리가 가진 통제의 의미를 국민들에게 잘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에볼라 긴급구호대로 파견되어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다가 국내에 귀국하여 3주간 시설격리를 한 경험이 있다. 격리 기간 내내 검역관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고 개인적으로 푹 쉴 수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3주 동안 시설 내에서 지내다 보니 작은 일에 짜증을 내거나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자가격리 또는 시설격리가 만만치 않은 과정임을 깨달았다.
자가격리는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강제 조항이긴 하지만 자가격리 대상자의 자발적인 희생을 통하여 준수될 수 있는 제도다. 방역 당국은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도록 2주간 충분한 지원을 해주어야 하고 자가격리 대상자들은 본인의 건강을 잘 관찰하여 주변의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감염내과 전문의로 인권이라는 철학적인 부분에 대하여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고 그 파편에 의해 국민들과 힘든 나날을 겪으면서 감염병의 적절한 통제도 인간미를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재갑 교수는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로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TFT 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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