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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6.07] 학생인권, 뭣이 중한디?!

글 박광우 그림 아이완

 

학생인권 뭣이 중헌디



아동ㆍ청소년인권, 특히 학생인권은 우리사회에서 여전히 논쟁이 많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그동안 권고한 학생인권 관련 결정도 그랬다.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가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고전적인 사례다. 당시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그 자체로 고정관념을 뒤엎는 것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일기 작성의 습관화, 생활 반성, 쓰기 능력의 향상 등을 목적으로 어린이들에게 일기를 쓰도록 하고 이를 선생님들이 검사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일기 검사의 교육적 목적은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2005년 3월의 의견표명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많았지만 당시 교육부 장관은 이를 수용했다. 일기쓰기를 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하고 이를 평가ㆍ시상하는 것을 지양하되 일기쓰기의 교육적 효과를 감안해서 지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관련 결정은 지금까지도 논란이다.

  초등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도 그렇다. 초ㆍ중등학교에서 일제고사가 부활한 2008년은 이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다. 급기야 일제고사를 거부한 초등학교 교사들이 해임당했고 이에 항의하며 출근을 강행하던 교사와 저지하는 학교장과의 마찰이 빚어졌다. 이 와중에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일부가 수업시간 전에 교문 앞에서 '선생님을 빼앗지 말아주세요'란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는데, 이를 본 학교장이 학생들이 동의 없이 피켓을 수거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교장의 행위에 대해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하고 학교장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교육 을 권고했다. 해당 학교장은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 사건 역시 사회적으로 논란이 적지 않았다.

  최근 인권위가 발표한 교내 휴대폰 관련 권고도 있다. 지난 6월23일 인권위는 A중학교의 교내 휴대폰 절대 소지 금지 규정과 B고의 기숙사생 휴대폰 소지 금지 규정, C고의 주중 휴대폰 휴대 및 사용 금지 규정과 관련한 개별 진정사건에 대해 해당 학교장이 학생 등 학교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필요한 민주적 절차를 거쳐 휴대폰 사용방식을 정할 것을 권고한 결정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교육 및 공익을 목적으로 학생의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더라도, A중의 경우 등교 시 휴대전화를 거두고 하교 시 돌려주는 등 방법으로 수업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여 교육목적을 달성할 수 있고, 특히 기존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조사결과, 휴대폰 소지금지 규정 완화와 자율화가 각각 73.0%, 54.9%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한 점을 감안했다. 또 BㆍC고의 경우 4대의 공중전화가 있지만 다수의 학생이 일상적인 통화가 어려워 가족, 친구 등과 소통하지 못하는 시간이 지나치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인터넷 기사에 많게는 수천 건의 댓글을 통해 네티즌의 찬반논란이 제기됐다.


┃  헌법과 아동권리협약이 필요한 이유


  학생인권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학생에게 인권이 있느냐, 그래서 학생인권을 보장할 것이냐로 요약할 수 있다. 국제기준은 우리나라 정부가 1991년 비준하여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다. 아동권리협약은 학생을 포함해 아동청소년에게 보장되는 인권의 목록을 담고 있는데 비준국인 우리나라는 이행책임이 있다.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청소년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권리가 있고, 나아가 어른이 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특별한 보호와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아동청소년을 미성숙하고 무능력한 통제대상이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인권과 시민권의 주체로서 어른과 동등한 사회발전의 동반자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사실 학교생활에서의 인권문제는 대부분 학교장이나 교사에 의해 발생한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려면 성적처리나 상급학교 입시에서 학교나 교사의 절대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혹시 있을 수 있는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인권위에 진정할 경우 사안에 따라 익명조사도 가능하고, 인권위법에는 진정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을 금지하도록 명문화되어 있어 우려일 뿐이지만) 학생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당위차원과 다른 지극히 현실적인 제약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여 시정을 이끌어 냈다면 이는 큰 용기의 결과다.

  휴대폰 제한, 직접체벌은 물론 간접체벌을 당한 경우, 두발제한, 고정식 명찰의 사생활침해, 자율학습 강요, 흡연관련 지도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출석번호 남녀차별, 각종 징계와 관련하여 적법절차 준수여부,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침해, 종교의 자유 침해 등과 관련하여 인권위가 그동안 조사하여 시정 권고 한 수많은 사건은 한결같이 인권침해와 차별의 문을 용감하게 두드려서 열리게 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못하면 제3자가 나선 경우도 있다. 지난해 고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에서 추모곡을 부른 아동합창단이 추위에 방치되었다는 진정이 대표적이다. 당시 인권위는 이 진정에 대해 피해자인 합창단원과 학부모들은 조사를 원치 않아 진정사건은 각하하였으나 앞으로도 국가행사에 아동합창단이 출연할 수 있기 때문에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개선 권고를 했다. 인권위는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국가행사에 아동이 참여하는 경우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아동 인권 보호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 장관은 향후 <정부의전편람> 개정 시 인권위 권고를 반영하겠다고 회신해왔다.

┃  인권위도 고민이 많다


  물론 이들 사건에서 인권위가 학생인권이란 측면만 보고 학교나 교사의 입장은 물론 교육적 측면은 도외시한 채 일방적인 결정을 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휴대폰 결정만 하더라도 그렇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에서 학교 본연의 임무 달성과 교육 목적 실현, 내부질서 유지를 위해 자율적으로 학교 생활 규정을 마련하여 운영하는 것은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였다.

  다른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적처리나 생활기록부 기재와 같은 교사의 재량권 범위인 사항인 경우, 두발의 경우 외모에서 굴욕 또는 모욕감을 느낄 정도가 아닌 경우, 교칙 개정과정에서 학생 등의 충분한 참여기회를 제공한 경우 등은 인권침해로 판단하지 않은 사례도 많다. 학교현장에서 흡연단속의 경우도 그 정당성은 인정하되 방법이 인권친화적인지 여부에 대해 고심해 판단하였다. 따라서 인권위 결정은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나온 옥동자라고 할 수 있다.

┃  상상력과 창의력의 힘


  그런데 인권위 시정권고를 이끌어낸 사건들을 보면 그 시작은 상상력, 창조적 사고도 작용한 것 같다. 고정식 명찰이 사생활침해라는 진정을 한 학생만 보더라도 그렇다. 학교 안에서는 그렇다치더라도 학교 밖에서까지 고정명찰을 착용하게 하여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에게까지 이름???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현실우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 사건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학교 내에서 학생 생활지도와 교육에 필요한 경우 합리적 이유가 있지만 학교 밖에서는 사생활 침해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등 그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시정권고하였고, 지금 대부분 학교에서는 탈ㆍ부착식 등 고정식 명찰로 거의 사라지고 있다.

  사실 인류 역사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이끌어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이 각종 도구를 사용하고 개발한 것, 비행기로 하늘을 나는 것, 달에 착륙한 것 등 수많은 인류 진보의 시작은 현실에 발딛고 있으면서도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인권의 역사도 그렇다. 노예해방, 여성참정권 등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한동안 현실로 인정하고 받아들였던 것들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믿음과 꿈에서 시작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인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상상력과 창의력은 학생들의 교육과 성장을 도모하는 교육현장에서야 말로 존중하고 배양시켜야 할 필수적인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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