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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동행 [2021.03] 정신장애인 인권, 당사자들의 힘으로 지킨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금껏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전반적인 장애인 인권이 신장됐지만,
유독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 신장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고 지역사회와 비장애인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민간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다.

 

권용구(제4대 센터장)
권용구(제4대 센터장)

 

정신장애인 인권 신장은 궁극적으로 당사자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져야
내실이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고 있다고 믿는다.

 

 

정신장애인 인권, 당사자들의 힘으로 지킨다

 

흩어진 목소리를 한 곳에 모으다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권운동가 및 전문가들의 활발한 활동, 전 사회적 관심과 지원 등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사자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중요하다. 장애인 인권 또한 마찬가지다. 신체장애인은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인권 신장에 앞장서 왔고, 발달장애인은 부모와 친인척이 똘똘 뭉쳐 권익 보호를 위해 힘써 왔다.

 

반면 정신장애인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워낙 강하다 보니 당사자들과 주변인들 모두 장애를 숨기려 애쓰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한 인권 운동도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한정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 권익 옹호 활동을 펼치기 위해 지난 2012년 12월에 설립됐다. 올 1월 취임한 권용구 제4대 센터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당시 신체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한데 모여 만든 당사자 단체는 상대적으로 많았던 반면, 정신장애인을 위한 당사자 단체는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인권 보호와 신장을 위해서는 정신장애를 가진 당사자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한데도 말이죠.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락우 대표와 뜻 있는 당사자들, 인권운동가들이 한데 모여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가 바로 한정자입니다.”

 

설립 의의에 걸맞게, 한정자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한 조직 체계로 꾸려져 있다. 역대 센터장은 물론, 권익 옹호를 위한 활동가 자리에 당사자들이 포진돼 있는 것. 비장애인, 즉 비당사자들은 센터장과 활동가들의 인권 활동을 다방면에서 지원한다. 정신장애인 인권 신장은 궁극적으로 당사자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져야 내실이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인별 자립지원
개인별 자립지원

 

운영위원회 줌 회의
운영위원회 줌 회의

 

당사자 인권과 자립을 위한 다채로운 활동

 

한정자의 활동 영역은 크게 다섯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개인별 자립지원서비스다. 정신장애 당사자가 삶의 주체로서 사회적, 경제적 자립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당사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계획을 함께 수립함은 물론, 당사자들 간의 공감대 형성과 정보 공유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화 모임을 주선한다.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사자를 위해 방문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업 준비 및 활동을 위한 상담과 기술 교육을 지원한다.

 

니나내나밴드 연말공연
니나내나밴드 연말공연

 

한편 정신건강 전문가가 아닌 당사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동료 상담도 한정자 활동의 중요한 축이다. 한정자의 활동가들이 당사자들을 직접 찾아가 정서적 교류, 자립 지원, 대인관계 개선 등의 다양한 밀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정자는 동료 상담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신규 및 기존 활동가를 대상으로 하는 온·오프라인 활동가 양성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정자 활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권익 옹호 활동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당사자가 주도하는 인권 운동을 통해 당사자 친화적인 법과 제도,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한층 노력하고 있는 것. 개인별 맞춤형 법률 자문은 물론, 당사자들의 정신장애 증상을 스스로 연구하고 공유한다. 당사자들의 역량 강화와 인권 신장을 위한 각종 토론회 및 컨퍼런스, 포럼도 두루 개최한다. 기자회견, 진정서 제출, 당사자 중심의 의견 개진 등으로 정신장애와 관련된 사회적 현안에 대응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컴퓨터 활용, 외국어, 취업 준비, 역량개발 특강 등 당사자들의 평생교육을 위한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인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다하고, 이를 통해 권익 옹호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더불어 친목활동 증진과 대인관계 개선을 위해 동아리 형식의 문화여가 자조모임을 운영하는 등 당사자들의 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당사자연구
당사자연구

 

정신장애 비하발언 기자회견
정신장애 비하발언 기자회견

 

정신장애 당사자도 한 사람의 시민입니다!

 

한정자의 활동가들은 정신장애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당사자들의 상황과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있다. 권용구 센터장은 “덕분에 당사자들이 실감할 수 있는 권익 옹호 활동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가 정신장애인 인권 신장을 위해 특히 강조하는 것이 있으니, ‘정신장애에 대한 올바른 교육 및 홍보’와 ‘당사자와 비당사자 사이의 접점 확대’다.

 

“일부 언론에서 정신장애에 대해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이를 넘어 대중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세태를 강력하게 규탄합니다. 이 때문에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적 선입견이 더욱 깊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앞으로 정신장애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홍보가 이뤄져서, 당사자들이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떳떳하게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당사자와 비당사자가 직접 만나서 서로에 대해 편견 없이 다가가고 알아갈 수 있는 자리도 폭넓게 마련돼야 한다고 봅니다.”

 

동료상담 평가회의
동료상담 평가회의

 

우당당 외부공연
우당당 외부공연

 

한정자는 작년 5월, 서울시의 ‘2020 정신질환자 자립생활지원사업’의 보조금 지원센터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국내 두 번째 정신장애 당사자 단체인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가 설립되는 등 당사자 권익 옹호 활동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꾸준히 마련되고 있다. 한정자는 이를 바탕으로 정신장애인의 권익을 저해하는 법률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한편, 병원 입원을 원하지 않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의 ‘탈원화’에도 힘쓴다는 계획이다.

 

“여전히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의료기관에서 지내는 당사자들도 많고, 사회에서 고립된 채 위태롭게 지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희는 이런 분들을 모두 발굴하고 지원해서, 모든 당사자들이 한 사람의 동등한 시민으로서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당사자 분들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언제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정신장애인 인권, 당사자들의 힘으로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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