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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해

인권위가 말한다 [2020.11] 닉 메타(NIK MEHTA) 영국 부대사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해

 

지난 9월 17일에 열린 2020 혐오 차별 대응 국제 컨퍼런스에 즈음하여 닉 메타 영국 부대사와 가진 서면 인터뷰을 정리하였다

 

닉 메타 영국 부대사가 9월 17일 열린 2020 혐오 차별 대응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닉 메타 영국 부대사가 9월 17일 열린 2020 혐오 차별 대응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8년 7월에 부임하셨으니 한국에 오신 지 2년이 지나가네요. 소회를 말씀해주시지요?

한국에서의 근무는 여러 가지로 저와 제 가족들에게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서울은 매력 있는 도시입니다. 과거와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도시라서 정말로 마음에 듭니다. 일도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성과는 영국과 한국의 자유무역협정 체결 지원 업무였습니다. 물론 지난 몇 개월은 코로나19 로 다른 것을 생각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와 제 가족이 이런 시기에 서울에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각 국 사람들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해

 

부대사님 부임 이후 2년여 동안 전 지구적으로 겪고 있는 코로나 상황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대응 모습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정부 대응에 대한 평가, 국민의 대응에 대한 평가로 나누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은 코로나19 상황에 띄어난 대처 능력을 보여 주었고 전 세계의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합니다. 정부가 조치를 취하고 대중이 이를 지지하는 공동 대응을 보여 주었습니다. 당국은 메르스를 경험하면서 감염병에 적응하고 대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봅니다. 영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들은 한국의 대응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부분적이기는 하나 특정 국가, 특정 종교, 특정인(이번 상황에서는 감염인)에 대한 혐오나 차별이 공공연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차별의 문제가 심각해짐을 보여 주는게 아닌가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코로나19 감염병과 같은 중대 위기상황에서 사람들이 현 상황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설명하려는 가운데 개별 집단을 지목해서 책임을 전가할 위험은 항상 존재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감염병이 전 세계적인 보건 위기이고 어느 한 집단의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익명 검사를 도입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할 때 어느 한 집단에 바이러스 전파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은 자신이 대표하는 이들의 동등한 권리를 보호하고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이들에게 검사를 받도록 촉구하며, 코로나19 대응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혐오와 차별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영국에서는 어떠한지요?

어느 한 사회도 증오와 차별의 폐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저의 성장기에도 혐오와 차별 문제가 존재했는데, 인종차별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영국은 다양성이 강점으로 인식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10년 평등법과 같은 영국의 법이 그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소외 집단을 통합하기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됩니다.

한국에 우려할 만한 차별 사례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여러 소수 집단을 겨냥한 우려스러운 발언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경험과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차별, 괴롭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회에서 모두의 역할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하려는 정부와 사회의 노력을 지지해야 합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이들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폭력, 혐오에 맞서 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대사님은 인권의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공적, 또 사적 영역에서 실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동기가 있는지요?

저는 다양성이 영국의 위대한 힘이고 정부 부처 및 기관들은 그들이 일하는 국가의 모든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저는 수년간 영국의 공직에 소수 집단 출신의 직원들을 고용·개발하도록 촉구하는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국 외무개발부는 공공 조직 중에서도 다양성을 고려해서 졸업생을 채용하는 곳입니다. 영국 공공조직은 18년 전 제가 공직 생활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해

 

법률이 지역별 퀴어 문화 퍼레이드의 개최(2000~), 제주 예멘 난민 제주도 출도 제한 논란(2018), 최근의 코로나 상황을 통해 가시화되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는 판단 하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국회에 차별 금지 및 평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 권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부대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 국회에서 차별 금지 법안에 대해 더 큰 지지를 보여 주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차별금지 법안은 소수 집단을 보호하고 다양성을 촉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차별 금지 법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다양성을 강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학교에서부터 이러한 교육이 시작해야 합니다.

 

영국은 2010년 「평등법」을 제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 평등법의 취지와 주요 내용 그리고 법률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간략하게 소개해 주십시오.

영국에서는 법을 개정하여 국민에 대한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면서 평등법을 제정하였습니다. 평등법은 2010년 10월 1일 발효되었습니다. 이 법은 영국 내의 모든 사람들을 차별과 부당한 대우(괴롭힘, 공격)로부터 보호하고 직장을 포함한 사회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평등법은 연령, 장애, 성전환, 결혼 혹은 시민 결합, 임신 및 출산, 인종, 종교 혹은 신념, 생물학적 성, 성적 지향 등을 근거로 한 차별로부터 보호를 제공합니다. 이 법은 개인, 집단, 공공기관 (지역 의회, 병원, 경찰서와 같은 공공서비스 기관)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합니다. 평등법은 공공기관이 평등법의 보호를 받는 모든 이들을 고려한 결정과 정책을 도입하도록 합니다. 이 법을 위반하면 민법에 따라 기소될 수 있습니다.

2010년 평등법은 사람들을 차별, 혐오 사건으로부터 보호하는 이전 법을 간소화, 강화, 일치시하기 위해서 여러 차별 금지법을 하나의 법적 체계로 통합한 것입니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사회에서 동등한 수준의 보장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혐오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해

 

영국의 평등법은 증오에 이른 혐오 표현에 대해 형사처벌 하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평등법은 민법으로서 연령, 장애, 성전환, 결혼 혹은 시민 결합, 임신 및 출산, 인종, 종교 혹은 신념, 생물학적 성, 성적 지향을 근거로 차별을 당한 개인이 상대를 고소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영국법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고 토론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은 다른 이들이 그 의견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해를 입히거나 혐오를 촉진하는 구실로 사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위협, 협박, 음란 행위 같은 범죄행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혐오 표현을 규제하겠다고 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론이 항상 따라오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표현의 자유는 보편적인 권리이고 토론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은 다른 이들이 그 의견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의 자유는 해를 입히거나 혐오를 촉진하는 구실로 사용될 수는 없습니다.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법률이 사회의 혐오와 차별을 불식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법률 제정의 추진은 어떤 다른 노력들과 함께 진행되어야 할까요? 영국의 경험을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분명한 사실은 법적 보호가 사회 내 혐오, 차별을 줄이기 위해 매우 중요한 조치이지만 한 가지 조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정부, 시민사회, 소수집단이 협력하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일반 대중들이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이들이 존중받으면서 차별,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는 정부평등국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영국 내 모든 이들을 위한 평등을 촉진하고 차별과 불이익을 근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조직은 또한 2010년 평등법과 관련한 영국 정부의 업무를 주도하고 다른 정부 부처들과 협력하여 시민사회 및 지역사회 단체가 혐오 및 차별 근절 노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의 혐오 범죄 관련 이행 계획(Hate Crime Action Plan)은 혐오 범죄에 대한 대응을 강화했으며, 이 계획의 정기적 검토 및 개정을 통해 혐오 범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혐오 범죄 관련 이행 계획(Hate Crime Action Plan)이 설립한 혐오 범죄 지역사회 프로젝트펀드(Hate Crime Community Projects Fund, HCCPF)는 지역사회의 프로젝트 활동에 대한 기금을 제공합니다. 이와 더불어 영국 사회의 평등을 위해 노력하는 매우 훌륭한 비정부기구, 시민사회 단체, 이니셔티브, 행사가 있습니다.

 

끝으로 코로나19, 평등법 추진 등으로 격동하는 우리 시민사회에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요?

저는 노력을 멈추지 마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매우 중요합니다. 포괄적 차별 금지 법안 제정 초기단계에 국회에서 진전을 보이는 점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 코로나19 관련해서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해야 할 일과 이루어야 할 성과들이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노력을 지지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지난 9. 17. 진행된 2020 혐오 차별 대응 국제 컨퍼런스에 즈음하여 가진 서면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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