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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위가 말한다 [2020.06]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

글 박혜경(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과)

 

국가인권위원회 침해구제 제2위원회는 2020년 3월 31일 법무부에 미등록 이주아동의 강제퇴거를 중단하고 체류자격 심사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권고는 두 명의 국내 출생 미등록 이주아동(17세, 18세, 이하 피해자들)의 강제퇴거 집행 전에 나왔다. 이들은 출입국관리법 제23조에 따라 체류자격을 받지 못해 강제퇴거 대상이지만 법무부의 ‘불법체류학생의 학습권지원 방안’ 지침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부모와 함께 강제퇴거가 유예됐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강제퇴거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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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체류질서 근간 훼손?

피해자들이 체류자격 없이 출생하고 성장한 배경과 사정은 각기 다를 것이나 피해자들 모두 자신의 체류자격 부존재의 의미와 그에 따른 효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연령이 아니었으므로, 미등록의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지 않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피해자들은 국내 출생 이후, 국내에 체류하면서 대한민국의 초·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을 이수하며 성장했고 대한민국의 언어·풍습·문화·생활환경 등에서 정체성을 형성해 왔으며 대한민국에서 사회적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법무부는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게 되면 부모가 자녀를 이용하여 체류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함으로써 국경관리 및 체류질서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현실화 되지 않은 가정적 우려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피해자들의 기본적 인권을 소홀히 할 수 없고 그러한 우려는 출입국행정이나 법령 보완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 제12조 제4항은 ‘어느 누구도 자국에 돌아올 권리를 자의적으로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본국에 입국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 위원회(이하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일반논평을 통해 ‘이는 국적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며1), 어느 국가와의 특별한 관계 또는 권리로 인해 일반적인 외국인으로 볼 수 없는 사람까지 이 조항에 의해 목적국가에 입국할 권리가 보호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하면서 ‘장기간의 거주, 밀접한 개인적 및 가족 관계, 계속 체류하고자 하는 의사, 타국과의 관계가 없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2)고 밝힌 바 있다.
또한 2017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와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 위원회가 채택한 일반논평에 따르면 이주아동과 그 가족의 강제추방이 가족 및 사생활에 대한 권리의 자의적 간섭에 해당되는 경우에도 보호되어야 하며, 특히 목적국에서 출생하거나 장기간 거주한 경우, 또는 부모의 출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위배되는 경우에 자녀와 함께 비정규적 상황에서 거주하는 이주민들에게 정규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할 것을 각국에게 권고한 바 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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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최상의 이익을 위해

출입국관리행정은 내국인과 외국인의 출입국과 외국인의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조정함으로써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는 국가행정으로서, 법무부가 어떠한 외국인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출국하게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책재량의 영역에 해당하므로, 법무부는 피해자들과 같은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해 강제퇴거 여부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가 피해자들에게 강제퇴거명령을 함에 있어서는 외국인의 출입국과 체류를 적절하게 통제하고 조정함으로써 국가의 이익과 안전을 도모하려는 공익적 측면과 헌법상 규정된 피해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의 권리, 국제협약에서 보장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다양한 지위와 영역에서의 권리, 피해자들이 우리나라에 체류하면서 형성한 사회적 기반, 가족결합권 등의 개인적 이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해야 하고, 그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인권의 존중과 과잉금지원칙을 고려함이 온당하다.
결국,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강제퇴거 대상자에게 강제퇴거를 명할지 여부에 관하여 재량권을 행사할 권한이 있으나, 피해자들이 강제퇴거 될 경우 발생하는 공익보다 피해자들이 입게 될 불이익이 더 클 것으로 확실히 예견되므로,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피해자들의 인간의 존엄성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에, 피해자들과 같은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무조건적인 강제퇴거를 중단하되, 이들이 국내에 지속적인 체류를 원할 시 직접 체류자격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한 구체적이고 공개적인 심사기준에 따라 적정한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것과, 해당 제도 마련 이전에라도 피해자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아동 최상의 이익을 고려하여 현행 법·제도하에서 가용한 모든 절차를 활용하여 체류자격 부여 여부를 적극적으로 심사하되,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강제퇴거에 대한 두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

인권위는 이번 결정을 통해 피해자들과 같은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체류하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길 기대하며, 관련 제도가 마련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국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수는 5천여 명에서 최대 1만 3,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바라는 건 단 한 가지, 지금껏 살아온 이곳에서 앞으로도 살아가는 것이다.  

 

1) General Comment No. 27 on the freedom of movement, CCPR/C/21/Rev.1/Add.9 1999. 11. 2. para.20
2) CCPR Communication No. 1959/2010(Warsame) para 8.4
3) Joint general comment No. 4(2017) of the Committee on the Protection of the Rights of All Migrant Workers and Members of Their Families and No. 23(2017) of the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 on State obligations regarding the human rights of children in the context of international migration in countries of origin, transit, destination and return

 

 

박혜경 님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침해조사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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