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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 [2021.03] 살아있으라 누구든 살아있으라

글 은유 작가

 

추모의 글

추모의 글

 

‘살아있으라, 누구든 살아있으라’
아픈 시대가 낳은 아름다운 시구입니다.
이 세상은 어째서 사람을 살아있지 못하게 하는가,
그대들이 떠난 후에야 생각해봅니다.
빈곤해도, 여성이어도, 장애가 있어도,
살기 힘든 현실입니다. 그런데 성소수자는
‘내가 나라서’ 죄인이 됩니다.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꿈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차별과 혐오와 모욕을
세끼 밥처럼 먹어야합니다. 정치인들은 대놓고
‘나중에’ 살라고 말합니다.

 

지금을 그대들은 살았습니다.
“내 존재에 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김기홍 씨는 항변했고,
변희수 씨는 군복을 입은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세상과 마주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시민이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의연하게 존재를 펼쳐보였습니다.
그러나 남들과 같아지기 위한 교육이 지배하고
이분법적 사고에 갇힌 사회에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나’로 존재하는 사람을 위한 자리는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대들의 생을 건 용기를 기억합니다.
김기홍 씨가 변희수 씨에게 건넨
연대의 말을 기억하겠습니다.
‘살고자 하는 모습으로 살아주세요.’
시처럼 살고 살아서 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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