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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내흥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노랫말쟁이 선생님을 만나다

인권위가 말한다 #2 [2021.02] 여덟 빛깔 꿈을 꾸는
군산내흥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노랫말쟁이 선생님을 만나다

 

♬ 저마다의 빛깔로 모두 가치 있기에 함께하는 시간 속에 더 더 소중한 ♪

여덟 빛깔 꿈을 꾸는 군산내흥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노랫말쟁이 선생님을 만나다

아이들이 들이닥친 건 작사가 선생님이 허브차 한 잔을 교장실로 들여오던 틈을타서다. 처음에 정현이가 머리를 빼꼼히 내밀며 들어가도 돼요? 하더니 교장(김윤범)선생님과 인권지 인터뷰어로 학교를 방문한 필자가 의례적 인사를 나누던 자리로 여덟 명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빛은 태양으로부터만 발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듯 자리가 금세 환해진다.

여덟 명의 아이들, ‘모두가 달라 더욱 소중한 우리’ 작사가이자 아이들의 담임인 정수은 선생님과 학교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UCC 찍은 과정과 학교생활에 대해 듣기로 했다. 흥의 민족이니만큼 만남의 자리에 노래 한 자락 빠질 수 없다는 듯 노래가 시작된다.

 

군산 내흥초등학교 정수은 선생님과 1학년 팔공주

군산 내흥초등학교 정수은 선생님과 1학년 학생들

 

“♬ 우리의 일상이 달라지면 세상은 변할 수 있어 변할 수 있어. 어떻게 대할까. 사람을 먼저 바라봐 오호~ 중략- (랩) 한쪽으로 기울어진 생각은 No No, 나만 정답이라는 생각도 No No. 다양함을 안아 주어요. 평등함을 만들어 가요. 누구나 존엄하고 저마다의 빛깔로 모두가 가치 있기에 함께하는 시간 속에 더 더 소중한 우리 ♬”

“방금 노래하면서 ‘서로서로 다르지만 저마다의 빛깔로 모두 가치 있다’고 했는데 서로 서로 어떤 점이 다르죠?”

아이들: “얼굴도 다르고 이름도 달라요. 보세요 쟤는 성경이 쟤는 하은이. 다 꿈도 달라요. 수민이는 요리사 유진이는 선생님. 에이~ 우리들 머리 길이도 다 다르잖아요.”

“모두 모두 다른데 다투진 않나요?”

아이들: “까르르 까르르 오늘도 다퉜는걸요.”

“어떻게 화해해요?”

아이들: “그냥 서로 그럴 수 있지 하면서 같이 놀면 돼요. 같이 노니까 다투는 거고 너무 해결 안 되면 선생님에게 쪼르르 가서 일러요. 까르르”

이렇게 해맑은 아이들이 소중한 정수은 선생님은 아이들 모두가 특별한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에 실려지길 바라셨다. 그 아이들이 서영이, 유진이, 아현이, 수민이, 은빈이, 성경이, 하은이, 정현이. 이들이 찍은 ‘모두가 달라 더욱 소중한 우리’ UCC 속 영상은 이 여덟 명의 한 해의 기록이다. 학급 활동의 사진과 영상을 선생님이 작사하고 전북도교육청 정성우 장학관님이 작곡한 전라북도 학생인권센터(최규하 장학사 기획) 로고송에 입힌 것이라고 한다. 전북교육청은 오는 4월 2일 시작되는 인권의 날 행사에 이 영상을 시작으로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한다. 특히 곡 중간에 학생들 누구나 넣고 싶은 자신들만의 생각을 가사로 맘껏 만들어 부를 수 있도록 랩을 접목한 곡의 취지를 알게 되니 더욱 기대되는 행사이다.

 

정수은 선생님은 '다섯 글자 예쁜 말', '꽃게 우정' 등 이미 300여 편의 동요 전문 작사가이다. 시작 동기에 대해 선생님은 현대 사회인들의 단어의 빈곤에 대해 말씀하신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도, 타인을 설명하는 단어도 점차 몇 가지 단어만 통용되다 보니 포용보다는 배제가, 이해보다는 판단이 앞서게 되는 것이 안타까워 더욱 다양한 단어와 표현법으로 글을 쓰신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헐~'과 같은 함축적인 단어에 수많은 형용사와 감정의 상태를 싣는다. 이젠 그마저도 포털이 제공하는 이모티콘이 대신한다. 선생님은 초임 시절 학생들과 창작 동요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학생들이 동요에 의해 변화하는 것을 보며 정제된 언어의 힘을 확신할 수 있었고 그렇게 노랫말쟁이 선생님이 되었다고....

 

'한 발 한 발 맞춰서 서두르지 않고서, 앞서가고 싶은 마음 참고서, 급한 마음 버리고, 나란히 걷는 마음 꽃게우정...'(27회 MBC창작동요제 동상, 정수은 사/임수연 곡)

 

선생님은 해마다 만나는 참빛나무반(정수은선생님 반의 별칭)의 새싹(제자)들이 단어가 풍부한 사람 그래서 풍부한 감정의 나무들로 커 가길 바란다. 그 한 방편으로 선생님 반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시로 쓰고 글로 추억을 남긴다. 그 중 아이들의 꿈이 글 속에서 살아 까르르 웃는 듯한 참빛 새싹들의 시 한편을 소개한다.

 

군산내흥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

 

북풍이 다시 남하했다고, 전국이 얼음장이라며 소란스러웠던 오후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참빛 새싹들은 추위 쯤은 간지럽다는 듯 활기차게 교문을 나선다. 코로나19로, 방비도 없이 닥친 추위로 더욱 오그라들어 용산 행 열차에 몸을 맡긴 나는 이들 참빛 새싹들이 참빛 나무로 든든하게 자라 ‘아무 학교’에나 우리 사회 어디서나 바람을 막아 주고 이웃에게 그늘이 되어 주는 품 넓은 나무가 되는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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