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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마주듣기 [2022.01] 학생 현장실습 사망사고,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글 이수정(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전문위원회 노동분과위원)

 

故 이민호 학생 추모집회_2017. 11 .9.(제공: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故 이민호 학생 추모집회_2017. 11 .9.(제공: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이수정 공인노무사는 일하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 읽고, 쓰고, 교육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청소년 노동에 관심이 있어 현재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인권교육센터 ‘들’과 함께합니다. 저서로는 《10대와 통하는 일하는 청소년의 권리 이야기》, 《생각이 크는 인문학 - 노동》, 《십 대 밑바닥 노동》(공저) 등이 있습니다.

 

2021년 10월, 여수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홍정운 학생이 사망했다. 사망사고 후 교육부는 현장실습 전수조사를 통해 대책을 수립한다고 했지만, 11월 강원도 원주 의료기기 업체에서 실습 중이던 학생의 왼손 끼임 사고를 막지 못했다. 되돌릴 수 없어 안타까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전공과 무관한 실습 중에 일어났다는 점, 미리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고, 작업 중 보호 조치가 미흡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학교는 ‘교육과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실습’을 어떻게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는 점이다.

 

 

두 사고뿐만 아니라 수십 년 동안 반복된 현장실습 중의 사고·사망 사건의 공통점이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뭘까? 현장실습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만 잘 지키면 막을 수 있을까? 교육과 노동의 문제가 중첩하는 현장실습 중 사고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간의 관성대로 산업체 노동 안전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되풀이되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 중등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직업계고의 현장실습이 본래 취지대로 이뤄지는지 살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취업률 높이기 위해 전공과 무관한 곳으로 내몰리는 학생들

 

현장실습은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과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에서 정의하듯 ‘교육과정’이다. 그러나 반복된 사고와 사망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은 온데간데없고 ‘조기 취업’ 형태로 운영해 왔다는 점,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도구가 되어 왔다는 점이다. 학생의 삶에 필요한 역량과 소양을 키우는 관점에서 교육을 고민하기보다 취업률을 위한 도구로 운영한 결과 학생들의 희생이 이어진 것이다. 취업률 목표 60%를 제시(2011년 25% → 2012년 37% → 2013년 60%)하며 목표치 달성을 강조했던 2011년 12월,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야간노동과 장시간 노동으로 혹사당한 현장 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기아차 사고 후 꼭 1년 만에 울산 신항만 작업선이 전복되는 사고로 실습생이 사망했고, 연이은 사고로 안전 대책이 나오는 동안 학교는 잠시 움츠러들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다시 취업률을 강조하며 전공과 무관한 실습처로 학생을 내몰았다. 2014년~2017년 사이 충북, 울산, 성남에서, 전북 통신사 고객센터에서, 제주 음료 공장에서 실습 중이던 학생의 사망이 이어진 것 또한 우연이라 할 수 없다.

 

2017년에만 2명이 사망하자 현장실습이 ‘학습’임을 분명히 하며 제도 개선 의지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준비가 안 된 기업에 갑자기 학습 운영을 요구하자 기업 참여는 저조했고, 이를 빌미로 취업률이 떨어진다며 제도는 다시 후퇴를 거듭했다. 2017년 졸업생 취업률(50.6%)이 17년 만에 50%를 넘은 때였다. 취업률 60%를 위해 다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독려하던 중 故 홍정운 학생의 사망사고와 원주 특성화고 학생의 사고가 또 일어났다. 학생의 취업에 대한 불안을 담보로 교육은 포기한 채 취업률에만 매달리는 대책으로는 이어지는 죽음을 막을 수 없다. 공교육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은 취업률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 안전과 생명이기 때문이다.

 

 

학생 현장실습 사망사고, 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

 

직업교육의 외주화, 학생 안전 사각지대

 

취업률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현장실습 제도는 직업교육의 외주화 문제와 만나 학생의 안전과 생명을 더 위험에 빠뜨렸다.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는 1963년 도입(산업교육진흥법) 당시 산업 현장에 부족한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60여 년 시간이 흐르면서 산업구조가 바뀌고, 기술변화에 따른 고용 형태가 빠르게 바뀌고, 큰 틀의 교육과정도 여러 번 바뀌었다. 많은 학생의 희생으로 현장실습의 목적 또한 ‘학습’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학습이 불가능한 기업에 학생을 보내 학습권을 침해하고, 직업교육의 기회를 빼앗는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만큼은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요구에 맞는 교육을 하겠다며 2014년부터 특성화고에 산학 일체형 도제학교를 도입한 후 오히려 더 빠른 시기인 2학년부터 산업체로 보내고 있다. 학습중심을 강조하지만, 그 학습을 산업체에 맡기는 식으로 직업교육을 외주화하고 있다.

 

산업체에 나가는 학생이 많아질수록, 그 시기가 빨라질수록 노동재해 발생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노동재해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예방 조치에 소홀한 나라다. 그 결과 OECD 산재 사망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9년 기준 근속기간 6개월 미만 노동자의 재해 발생 비중이 50.7%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50인 미만 기업에서 74.6%의 사고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기업 규모와 반비례했다. 직업계고의 현장실습 산업체 규모(관계부처 합동 발표 자료, 2021. 12. 23.)는 2020년 기준 30인 미만 사업장이 52.4% 였으며, 300인 이상 사업장은 8.6%에 불과했다. 주로 노동 재해 예방 조치가 소홀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졸업 전 1주~6개월가량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의 노동재해 위험이 클 수밖에 없는 현실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학교는 더 많은 실습처를 확보하기 위해 현장실습 기업 기준을 완화해 왔고 심지어 따지지도 않았다. 안전한 실습, 학습이 가능한 기업은 서류로만 존재했다. 학교는 눈 가리고 아웅 하며 학생을 산업체로 보내고, 산업체는 노동 안전 책임에 더 둔감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교육부는 이런 현실을 모르는 듯 이번에도 기업이 현장실습 제도를 잘 인식하도록 관리 감독하겠다는 대책만 내놨다. 학생의 잇따른 희생에도 계속 뒷짐만 지고 있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공교육 과정에서 현장실습을 책임지고 운영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 교사는 학교에 있고, 학생은 산업체에 가 있는 상황에서는 안전하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기업에 수업 시간을 통째로 내주고 학생을 보내기만 하면 저절로 교과 연계 실습이 될 거로 믿는 것은 환상이다. 교육부가 직업교육을 외주화하고 학생을 책임지지 않는데 산업체가 알아서 책임지겠는가. 교육부도 산업체도 책임지지 않는 현장에 처음 나간 학생은 ‘노동자이면서 학생’인 특수신분으로 안전과 생명을 위협받는 더 취약한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것이다.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모임_2022. 1. 12.(제공: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직업계고 현장실습 피해자 가족모임_2022. 1. 12.(제공: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공교육 과정에서 직업교육의 길 찾아야

 

그간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는 산업체 탓만 하며 학생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 왔다. 산업체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이지 학교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더 늦기 전에 현장실습이라는 교육제도가 조기 취업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결과 이어진 사고에 대해 성찰하고 대안을 내야 한다. 안전한 학교를 위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교육부는 2012년 현장실습 전 노동 안전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는 정책 수립 이후 학생과 교사 대상 교육을 확대해 왔지만, 온라인 교육 중심으로 진행해 왔다. 내용 또한 전공과 계열에 맞는 노동 안전교육보다는 「근로기준법」 일부와 직업윤리로 채워져 실효성이 떨어졌다. 노동 안전교육이 부실하다 보니 학교 실습실 환경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산업체에 나갔을 때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아채기 어려웠다. 공교육 과정에서 안전한 실습 환경을 경험하며 안전과 위험에 관한 감각을 익힌다면 어떤 공간에서든 안전에 대한 권리에 예민해질 수 있다.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안전과 생명에 관한 예민한 감각을 기르는 교육을 내실 있게 해야 하는 이유다.

 

내실 있는 교육과 함께 학교 공간 자체가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학교 실습실은 학생이 실습하는 공간이면서 실습 지도 교사의 일터이기도 하다. 2016년 서울의 공업고 실습실 환경 조사 결과 산업체 현장과 유사하게 학생과 교사 모두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실습 기자재와 안전시설에 관한 기준이 없고, 새로 생겨나는 학과에 따른 교육 기자재에 대한 점검 기준도 없었다. 그러나 위험한 환경을 확인하고도 이후 대책 마련은 더디기만 하다. 그 사이 5년간 3D 프린터를 사용해 수업하던 교사가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2020년 7월 육종암으로 사망했다. 또 다른 2명의 교사도 같은 질병으로 힘겹게 투병 중이다.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은 안전할까?

 

위험은 산업체에만 있지 않다. 또, 산업체만 법을 잘 지킨다 해서 안전할 수 없다. 산업체에 안전 책임을 묻는 것 못지않게 학교 실습실, 학교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장실습에 대한 교육적 관점 정립은 물론 안전한 학교, 안전한 실습에 대한 다른 접근이 없다면 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는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을 내왔다. 그러나 도돌이표처럼 유사한 진단과 대책이 오갔을 뿐 학생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조기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이라는 교육제도를 활용해 온 근본적인 문제를 살피지 않고 그때그때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노동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다. 너무 늦어 안타깝고 참담하지만, 지금이라도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멈추고, 공교육 과정에서 이뤄져야 할 직업교육의 길을 찾아야 함께 안전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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