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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도서관 [2021.02] 디지털 세대의 인권

글 안병훈MD (교보문고)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는 변화의 속도를 높여 새로운 시대로의 완전한 전환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그 시대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변화를 맞이할 어떠한 채비도 하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소외된 이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디지털 세대의 인권

 


앞서가는 기술 뒤에 남겨진 사람들

코로나19라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봉착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들이 일상이 되는 뉴노멀의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 산업용 로봇, 고도화된 소비 제품 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저만큼 앞서갔지만,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은 뒤에 남겨졌다.

부유한 국가와 거대 기업의 주도 하에 새로이 탄생한 사회는 디지털 기술에 적응한 인간을 필요로 한다. 특히 일자리에서는 AI와 산업용 로봇이 산업 전반에서 쓰이며 전통적인 노동자를 대체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노동의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생겨났지만 아직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지 않아 많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에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이슈가 된 택배 기사들의 노동 시간에 대한 문제처럼 새로운 고용 형태 안에서 노동자들은 충분한 삶의 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자들은 다가오는 ‘새로운 가난’을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가난의 시대에서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시대에 소외 받는 노인

70대 인기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키오스크(무인단말기)를 통해 주문하려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편하게 느껴지는 키오스크가 노년층에게는 새로운 장벽이 되었다. 세대 간 정보 격차는 사회 전반에서 불평등을 야기하며 점차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되어 가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적응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 간의 격차를 나타내는 ‘디지털 디바이드’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특히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노년층은 뉴노멀 시대에서 소외되고 있다. 박막례 할머니의 사례처럼 키오스크가 늘면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에도 불편함을 겪고,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일상 업무나 누릴 수 있는 혜택에서 아예 배제되었다.

그에 비해 디지털 기술을 더욱 쉽게 접하고 적응한 사람은 기술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게 되었다. 이들 간의 격차가 더욱 심각해지면서 사회에서 분리되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노년층은 자연스럽게 사회관계망에서 단절되었고, 다른 세대와의 소통이 사라지면서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아예 돌이킬 수 없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소외된 노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세대 간 미디어 격차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우리는 몇 차례 산업혁명을 거치며 사회의 큰 변화를 경험했다. 변화의 바람 앞에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고 쓰러지는 문제 또한 겪어 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소외된 자들에게 손을 내밀며 그들을 일으켰고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맞이했다. 요즘 우리 사회를 ‘언택트 사회’라고 부른다. 하지만 항상 그래 왔듯이 소외된 이들을 향한 손을 내밀 줄 아는 따스한 손길은 지속되어야 한다.

 

안병훈 MD는 좋은 책과 독자를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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