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 > 여기 사람 있어요 > 돌봄 노동자도 돌봄이 필요해요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지는
돌봄 노동자의 인권

여기 사람 있어요 [2020.06] 돌봄 노동자도 돌봄이 필요해요
사랑과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지는
돌봄 노동자의 인권

글 김보섭(편집실)

 

돌봄 노동은 근본적으로 아이러니하다. 부재해야 비로소 그 존재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돌봄 노동의 수혜가 없어야만 우리는 돌봄 노동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돌봄 노동의 수혜를 입으며 살아왔다. 이제는 그들의 고통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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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에 선 돌봄 노동자들

돌봄 노동은 환자나 노인, 어린이 등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사람을 돌보는 모든 활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진행됨에 따라 돌봄 노동이 필요한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돌봄 노동의 수요에 비해 돌봄 노동은 ‘봉사와 희생’이라는 이름 아래 제대로 된 노동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돌봄 요양 노동자 권리선언 기획단이 발표한 <돌봄요양노동자 권리선언문>에 따르면 이들은 4대 보험과 노동에 따른 적절한 임금 및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돌봄 노동을 하다 생긴 근골격계 질환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산재 처리를 받지 못한다고 한다. 돌봄 노동자의 성비 또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성범죄 대상이 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장애인 활동보조인의 시급은 2018년 기준 8,000원 정도이지만 이는 주휴수당과 연차수당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실제 최저 임금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활동 보조인이라면 휠체어를 운반해야 하는 중노동도 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산재 처리는 요원하기만 하다. 몸이 아파 쉬고 싶어도 대체 인력이 없어 병원에 가기도 어렵다.

 

코로나 시대의 돌봄 노동

최근 코로나19가 범유행하면서 이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감염병에 취약한 노인을 돌보는 일이 많은데 이는 자연스레 코로나19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간병인으로 일하던 한 돌봄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가 꼭 필요하지만 그마저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국요양보호사협회와 전국사회복지유니온이 지난 3월 전국 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2,18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돌봄 노동자 안전대책 및 서비스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9.2%가 재가 방문 때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생계 위기에도 정면으로 봉착하고 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이 지난 5월 14일 발표한 ‘돌봄 노동자 직종별 코로나19 피해 사례’에 따르면 휴원 및 휴교에 대비해 정부가 아이돌보미를 각종 현장에 투입하고 있으나 현장에서 코로나19를 이유로 취소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 그 건수는 서울에서만 157건으로 집계되며 전국으로 확대하면 944건이다. 아이돌보미는 정부의 코로나19 긴급고용유지 지원정책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감염예방 및 가족 돌봄을 이유로 이용자가 이용을 중단하여 실직 상태가 되거나 근무시간이 감소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는 이용자와 1:1로 진행되는 근무형태라 수급자가 휴직 상태가 될 경우 장애인 활동 지원기관에서는 휴업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외에도 아동복지교사, 보육교직원, 장기요양기관 노동자 등 수 많은 형태의 돌봄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코로나19 대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돌봄 노동은 우리 사회를 유지해주는 노동이다. 그러나 돌봄 노동은 사랑과 희생, 봉사라는 숭고한 단어에 가려져 온전한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기관, 기업의 지원과 함께 돌봄 노동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재고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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