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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21.06] 택배기사가 편히 일해야 고객들도 편리해집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택배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택배기사의 인권은 여전히 제자리다.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막는 아파트 단지가 있는가 하면, 택배기사 사칭 범죄 증가에 따라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한편 사회적 약자 취급하며 베푸는 무조건적인 친절도 택배기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감’이다.

 

택배기사가 편히 일해야 고객들도 편리해집니다!

 

#사례-1

경비원이 택배기사 A씨의 차를 막아선다. 어제만 해도 잘 들어가던 곳인데, 무슨 일이 있나 싶다. 운전석 쪽으로 다가온 경비원이 미안한 얼굴로 말한다. “오늘부터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려면 지하주차장을 이용해야 해요. 주민들 민원 때문에 어쩔 수 없어.” 지하주차장 높이가 낮아 택배 차량이 들어갈 수 없다고 하소연해도 소용없다. A씨는 하는 수 없이 단지 앞 길가에 차를 대고 손수레를 꺼내 택배를 싣기 시작했다. 걸어서 배송을 하려면 평소보다 두세 배 더 많은 시간이 걸려서, 다른 곳 배송에 차질이 생길 게 뻔하다. 벌써부터 피곤함과 서러움이 한가득 밀려온다.

 

#사례-2

택배기사 B씨는 요즘 주민들을 마주칠 때마다 거북하다. 택배기사를 사칭한 범죄가 늘어나다 보니, 오랫동안 이곳을 담당한 자신조차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새로운 배송지에 들렀다가 고객이 택배를 거칠게 낚아채는 바람에 손에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B씨가 손가락에 감은 반창고를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신종 범죄 때문에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택배기사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B씨는 불편한 마음을 안고 다음 배송지로 향한다.

 

 

주민 편의에 가려진 택배기사의 인권

 

지난 4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았다. 지상으로 차량이 다니지 않는 이른바 지상공원형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면서 반복돼 온 갈등이다. 주민들은 지하주차장을 통해 택배를 배송하면 될 일 아니냐고 말하지만, 문제는 대다수의 택배 차량이 높이 때문에 지하주차장에 진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부 택배사가 저상 택배 차량을 마련해 대응하고 있지만, 택배기사 대부분이 개인사업자인 상황에서 일시에 차량을 바꾸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저상 택배 차량을 사용하는 택배기사들은 낮은 천장고 때문에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고, 이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택배기사들은 이러한 갈등의 사각지대에서 지금도 여전히 인권을 침해받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올 4월 기준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적으로 179곳에 달한다”며 “택배기사의 인권과 주민들의 편의를 모두 도모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상으로 차량이 다니지 않는 아파트 단지이므로 택배 차량들도 무조건 지하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지상공원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이야기는 언뜻 들으면 맞는 말인 것 같지만, 위와 같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주민들은 택배기사들이 단지 앞에서 손수레를 활용해 배송을 하면 평소보다 3배의 시간이 더 걸리고, 이로 인해 택배기사들의 노고와 업무 부담이 가중되며, 인근 지역에서 택배를 받는 고객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이기적인 결정이 아닌 합리적인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편의주의에 희생되고 있는 택배기사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적당한 거리감이 ‘인권’과 ‘정’을 지킨다

 

최근 택배기사 사칭 범죄가 급증함에 따라,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택배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주택가와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는 택배기사들에 대한 주민들의 지나친 경계심에 소위 ‘눈칫밥’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물품을 신속·정확하게 배송해야 하는 바쁜 업무환경 속에서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까지 감당해야 하니, 그 고충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택배기사들의 본분은 물품 배송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감정노동의 강도가 높다. 고객의 배송 문의나 불만을 처리해야 하고, 고객이 기분 좋게 물품을 받을 수 있도록 친절함을 유지해야 한다. 때로는 고객의 부당한 언행도 감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육체적인 힘듦보다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택배기사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까지 받는 것은 매우 가혹한 일이다.

 

한편 동정과 연민 섞인 친절도 택배기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물론 택배기사들의 상황을 배려한 적절한 친절은 일상에 힘을 더하는 원동력이 되지만, 이 선을 넘어 택배기사들을 사회적 약자처럼 대한다면 이 또한 인권 침해일 수 있다.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로서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안전하게 배송해 주는, 우리 사회의 당당한 직업인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 중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택배기사들을 배려한다면 친절한 마음이 오히려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택배기사의 인권 신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적당한 거리감’이다.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서로의 안전을 지키듯, 고객과 택배기사도 서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적당히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서로를 사무적으로 대하라는 말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서로를 인정하는 가운데 인연을 이어간다면, 인권과 정(情) 모두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다. 내가 우리 가족의 귀중한 일원이듯, 택배기사들도 어느 가정의 중요한 식구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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