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보기 [통권158호 2025년 5월*6월.05~06] #3 청소년 인권의 새로운 불을 켜는 사람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인권>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 인터뷰
“청소년에게 집다운 집을”이라는 슬로건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현장에서 힘쓰고 있는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의 변미혜, 김시연 활동가를 만났다. 밝은 표정의 그들은 진지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인터뷰 내내 활기찬 에너지가 넘쳤다.
Q.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온’은 어떤 단체인가요?
김시연 활동가 저희 단체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청소년 주거권 운동을 하는 네트워크 연대체입니다. 처음에는 청소년을 직접 지원하는 현장에서 ‘청소년의 주거권 의제를 사회에 던져 보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 보자는 결의를 다진 네트워크가 모여 2023년에 창립했습니다.
변미혜 활동가 저희 단체는 청소년 주거권 의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관련 정책을 제안하거나 검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에서 청소년 주거권이라는 의제가 아직은 낯선 것이기에 대중에게 이를 알리고, 설득하기 위한 캠페인 활동들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책과 연극으로 선보이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분들과 실제로 직접 주거를 계약하고 지원하며 동행하는 사업도 시작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Q. 청소년 주거권 운동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시연 활동가 가정 밖 청소년도 집다운 집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와 대중 미디어를 통해 가정폭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 밖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보니, 각자 오랜 고민 끝에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다양한 이유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원가정으로부터 탈출한 청소년들은 친구 집에서 얹혀 살거나 하루하루 머무를 곳을 전전하는 등 위험에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청소년 쉼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용하기까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먼저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야 하고, 공동 생활을 위한 규칙에 맞춰 살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쉼터는 원가정 복귀를 전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되도록 원가정으로 돌아가도록 계속해서 독려하고, 요구를 하거든요. 하지만 원가정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청소년은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미혜 활동가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떻게 청소년과 같이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능력 중심주의가 지배한 사회 속에서 학교는 무조건 다녀야 되고, 어른 말은 다 잘 들어야 되고, 공부는 잘해야 하고, 공부를 못하면 문제아라고 보는 시선들을 당연하다고 여기죠.
청소년 주거권 문제는 단순히 가정 밖 청소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입니다. 청소년들이 집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복합적이고 사회적인 이유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통념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을 문제아로 낙인찍고, 편견과 선입견을 조장하며, 그 책임을 가정과 개인의 탓으로 떠넘기고 있어요. ‘부모가 자녀를 책임져야지’, ‘자녀는 부모 아래에서 같이 살아야지’와 같은 사회적 인식도 청소년들을 더욱 고립시키고, 사회가 문제를 회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Q. 말씀을 들어 보니 청소년에게 처해진 상황과 문제는 복합적인데 사회는 단편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현재 청소년의 주거권과 관련된 정책은 어떻게 마련되어 있나요, 현존 정책에 한계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시연 활동가 저희 단체가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문제가 “청소년 정책에는 주거가 없고 주거 정책에는 청소년이 없다”인데요, 실제 청소년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살펴보면 쉼터 입소와 관련된 내용만 있고 ‘주거’에 대한 지원은 하나도 없습니다. 반대로 주거 정책에도 청소년 정책은 없고, 홈리스 기본 정책에도 연령 기준에 따라 청소년은 배제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청소년을 위한 주거 정책은 전무하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변미혜 활동가 자립 준비 청년의 지원이 확대되면서 쉼터를 이용했던 청소년들도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지원 제도가 생겼어요. 하지만 실제로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왜냐하면 쉼터를 2년 이상을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게 쉼터를 오랫동안 이용하는 청소년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주거권 정책의 혜택을 받는 연령층을 확대하고, 시설 이용을 기반으로 하는 정책들을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청소년도 집다운 집에 살게 하는 것입니다. 청소년은 어른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원치 않은 사람들과 북적북적 살게 하는 대책만 마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끼리 살면 정말 괜찮을까요?’, ‘안전하게 잘 살 수 있을까요?’ 하는 우려와 걱정이 있을 수 있죠. 저희가 이야기하는 주거권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집 뿐만 아니라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도적인 지원을 포함합니다. 주거 제도를 비롯한 그리고 자립 제도, 자립 정책 등이 모두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이렇게 설명을 듣고 보니, 청소년 주거권을 위한 운동이 기존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청소년 주거권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시연 활동가 현재 주거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는 ‘시설’을 전제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시설에 입소를 해야만 자립 교육도, 의료 지원도, 교육 지원도 받을 수 있죠. 반면 시설에 속하지 않으면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거예요. 쉼터는 3~6개월, 길어야 1년 정도 머무를 수 있는데, 쉼터와 같은 시설은 계속 살 수 있는 집으로 보기 어려워요. 그래서 시설에서는 긴급한 주거를 지원하고, 이후 안정적인 주거 환경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자립 지원 서비스를 연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홈리스 정책의 기본적인 혜택들을 청소년에게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처럼 어떻게든 시설에서 잘 버틴 다음에 원가정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아니라 홈리스에게 제공하는 하우징 퍼스트 정책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이는 각자의 삶에 맞는 집을 먼저 제공한 다음 필요한 지원들을 더 붙이는 형식입니다. 저희 단체가 “N명의 사람이 있으면 N개의 집이 있어야 된다”라고 강조하는 대목과 같아요.
Q. 그렇다면 청소년을 직접 만나는 활동가로서, 현재 청소년에 대한 사회나 정부의 인식에 대해 아쉬운 점이나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나요?
김시연 활동가 저는 아까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말씀해 주신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지금 사회는 ‘너무 불쌍하다’, ‘안 됐다’하는 인식에서 비롯된 현금성 지원에 치중된 경향이 있어요. 또 그런 인식 속에는 사회에서 원하는 기준에서 ‘정상적인’ 청소년이 되기를 요구하는 모습들이 있더라고요.
근데 아까 말씀해 주신 ‘패러다임의 전환’에 덧붙이자면, 청소년 주거권은 시혜적인 지원이 아닌 ‘권리’의 측면에서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어려도, 어떤 모습일지라도 안정적인 주거를 누릴 권리는 누구나 당연하게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청소년 개개인이 각자 살아내고 버텨온 삶의 맥락들이 있는데, 사회가 충분한 시간 동안 한 명 한 명 다각도로 보려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이렇게 청소년들을 위해 열정적이고 세심하게 활동하시는 활동가님들을 보며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김시연 활동가 저는 독자분들께서 청소년 주거권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주거권’ 앞에 어떤 대명사를 붙여도 그 의미는 다 똑같다고 할 수 있어요. 결국 청소년이 주거권을 보장받는 세상은, 비청소년인 우리 역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과 연결됩니다.
저희의 목표는 단순히 청소년이 잘 살게 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어떤 존재이든 이 사회에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청소년 주거권 문제를 바라봐 주시고 함께 연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변미혜 활동가 맞아요. 청소년 주거권 운동은 곧 우리 모두의 주거권을 위한 운동입니다. 청소년들의 주거권이 보장되는 세상이라면 우리 또한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추가로, 저희 단체에서 대중들이 청소년 주거권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두 권의 책을 발간했습니다. 청소년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하려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책을 통해 탈가정 청소년들과 함께한 집, 시설, 거리에서의 경험과 우리 사회가 만들어 가야 할 ‘청소년의 집다운 집’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는 3년간의 청소년 주거권 수다회 기록을 담은 <집 밖에서 집을 찾다>와 청소년 주거권 수다회의 희곡 <내 숨이 내 발등에 닿을 때> 입니다. 아래 QR코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 오주연(아시아경제신문 기자)
본지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우리 위원회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