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표현의 자유 언론통폐합(1980)
1980년 11월 12일 언론사 사장들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전화의 정체는 이틀 후인 11월 14일 한국신문협회와 방송협회의 임시총회에서 ‘건전언론 육성과 창달을 위한 결의문’으로 드러났다. 이 결의문으로 전국 64개 언론사 중 46개가 문을 닫거나 경영권을 빼앗겼다. 물론 이 결의문이 자발적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전화의 발신지는 보안사. 언론통폐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 임시총회 모습
 
통폐합의 대상이 된 언론사들은 11월 17일 각각 지면을 통해 그 사실을 발표했고 모든 통폐합 작업은 신군부에 의해 신속히 진행되었다.
한국일보는 서울경제신문을 빼앗겼고 신아일보는 경향신문에, 내외경제는 코리아헤럴드에 통합되었다. 또 1도1지 원칙에 따라 14개였던 지방지는 10개로 줄었다. 통신사는 모두 연합통신으로 통합되어 각 언론의 지방주재원 대신 연합통신에 의한 뉴스배급만이 허용되었다.
 
신문보다 방송은 더 변화가 커서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으로 이원화되어있던 방송구조는 KBS와 MBC를 중심으로 하는 공영방송 체제로 재편되었다. TBC(동양방송)와 DBS(동아방송)는 KBS에 흡수되었고 MBC는 계열방송사의 주식 51%를 양수해 지방방송망으로 흡수하였다. 그리고 MBC 주식의 65%를 다시 KBS가 차지하여 사실상 모든 방송이 국가에 장악되었다.
 
또 CBS는 더 이상 보도기능을 하지 못하고 순수 종교방송만 허용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뉴스를 방송하던 도중 원고를 읽던 여자 아나운서가 울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놀란 신군부는 없어지는 방송국에 고별방송에서 울면 안된다는 보도지침을 내려보냈다. 그러나 TBC에서도 고별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은하, 탤런트 강부자가 울어버리는 사건이 다시 발생했다. 결국 이들은 한동안 TV에 출연하지 못했다.
 
이러한 언론사 통폐합 외에 신군부가 언론장악을 위해 내린 또다른 조치는 언론인 강제해직이었다. 신군부는 그간 정보기관의 자료를 바탕으로 언론계의 30%를 반정부세력으로 규정한 뒤 각 언론사에 이들을 해직하도록 강요하였다.
2010년 7월 진실화해위원회가 밝힌 '1980년 언론사 통폐합 및 언론인 강제해직사건 조사결과발표'에 의하면 이렇게 해직된 언론인은 1000명 이상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삼청교육대에 끌려가거나 해직 이후에도 취업제한에 묶여 생존권의 위협을 당하였다.
 
언론사 사장들의 회사포기 각서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1980년 3월 당시 신군부는 군부가 집권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언론을 통제하는 계획을 세우고 4월부터 언론사주 및 언론인에 대한 동향파악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해 11월 역사상 유례없는 언론사 강제 통폐합을 단행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언론사가 보안사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통해 위협하거나 권총을 소지하고 사주들에게 강제로 포기각서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에 대해 진실화해위는 언론통폐합 사건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언론 자유의 침해로 인정하고 관련 피해자에 대한 사과 및 명예회복 등 적절한 구제조치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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