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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깊이읽기 [2020.12] 섬에 갇힌 이주 노동자

글 김호철 (익산노동자의집)

 

“전라북도 개야도에는 200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가 어업과 양식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이들의 노동 환경, 급여 실태, 인권 문제 등 알려지지 않았던 불법적인 실태를 직접 확인해 보았다.”

 

내가 처음 개야도라는 섬을 알게 되어 방문한 것은 2014년이었다. 군 복무와 학업 등으로 타지와 외국 생활을 한 10여 년의 기간을 제외하곤 줄곧 전라북도에서만 살았음에도 개야도라는 섬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살았다. 그 계기 또한 아이러니하다. 일반적으로 이주 노동자가 상담이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연락 온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 관할 고용센터 외국인 담당자로부터 사업장 점검을 나가는 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동행을 요청받은 것이 개야도와의 첫 인연이 되었다. 한 시간 남짓이면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은 섬에 약 150여 명의 이주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에는 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인 이주 노동자가 주를 이루었고, 베트남과 스리랑카인은 소수 몇 명이 있었다. 우리 기관이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다 보니, 같은 종교를 가진 약 40여 명의 동티모르인 이주 노동자들이 미사를 드리고 싶다고 요청해 왔다. 섬에서 군 생활을 한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었을까? 이들의 요청을 허투루 들을 수가 없어, 관련 절차를 밟아 광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인도네시아 신부님께 연락을 드리고 개야도에 하나밖에 없는 개신교 교회 목사님의 허락으로 그곳에서 두 달에 한 번 미사를 드리기 시작했다.

격월로 개야도 이주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단순히 미사(종교활동)만 할 수가 없었다. 매번 다양한 문제의 노동·인권 상담을 하였지만, 당사자들이 섬에서 자유롭게 나올 수 없는 상황과 나의 경험 부족은 진정 등 이주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도 여객선을 타기 위한 신분증(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 확인 절차가 제대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당시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탈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사업주가 이주 노동자의 신분증을 보관하는 실태가 만연했다. 이는 엄연히 불법(출입국관리법 제33조의3, 동법 제27조 위반)에 해당하지만, 도서 지역의 특성상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출도(出島)가 자유롭지 못한 이주 노동자들은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할 수 없었다.

2015년 12월 이와 관련된 내용이 언론 제보를 통해 세상에 드러난 뒤에야,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 기관의 합동 지도점검이 이루어졌고 몇몇 사업장이 고용허가 취소 처분을 받고 약 2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 탓이었을까? 이후 개야도에서 동티모르인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정기적인 미사를 드릴 수는 없었지만, 개야도 이주 노동자들의 삶은 개선됐으리라 믿었다. 그리고 진정으로 바랐다. 내가 개야도에 더는 편하게 방문할 수 없었기에 이후 개야도 이주 노동자들과는 SNS와 전화로만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니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거나 또 어떤 부분은 교묘히 변형된 방식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섬에 갇힌 이주 노동자

 

임금 체불이나 지연 지급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전에 문제를 제기한 신분증을 사업주가 보관하는 관행이 해결되자 여객선 매표소에서 출도하려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사업주 확인을 거쳐서 여객선 승선권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7년,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와 함께 지역 순회 인권상담 기회를 통해 개야도를 방문해 상담을 했다. 당시에는 인도네시아 대사관의 영사도 동행했고, 덕분에 몇몇 이주 노동자의 숙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상담 결과를 전라북도 인권센터와 공유하고, 여객선사 및 매표소를 관리하는 지방해양수산청이 승선권 발권에 아무런 제약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개야도 매표소에 잠시나마 게시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나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은, 눈치가 빠른 사람은 예상할 수 있으리라. 수개월이 지난 후 그 게시문은 사라졌고, 그 게시문과 함께 개야도 이주 노동자들 출도의 자유도 사라졌다.

개야도 이주 노동자들의 상황이 더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소식에, 드디어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와 선원이주노동자 인권네트워크(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성요셉노동자의집,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이주와인권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야도 어업이주 노동자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모니터링에 앞서 사전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상황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 3월 말 기준 개야도 어업 이주 노동자는 총 243명(인도네시아인 101명, 베트남인 84명, 동티모르인 55명, 스리랑카인 3명)에 이르렀다. 내가 개야도를 알고 관심을 두기 시작한 2014년 이래, 개야도에 이주 노동자가 200명이 넘는다는 통계를 처음 접했기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7월에 개야도를 방문해 보니 160여 명이 있었다. 이는 어업 이주 노동자의 특성상, 연초 신규 도입 노동자들로 인해 인원이 증가했다가 시간이 지나며 사업장 변경이나 이탈로 인원이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실태 조사에는 개야도 전체 이주 노동자의 3분이 1에 해당하는 49명이 참여했다.

먼저 근로계약 관련, 근무 업종이 연근해 어업과 양식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응답한 이주 노동자가 84%에 달했다. 현행 고용 허가제에서는 연근해 어업과 양식업을 병행해서 고용 허가를 받을 수 없다(『외국인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참조). 또한 가족이나 동네 이웃들이 개별 고용허가를 받아 불법 파견을 일삼고, 그에 따라 휴일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섬 안에서 일하는 기계가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고용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사용자가 외국인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계약에 명시된 사업장 외에서 근로를 제공하게 하여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제25조제2호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이 제한된 경우로서 해당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는 경우 직업안정 기관의 장은 해당 외국인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있다고 알려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자기들의 권리조차 알지 못한 채 그리고 고용 허가제를 담당 및 관리·감독하는 고용노동부조차 도서 지역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핑계 삼아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이러한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를 알려주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노동 시간과 임금 관련해서는 불법과 인권유린이 너무 만연해있었다. 하루 평균 노동 시간은 13시간을 훌쩍 넘겼고, 90% 이상이 휴일이 없다고 응답했다. 근로계약서에 표시되어 있어야 할 휴일에 관한 규정은 “기타”에 표기하여 무시되었으며, 지나치게 많은 노동 시간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실제 노동 시간과 관계없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임금 또는 +α로 정액 지급되어 있었다.

근로계약서에는 대개 월 근무 시간 209시간 또는 226시간으로 표기하고 그에 따른 임금도 명시하였는데 말이다. 어업에 5인 미만 사업장임을 고려해도,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서는 실노동 시간에 따른 최저임금과 야간 추가 수당은 지급해야 함에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임금마저도 절반에 이르는 이주 노동자들이 지연 지급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급여 통장을 사업주가 보관하고 있어서 임금이 언제 얼마가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금이 지연 지급되어 실질적 임금 체불 상황에서도, 사업주에게 가불을 받아 현금을 사용한다고 하였다. ‘가불’의 사전적 의미는 ‘앞으로 받을 임금 따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미리 앞당겨 받음’이다. 하지만 개야도에서는 정당하게 받아야 했을 임금을 못 받은 상황에서, ‘가불’의 의미가 전적으로 사업주 입장에서 ‘사업주가 지급하고 싶은 시기 이전에 받는 임금의 일부 또는 전부’로 왜곡되어 있었다. 우리말의 의미까지 왜곡하는 것도 섬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 개야도만의 변질일 것이다.

이렇게 임금 체불이 만연하고 급여 통장을 사업주가 보관하면서 파생되는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2019년 7월부터 모든 외국인에게도 의무화가 된 건강보험이었다. 이주 노동자라고 하면 당연히 직장 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되리라 생각하기 쉬우나, 영농조합이나 농업법인 등 일부를 제외한 농축산업이나 어업 이주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사업자등록증 없이 개인 사업장 형태로 농업·어업경영체만으로도 고용 허가를 받을 수 있고 해당 사업장의 이주 노동자들은 직장가입자가 아닌 지역 가입자가 되는 것이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차별 책정, 가입 및 보험료납부 의무, 보험료 산정 기간의 차등 등 건강보험 자체의 많은 문제는 여기서 다루지 않겠다. 건강보험 외국인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납부를 지원하여 원활하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등록증을 신청 및 발급하면서 급여 통장에서 보험료 자동이체를 하도록 안내와 등록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2개월 이상 자동이체가 되지 않으면, 자동이체가 해지된다는 안내는 생략된 채 말이다.

앞서 언급한 임금 체불과 지연 지급이 만연되고, 출도가 자유롭지 못해 보험료를 낼 수 있는 금융 기관을 이용할 수 없고, 급여 통장을 사업주가 보관하고 있어 입출금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럴 때 ‘줄줄이 사탕’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나? 어느 상황을 하나 따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상황이 나쁜 방향으로 얽혀 있다.

백 번 양보해서 지금까지 말한 내용은 위법 또는 불법적인 것들이어서, 진정이나 고소·고발 등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설문 조사와 상담을 진행하면서 이주 노동자들이 마음을 조금씩 열자, “배가 고프다.”, “잠을 충분히 자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하였다. 바다에서 조업하는 12~13시간 동안 밥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식사 시간도 없을뿐더러, 빵이나 초코파이 한두 개를 먹는 게 간식이 아니라 밥 대신이라는 것이다. 시간도 딱 그것을 먹을 수 있는 5~10분 정도, 일하는 도중에 눈치껏 먹어야 해서, 일할 때 너무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또한 바다 조업은 물때의 영향으로 조업 나가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몇 시간 자다 새벽에 깨우면 바로 준비해서 일을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한참 바다 조업이 이루어지는 시기에는 하루 3~4시간 밖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했다. 거기에 휴일이라고는 운이 좋으면, 2~3개월에 하루 있을까 말까 하는 상황이니 잠이 부족하다는 말도 안타깝게 모두 공감과 이해가 되었다. 거기에 잠깐이라도 쉬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숙소 실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물론 숙소 실태는 개별 사업주들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주 노동자들은 배고픔과 수면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다. 조업하는 동안 식사가 제공되지 않고 물때에 맞춰 조업해야 하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다. 휴일도 운이 좋으면 두세 달에 하루 쉴까 말까 할 상황이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개야도 이주 노동자 4인이 거주하는 열악한 환경의 숙소 사진을 담았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개야도 이주 노동자 4인이 거주하는 열악한 환경의 숙소 사진을 담았다.

 

한 사업장의 이주 노동자들 숙소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이 숙소는 4명의 이주 노동자가 이용하고 있었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퍼즐을 맞춰 봐도 4명이 동시에 누울 수 있을까? 참담했다. 숙소를 보며 놀라는 나에게 오히려 해당 사업장의 이주 노동자는 그래도 숙소에 붙어 있는 화장실을 지난 4월에 수세식으로 공사해서, 숙소를 보여 줄 수 있다며 웃었다. 그럼 그 전에는? 당연히 재래식 화장실이었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숙소에서 제대로 휴식할 수 있을까? 어떻게 지낼 수 있었을까? 놀라움과 의문들이 더욱 많아진 실태 조사가 되어 버렸다.

실태 조사 기간 많은 이주 노동자를 만났지만, “일이 힘들다.”거나 “임금이 적다.”는 이야기보다 “배가 고프다.”와 “잠을 실컷 잘 수 있는 휴일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더욱 강하게 뇌리에 남았다. 먹고 자는 문제는, 이주 노동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문제가 아닐까?

개야도는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부실한 섬이라서 이러한 문제가 만연한 것일까? 그런데 비슷한 상황인 관내 다른 섬에서는 이 정도까지 문제가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개야도는 상대적으로 많은 이주 노동자가 있기에,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변한 것일까? (전북 도서 지역 이주 노동자의 3분의1이 개야도에 있음) 숙제와 의문을 많이 남긴 이번 실태 조사는 네트워크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여, 이후 출도한 21명은 사업주 귀책 사유에 의한 고용노동부 직권으로 사업장변경이 이루어졌고, 동시에 진행한 이주 노동자 16명의 개별 사업주에 대한 노동 관련 위법 사항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있다.

10여 년 전 신안 염전 장애인 인권유린 상황과 시간과 대상만 장애가 있는 내국인에서 이주 노동자로 바뀌었을 뿐, 아주 유사한 상황이다. 즉 대상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적 특성으로 관리·감독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도서지역은 고인 물이 되지 않도록 외부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상담이나 조사가 아닌 이주 노동자 친구들을 만나러 개야도에 갈 날이 곧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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