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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톺아보기 [2022.05] 군인권보호관제도 신설 배경과 발전 방안

글 박문언(한국국방연구원 병영정책연구실장)

 

군인권보호관제도 신설 배경과 발전 방안

 

군인권 강화를 위한 군인권보호관제도 신설

 

20년 넘게 군인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었고 현재 군인권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군인권보호관이 올해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임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기쁘다. 2014년 4월 7일 발생한 윤 일병 사망사건 등 군 내 기본권 침해가 근절되지 못하고 군의 사기 및 전투력이 저하되는 상황에서 군인의 기본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기 위해, 2015년 12월 29일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하 「군인복무기본법」이라 함)이 제정되었다.

 

「군인복무기본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군인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해 군인권보호관 규정이 있었다(제42조). 하지만 2022년 1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법」이 개정될 때까지, 군인권보호관을 국방부,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회 중에 어떤 국가기관에 설치할 것인지에 대해 10개에 가까운 법률안들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논의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관련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잠정적으로 합의된 이후에도 군인권보호관의 법적 지위와 구체적 권한 및 세부조직의 문제 때문에 제도의 시행이 계속 지체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의 개정을 통해, 군인권보호관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중에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이 겸직하고(제50조의2), 소위원회의 하나로서 군인권보호위원회가 군인권 침해 예방 및 군인 등의 인권보호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설치되었다(제50조의3). 군인권보호국 소속으로 군인권보호총괄과, 군인권조사과, 군인권협력지원과를 설치하여 군인권보호관이 실질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 그 소속기관 직제」 제9조의3).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하면, 군인권보호관은 긴급을 요하거나 미리 통지를 하면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는 사전 통지 없이 군부대를 직접 방문조사를 할 수 있다(제50조의4). 군인 등이 복무 중 사망한 경우 국방부 장관은 즉시 사망 사실을 군인권보호관에게 통보해야 하며, 관련 사건의 조사나 수사에 군인권보호관이나 소속 직원이 입회할 수 있다(제50조의6). 군인권보호관은 필요한 경우 자료나 물건의 제출을 요구하거나 현장조사 및 감정을 할 수 있으며(제50조의7), 군인권 침해사건의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국방부 장관에게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제50조의7, 제50조의9).

 

 

군인권보호관 설치 경과

 

외국의 군인권보호제도

 

‘옴부즈맨(Ombudsman)’은 스웨덴어로 대리자·대표자를 뜻하는데, 국가 권력에 대한 통제장치로 시민들에 의해 제기된 민원을 해결해 주는 제도다. 특히 군옴부즈맨은 국가별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데, 크게 보며 일반 옴부즈맨 기구, 군내 감찰관(Inspector General), 별도의 군옴부즈맨 기구의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인 옴부즈맨 기구는 의회(스웨덴, 핀란드, 덴마크)나 행정부(호주, 프랑스, 조지아)에 설치되어 있으면서 일반 진정사건뿐만 아니라 군의 진정사건까지 처리한다. 군으로부터의 독립성은 유지되지만 군 사건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 문제이다. 반대로 군내 감찰관 조직은 군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군 지휘부로부터 조직·업무적 독립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네덜란드는 전역을 앞둔 장성(중장)을 보직하고, 미국은 민간인을 임명하되 국회에 격년으로 보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별도의 군옴부즈맨 기구는 군내 진정사건 처리를 위해 의회(독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보스니아)나 행정부(영국, 캐나다, 아일랜드)에 군옴부즈맨을 설치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주로 국방부에 설치된 경우가 많은데 조직적으로 국방부에 속하지만, 진정사건의 처리에 있어서는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외국의 군옴부즈맨은 헌법(스웨덴, 독일, 핀란드)이나 법령에 의해 설치되며,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국내법 및 국제법 준수의 감독, 사건의 조정, 교육, 진정사건의 조사 및 권고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어디에 설치되었는지에 따라 예산과 조직의 독립성 정도가 국가별로 상이하지만 대체적으로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권한이 인정된다. 일반적으로 군옴부즈맨이 우선적으로 일차적인 조사를 할 수 있지만, 영국이나 아일랜드의 경우는 필수적으로 군의 일차적 조사를 인정하여 군내에서 관련 문제를 먼저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옴부즈맨은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진정사건의 조사에 있어 필요한 관련 정보의 공개나 열람을 요구할 수 있고, 이러한 요구가 거부되는 경우 사법기관에 의한 검토까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임무 수행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일처럼 부대방문권이 보장되는 국가도 있으며, 국회나 일반 국민에 대한 보고 및 국방부에 대한 권고는 다수 국가에서 인정되고 있다.

 

 

28사단 윤일병 사건 관련 군 인권문제 긴급토론회 _ 2014. 8. 13. (미래방송 영상 캡쳐)
28사단 윤일병 사건 관련 군 인권문제 긴급토론회 _ 2014. 8. 13. (미래방송 영상 캡쳐)

 

군인권보호관제도 발전 위해
국방부와 군인권보호관 신뢰 형성 필요

 

군인권보호관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3가지 사항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군과 군인권보호관 사이의 신뢰 형성에 관한 것이다. 군인권보호관의 권한과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와 국방부 사이에 몇 가지 사항에 대해 의견 차이가 존재했었다. 수사나 재판 관련 사건에 대한 진정조사와 자료 제출, 사망사건의 통보와 조사, 군부대의 방문조사에 관한 것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의견 대립의 밑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의 부족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군인권보호관의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 영국의 군옴부즈맨 활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군진정감독관(Service Complaints Commissioner)은 국방부 소속이지만 국방부 밖의 장소에 별도의 기관으로 설치되어 있고 여왕에 의해 임명되며 임무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2016년 군진정감독관이 임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국방부와 군진정감독관 사이에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업무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준비과정을 통해 군진정감독관은 군의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으며, 군도 군진정감독관의 진정성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우리나라도 군인권보호관이 임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국방부와 군인권보호관 사이의 신뢰와 상호 이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군은 군인권보호관을 통해 군의 노력만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제도·법률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군인권보호관은 군을 문제의 조직으로 생각하지 말고 군의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병 인권보호를 위해 군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군에 정말로 필요한 제도와 방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군과 군인권보호관 사이에 이러한 신뢰 관계가 마련된다면, 부대방문조사, 진정사건 관련 자료제출, 군내 사망사건에 대한 입회 등의 문제는 구체적 규정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어렵지 않게 해결될 것이다.

 

군대 내 인권 보장을 위한 3대 법률 제·개정안 의견청원 기자회견_ 2014. 12. 1.(제공:참여연대)
군대 내 인권 보장을 위한 3대 법률 제·개정안 의견청원 기자회견_ 2014. 12. 1.(제공:참여연대)

 

그리고 장병들이 군인권보호관의 존재와 역할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자유롭게 진정을 제기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군인권보호관뿐만 아니라 부서의 직원들이 최대한 시간을 활용하여 부대를 방문하고 장병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제기된 진정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사를 통해 그 결과를 진정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하게 설명하되, 진정인이나 진정인이 근무하는 부대의 다른 장병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군인권보호관제도의 정착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장병의 인권보호를 위해 국제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군이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군이 장병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제네바 안보 분야 거버넌스(Geneva Centre for Security Sector Governance)에서 개최하는 ‘국제군옴부즈맨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f Ombuds Institute for Armed Forces)’에 매년 참여하여 우리 군의 장병 인권보호에 대한 노력을 설명하고 외국의 유용한 제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군인권보호관제도의 시행에 맞추어 우리나라에서 국제군옴부즈맨회의를 개최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상으로 인권보호관제도의 신설배경과 과정, 외국의 군인권보호제도 및 향후 군인권보호관제도의 발전 방안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오랜 논의 끝에 어렵게 시작되는 군인권보호관이 장병의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 친화적인 병영문화를 만들어 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제도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문언 한국국방연구원 병영정책연구실장은 국방부 군인복무기본정책위원회와 국방부 규제개혁심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군인권평가지표 및 평가체계 개선방안 연구』(2018), 『유해발굴감식업무 발전방향 연구』(2019) 등 연구실적을 발표하며 군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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