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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동행 [2023.01] “수온이 오르고 광어가 죽으면 우리 미래도 없습니다”

글/사진. 최우리(한겨레 기자)

 

농사용 전기요금이 올라 괴로운 제주 양식장 김성석 대표의 겨울

 

<한겨레>에서 기후환경 관련 기사를 주로 작성하고,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는 제11회 인권보도상 대상(‘기후위기와 인권’ 기획 보도)을 수상한 최우리 기자가 기후변화 최전선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만나 보는 코너입니다.

 


김성석 해맑음수산 대표가 양식장 수조에서 기자에게 현재 수온을 설명하고 있다.김성석 해맑음수산 대표가 양식장 수조에서 기자에게 현재 수온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현 피쉬케어랩 연구소장이 형인 김성석 해맑음수산 대표의 양식장에 서 있다.
김성현 피쉬케어랩 연구소장이 형인 김성석 해맑음수산 대표의 양식장에 서 있다.

 

계묘년은 시작되었지만, 우주의 계절은 여전히 한 겨울이었다. 북극의 온난화로 찬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앉는 것을 막아주던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지면서 지난 겨울도 한파와 폭설이 이어졌다. 한국인들의 포근한 휴양지 제주도는 폭설과 강풍으로 설 명절을 포함해 수일 동안 수백편의 비행기가 육지로 뜨지 못하고 결항됐다.

 

제주 성산 온평리에서 넙치 양식업을 하고 있는 해맑음수산의 김성석 대표(54)의 양식장을 찾아간 1월 27일 금요일도 알이 굵은 싸락눈이 날아와 양볼과 두꺼운 겨울 외투 위를 험상궂게 두들길 만큼 눈보라가 쳤다. 자연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제주의 하늘답게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눈을 뿌리던 회색 구름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김 대표와의 만남을 안내한 제주 어류양식수협의 김성훈 홍보전략팀장은 “제주에서 이런 날씨는 흔하다”라고 말하며 도시에서 온 기자를 달랬다.

 

제주를 찾은 이유는 지난해 연말 제주 서귀포시 해안도로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현수막때문이었다. 제주에서 넙치(광어) 양식을 하는 350곳 양식장을 대변하고 있는 제주 어류양식수협 등 도내 어업인들은 지난해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발표되자 이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현수막에 적힌 글귀는 이러했다.

 

“업종별 형평성 무시한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철회하라!”

 

김성석 대표의 양식장 내부
김성석 대표의 양식장 내부

 

 

전기요금과 기후변화의 상관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생각을 이어가다보면 전기요금 인상은 결국 기후위기 시대 한국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과제임을 인식하기 어렵지 않다.

 

세계적 과제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원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너무 익숙해진 화석연료 의존도를 급격히 낮출 수는 없기에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가 장기적 과제로 ‘탈탄소·에너지 전환’ 정책을 설계해가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천연가스를 무기화한 러시아 정부에 의해 유럽 에너지 수급 불안이 현실화되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장기 대책인 기후변화보다 급한 불인 에너지 수급 상황부터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당장 쓸 전기를 만들지 못하면 공장이 가동을 하지 못하고 덥거나 추운 하루를 버텨낼 수가 없었다. 석탄·천연가스에 의존한 발전 비중이 전체 전력 발전량의 6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역시 비싼 가격을 주고서라도 원료를 수입해야 하고 오른 가격만큼 시민들에게 청구하는 전기요금을 올리게 됐다. 30조원 가까이 누적된 한국전력의 적자 상황도 더 이상 두고볼 수는 없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전기요금을 두차례 올렸다. 다만, 산업용 15%, 일반용 18%, 농사용 35~74%씩 물가를 고려해 차등 적용했다. 농사용 전기요금을 그동안 저렴하게 이용해왔기 때문에 이를 현실화한다는 논리였다. 이때문에 농사용 전기요금을 이용하는 많은 농어민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었다. 특히 전기 사용이 많은 제주의 양식장은 좀 더 저렴한 농사용 전기요금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당장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서귀포 해안도로에 걸려있던 현수막 역시 그런 외침을 담아 적은 것이었다.

 

이날 만난 김 대표는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기자의 질문에 하소연하듯 말을 쏟아냈다.

 

 

 

넙치 양식장에서는 전기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나요?

 

“24시간 바닷물을 끌어올리고 이를 수조로 보내는 동력펌프를 가동해야 합니다. 하나의 양식장을 기준으로 1500~2000평짜리 양식장에서 최대 부하 계약 전력(700~750㎾) 중 한 달에 약 400~500㎾를 사용하지요. 보통 월 1000~1300만원씩 전기요금을 냈는데 지난해 4월, 7월, 10월에 요금이 인상되면서 10월에는 월 2천만원씩 내야 합니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1년이면 1억원 이상을 더 내야 하는데, 앞으로도 전기요금이 더 오른다고 하니 막막한 겁니다. 지금 에너지 수급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비상이니까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양식장 입장에서는 전기요금 부담으로 광어 원가가 올라도 소비자들에게 이를 부담시킬 수는 없어요. 그러면 소비자들은 회 안 먹고 수입산 연어 먹으면 된다고 할 거예요. 우리로서는 소비자들의 외면이 가장 무섭습니다.”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정부의 당위성은 인정하신다고요?

 

“당위성은 인정하지요. 원가가 올라갔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제가 느낀 것은 저희와 같은 1차 산업이 붕괴되는 것은 나라의 큰 손실이라는 것입니다. 넙치 품종을 양식하는 기술이 쉬워 보여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유전적으로 멀고 건강한 넙치들을 골라 수정란을 만들어내고 치어를 생산하고 그 물고기를 키워 어미를 만드는 이런 밸류체인 자체로는 한국이 세계 1위입니다. 양식장이 힘들어지는 걸 두고 단순히 ‘회 안먹으면 된다’고 접근하면 안되는 이유가 이런 거죠. 기술도 사장되고 산업이 죽으면 결국 대한민국의 손실입니다.”

 

 

전기요금이 올라 얼마나 부담스러운건가요?

 

“요즘 넙치의 원가는 ㎏에 1만 2~3천원 정도입니다. 지금 판매가격이 ㎏당 1만4천원 정도이니 남는 게 없어요. 사료값, 물고기 보관료 등 모든 과정에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모든 산업 과정에 에너지가 필요하죠. 모든 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넙치의 소비자 가격을 올릴 수는 없죠. 공산품처럼 넙치를 떨이로 판매할 수도 없고요. 그러니 원가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겁니다.”

 

 

현수막에도 나타나 있지만, 1차 산업을 나 몰라라하는 정부에 서운하신 것도 같습니다.

 

“서운함이라기보다 우리도 반도체 산업만큼이나 중요한 산업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어떤 에너지 전문가는 그러더라고요. (전기요금 올라 힘들다고 하니) 이제 회 안 먹으면 된다고요. 그런데 우리도 국민들에게 질 좋은 단백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구제역이나 AI와 같은 가축 전염병이 돌았을 때 정부가 지원해주고 보상해주지 않았다면 그 산업이 유지가 됐을까요? 잘 나가는 대기업들은 에너지 요금 부담을 봐주고 1차 산업인 농수산 쪽은 (요금) 부담을 더 늘렸어요. 그동안 싸게 전기요금을 이용해왔다는 이유에서 농사용을 올려서 균형을 맞췄다는 그런 논리로 접근하면 위험합니다.

 

저희도 막막해서 시위에 나섰지만, 국민들이 공감해주지 않는다면 시위도 소용이 없습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어민들이 왜 나서는지 이런 부분까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김성석 대표 양식장의 광어들.
김성석 대표 양식장의 광어들.

 

제주 어류양식수협의 통계를 보면 2021년 제주에서만 974톤(2208만달러·한화 271억원), 2022년에는 1160톤(2272만달러·279억원)의 넙치를 미국, 일본, 베트남 등으로 수출했다. 김 대표도 220㎏의 광어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수출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 국가 주요 수출품 중에 넙치가 들어 있지는 않지만 양식업 세계에서 한국 넙치는 경쟁력을 갖춰왔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었다.

 

김 대표의 집안은 대대로 바다와 넙치가 함께 했다. 제주 서귀포 지역이 고향인 김 대표는 부모가 1989년 시작한 넙치 양식업을 그대로 가업으로 이어받았다. 김 대표뿐 아니라 김 대표의 가족들은 모두 바다와 넙치와 미래를 함께하고 있다. 김 대표의 막내동생 김성현(43) 피쉬케어랩 연구소장은 노르웨이에서 넙치류의 질병을 연구했고, 김 대표의 네 자녀 중 두 명도 외국에서 생선 기생충과 무역을 배우고 있다. 넙치의 생존이 이들 가족에게는 과거와 현재, 내일이었다.

 

 

넙치 양식 산업이 잘못될 경우 피해를 보는 분들은 가족분들 말고 또 누가 있으신가요?

 

“저와 함께 일하는 양식장 직원들만 14명입니다. 그리고 수정란 생산업체와 치어를 만드는 종묘업체, 70~80일 된 작은 새끼 넙치 생산업체, 그런 작은 새끼 넙치를 더 크게 키우는 중간 육성 업체 등이 다 구분돼 있습니다. 이후 활어를 유통하는 중매인과 운송업체 기사들이 있습니다. 또 양식장 전기장치나 바닷물 펌프 장치를 정비하는 기술자, 사료와 약품 납품하는 공급업체 직원들까지 양식 산업 생태계가 그동안 널리 갖춰져왔습니다. 양식업은 제주에서 감귤 산업 다음으로 큰 산업입니다. 딸린 식구들이 많습니다.”

 

 

양식업을 하지 않을 때 다른 일을 하시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우리가 전기요금 문제에 왜 이렇게 나서냐 하면요. 지난 30여년 동안 기술 발전을 해서 생산성을 높여왔어요. 그런데 천천히 요금을 올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갑자기 올려버리니까 체력이 못 받쳐주는 겁니다. 이렇게 양식장 어민들이 나가떨어져 버리면 그들은 다시는 이 업으로 못 돌아와요. 그러니까 다른 일을 상상해본 적이 없죠. 차라리 국가에서 이 산업은 접어라라고 알려주면 마음이 편하겠어요.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그럴 수도 없고요.”

 

그동안 한전이 수십 억의 적자를 볼 정도로 전기요금이 원가와 비교해 매우 저렴하게 유지해 온 정부의 에너지 정책 때문에 산업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도 사실이었다. 제주의 양식업도 그랬다. 예전에는 바다 해상 가두리 양식만 했지만 점점 육상에서 수정란과 치어를 활용해 더 많은 양질의 넙치를 생산하는 기술을 갖출 수 있게 된 것도 저렴했던 전력요금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정부가 원가를 무시하면서까지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보장해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기후위기로 전세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 대신 다른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하고, 또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에너지 원료가 무기화되면서 에너지 빈국들은 속수무책으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에너지 요금을 내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요금은 수면 위에 떠오른 문제였을 뿐이다. 근본적으로 들여다볼수록 양식장의 모든 문제는 바다의 변화때문이었다. 제주 바다에서 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괭생이 모자반과 구멍갈파래가 왕성하게 번식하는 것도 점점 더워지는 제주의 온난화와 관련이 있었다. 김 대표의 양식장 수조는 제주 동쪽 지역을 지나는 지하 해수와 일반 바닷물을 섞어 넙치를 키울 물을 마련하고 있다. 이 물을 펌핑하기 위해 24시간 전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바닷물을 펌핑해서 수조를 채운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남았다. 바로 수온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 수온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도 높아졌다. 김 대표 역시 바다의 변화에 물음표를 던지다가 최근에야 모든 원인이 지구가 따뜻해졌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뒤 머리가 복잡해졌다. 인터뷰를 진행한 김 대표의 사무실에는 양식장 곳곳을 비추는 폐쇄회로 텔레비전 화면이 연결돼 있었다. 화면마다 수조의 수온이 표시돼있었다.

 

 

바닷물의 수온이 그동안 얼마나 올랐습니까?

 

“35년 바다를 지켜보았습니다. 바다는 계절의 변화가 육지보다 약 한 달 늦습니다. 육지에서는 1월 중순이 한 겨울이지만 바다에서는 2월 중순이 최저 수온입니다. 대기 온도로 온난화를 느끼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게 태풍의 강도가 세지고 횟수가 늘어나는 겁니다. 특히 수온은 제가 양식업을 시작한 28년 전과 비교하면 2도 이상 올랐습니다. 제가 처음 양식장을 시작한 1995년 1월 최저 수온은 12도 이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월말인데도 14.2도입니다. 바다에서 1도는 육지에서의 10도 만큼 큰 변화입니다. 2도가 변했다는 건 물고기들에게는 어마어마한 변화일 겁니다. 지구에서 가장 넓은 태평양에 닿아있는 제주 바다가 이렇게 변한 겁니다.”

 

김 대표의 동생이자 넙치 질병 전문가인 김성현 피쉬케어랩 연구소장이 김 대표의 말에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양식산업에서의 가장 문제는 넙치 장에서 기생하는 기생충, 포자충입니다. 이 병은 기후가 따뜻한 지중해 지역에서 유행했는데 제주도에서 심각하게 느끼기 시작한 것은 5~10년 전부터입니다. 이 병에 걸린 넙치들은 장염을 일으키는데 탈수 증상이 나면서 몸이 마릅니다. 병원체를 확인해보니 지중해에서 유행했던 돔 양식산업에서 발생한 병원체와 동일했는데, 제주 바다 수온이 오르니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거죠. 이 포자충은 20도 이상에서 주로 활발히 활동하다 겨울이 되면 보통 활동을 멈추는데 요즘은 겨울에도 온도가 내려가지 않으니 체내 감염된 상태가 이어지는 거죠. 제주 바다가 양식업을 하기 매우 적정한 수온이었는데 아열대화되면서 물고기에게 안 좋은 바이러스와 기생충도 따라 붙는 겁니다. 지금으로서는 약품도 다양하지 않고 연구도 덜 되어서 치료가 어렵습니다.”

 

 

김성석 대표 사무실에 있는 양식장 수조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
김성석 대표 사무실에 있는 양식장 수조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

 

넙치가 건강하지 않으면 상품으로 팔기가 어려워질텐데요.

 

“그게 문제인 거죠. 바다의 변화는 그 끝을 모릅니다. 가장 기초 생물인 플랑크톤부터 대형 해양동물까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연구가 된 적이 없으니까죠. 당장 돈이 되지도 않으니까 정부의 투자도 기대하기 어렵고요. 기후변화를 느끼는 어민들만 마음 고생하고 있습니다. 높은 수온이 점점 더 오래 지속되면 바다도 여름이 길어지고 기생충도 잘 성장해 물고기가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고 말라죽는 거죠. 물고기는 변온동물이니까 수온이 떨어지면 물고기들이 잘 이겨내지만 그렇지 않으니 폐사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겁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아니지만 물의 질이 달라지면 상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지니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낍니다.”

 

유엔 전문기구이자 전세계 1천 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는 한반도 해역에 대한 미래 전망 분석 결과가 실려 있다. 1995년부터 2014년까지 약 20년 동안의 바다 상태를 현재 기준이라고 볼 때, 2040년 이내 해수 온도는 1~1.2도가 오르고 해수면 높이는 10~11㎝ 높아진다고 과학자들은 내다봤다. 2081년 이후 해수 온도는 탄소를 많이 줄일 경우 1.8도 더 오르고 해수면 높이는 28㎝ 상승했다. 그러나 탄소를 줄이지 못하고 많이 배출할 경우 온도는 4.5도가 오르고 해수면 높이도 66㎝ 더 올라간다고 했다. 전지구 평균으로 볼 때 한국은 해수온도가 평균값보다 0.8도가 더 높았다. 해역별로 보면 수심이 얕은 서해가 가장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고 동해와 남해가 그 뒤를 이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환경문제에 깊이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환경운동가가 아닌 데도 기후 환경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신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일부 시민들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이 기후·환경 문제입니다. 산업계 전 분야에서의 탄소 배출 문제를 심각하게 따져야 합니다. 우리 양식장 어민들은 최전선에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우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어떤 나라는 자기가 살고 있는 영토가 해수면이 상승해 물에 잠긴다고 하는데 개개인이 심각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모든 정책이 기후변화 대응에 집중해야 해요. 인류의 큰 위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환경론자는 아니지만 수온이 오른 것 자체만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바다는 쉽게 변하지 않아요. 나는 바다때문에 먹고 살지만 바다때문에 미안합니다. 말없이 계속 받아들이기만 하다 이제 표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슈퍼태풍과 높은 수온으로 서서히 울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다가 미치면 그때는 정말 모두에게 종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각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정치적으로 서로 환경론자, 발전론자, 개발론자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겠죠. 그런데 정말로 삶의 문제로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저는 바다 수온을 매일 체크하면서 지내다보니 기후변화 문제에 눈을 뜨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고 나니 주변 개발 현장에 대해서도 판단하기가 참 어려워져요. 필요하니까 개발하는 것일 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자연에 어떤 영향, 어떤 파괴를 부를지 걱정돼요. 그렇다고 원시적으로 살 수는 없잖아요. 이제는 탄소 배출량이 적도록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모든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 다같이 살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인권의 문제라는 말은 약 1시간 30분 동안의 대화에서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바다를 자세히 보고 느끼고 있는 김 대표를 포함한 양식장 어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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