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2020.05] 기후변화의 인간화

글 조효제 교수(성공회대학교, 한국인권학회장 역임)

 

기후변화를 주로 환경문제로 생각해 온 사람이라면 ‘기후와 인권’의 조합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사회문제를 상상하는 방식 자체가 환경, 교육, 여성, 노동, 장애, 인권 등의 칸막이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인간사회의 모든 면에 영향을 주는 포괄적 조건과 같은 것이다.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각종 악영향을 환경에서만 다룰 수 없다. 인권, 여성, 아동, 장애, 노동, 교육, 종교 등 모든 분야가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후변화의 ‘인간화’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를 통계수치와 과학 그래프 중심으로 다루면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과 거리가 먼 전문영역으로 치부하게 된다. 기후변화를 보통 사람의 눈높이와 감성의 차원으로 ‘인간화’하여 자신의 문제로 느끼게 하려면 일단 인권의 문으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 기후위기를 인권으로만 다룰 수는 없지만 인권의 관점 없이 기후위기를 다룰 수도 없다. 이것이 21세기 인권이 그 전 시대의 인권과 달라진 점이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인권은 크게 절차적 인권과 실질적 인권으로 나눌 수 있다. 절차적 권리는 사람들이 심각한 사태의 대처방식과 관련해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일련의 권리다. 긴급 상황이 닥쳤을 때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이며 역으로 이것은 국가에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시민들은 국가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추궁할 정치적 책무가 있으며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 과정에 참여해 욕구와 의사를 반영시킬 수 있는 ‘참여권’이 있다. 절차적 권리는 비상시에 흔히 무시되기 쉽지만 절차적 권리 없이는 민주사회가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구체적으로 침해되는 개별 권리를 실질적 권리라고 한다. 실질적 권리에는 생명권, 생계권, 자기결정권, 발전권, 식량권, 물 권리와 위생권, 건강권, 주거권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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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효제 교수는 서울시 인권위원,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준비기획단 위원, 법무부 정책위원, 국제앰네스티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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