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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말하다 [통권158호 2025년 5월*6월.05~06] #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내연락사무소(NCP) 제도 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 12. 12.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한 구제절차 중 하나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내연락사무소(NCP)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위원의 다양성 제고, 사무국 이전, 협력 강화 등을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내연락사무소(NCP) 제도 개선 권고

 

기업도 인권을 존중해야 하나요?

 

아이폰을 만드는 미국 애플(Apple)사의 시가총액은 3조 2,00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2024년 국내총생산(GDP)이 1조 9,000억 달러니까 한 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세계 10위권 국가인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을 능가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500억 달러이고 이는 뉴질랜드나 그리스 같은 세계 50위권 국가의 국내총생산과 비슷한 규모이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고, 그 시장 규모가 날로 비대해지면서 기업들의 영향력, 특히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은 소규모 국가들의 영향력과 비견할 정도로 커졌다. 물론 기업의 시가총액과 국가의 국내총생산을 단순비교하여 국가와 기업의 역량을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기업의 활동 영역과 영향력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물론이고, 고용된 인원 그리고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의 숫자가 굉장히 많아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과 맞물려 1980년대 이후 다국적기업들에 의한, 혹은 다국적기업들이 연루된 대형 참사가 연달아 발생하였다. 1984년 인도 보팔에 있는 유니온 카바이드(미국)의 살충제 공장에서 발생한 가스 유출 참사는 수천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1990년대 나이키(미국)의 하청을 담당하던 동남아시아 등지의 공장에서는 아동노동 착취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국가권력만이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유엔(UN)은 1970년부터 이미 다국적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위험을 감지하고, 다국적기업에 적용할 행동규범 수립 작업을 시작하였으나, 두드러진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한 규범적인 접근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기업과 인권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 존 러기(John Ruggie)가 입안한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원칙(UNGPs, 이하 ‘이행원칙’)>이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행원칙>은 기업으로 하여금 인권을 존중해야 하고, 기업에게 인권존중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 또한 국가와 기업은,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였을 때 구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이러한 <이행원칙>의 ‘보호, 존중, 구제’라는 틀은 이후 기업과 인권(Business and Human Rights) 분야에서 확고한 국제기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국제노동기구(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도 <이행원칙>의 내용을 수용하였다. 특히 OECD는 회원국의 기업이 해외 투자 및 생산 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행동 준칙으로 1976년 〈OECD 다국적기업 기업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이하, ‘OECD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고, 2011년 〈OECD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인권에 대한 독립된 장을 추가하였다(이는 <이행원칙>의 내용에 부합한다).

 

OECD는 2023년 7월 다국적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등을 구제하는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 제도의 효과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OECD 가이드라인〉을 다시 개정하였다.

 

 

국내연락사무소(NCP)란?

 

OECD 회원국의 다국적기업이 〈OECD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의심이 될 경우, 피해자를 포함한 누구나 국내연락사무소(NCP)에 ‘이의신청(specific instances)’을 제기할 수 있다.

 

국내연락사무소는 ‘이의신청’을 받은 후, 양 당사자의 의견을 들은 후 3개월(원칙) 내에 ‘1차 평가(initial assessment)’를 해야 하고, 추가 조사 및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1차 평가’ 이후에 추가 조사 및 조정에 돌입한다. 그 이후에도 양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연락사무소는 ‘최종 성명서(final statement)’를 발표한다. 국내연락사무소 제도는 다국적기업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에 대하여 사실상 사법적 구제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 상황에서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사안을 실질적으로 조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비사법적 구제절차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기업에서 발생하는 차별행위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국내연락사무소 제도가 제대로 활성화되어 있을까?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국내연락사무소 제도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여러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한국 국내연락사무소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운영규정을 근거로 설치되어 있고, 정부위원 4명, 민간위원 4명 총 8명의 위원회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8명의 위원들이 조사·조정·중재·심의·평가 등을 해야 하므로 그 실무를 지원할 사무국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연락사무소의 사무국은 민간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내연락사무소(NCP) 제도 개선 권고

 

한국 국내연락사무소에 대한 비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한국 국내연락사무소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국내연락사무소 위원들의 구성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연락사무소 위원들은 ‘이의신청’에 대한 심의와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공정성과 공평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위원의 구성이 정부 인사 내지는 기업에 편중된 인사 등으로 구성되었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1년과 2018년에 국내연락사무소 위원 구성의 다양성 및 업무의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내연락사무소(NCP) 제도 개선 권고」(이하 ‘2024년 권고’)를 통해, 민간위원의 수를 확대하고 민간위원 추천권을 직역별로 부여하는 등 위원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라고 재차 권고하였다.

 

또한 국내연락사무소 제도는 OECD 회원국이라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제도이고, 국제적인 공간과 주체들에 의해 발생하는 행위를 판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당 사무에 있어 공적인 권위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국내연락사무소의 사무국을 민간기관에 둠으로써 여러 업무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비판과 국외 사례를 참고하여, 2024년 권고를 통해 국내연락사무소의 사무국을 정부가 직접 담당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라고 권고하였다.

 

이외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권고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자문기구의 설치·운영, 각국 국내연락사무소와의 협력 강화, 국내연락사무소 회의의 투명성 제고 등에 대한 제도 개선 사항도 함께 권고하였다.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가 효과적으로 구제되기를 바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2024년 권고를 통해 국내연락사무소 제도가 개선되어,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사안들이 효과적으로 구제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관련 규정의 개정, 제도 개선 이행 여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 계획이다.

OECD NCP권고 QR코드

 

 

글 | 박태성(사회인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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