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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바로미터 [2025.09~10] 나이 듦도 존엄할 권리

 

노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생의 흐름이지만,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점차 쇠퇴해가는 모습은 마냥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이기도 하다. 특히 감각 및 운동 기능, 인지력 등이 저하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고립되었거나 적절한 돌봄을 받기 어려운 노인은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다음은 노인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인권을 신장시키는 데 기여한 위대한 발명품을 소개한다. 이는 노인도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사회 전반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나이 듦도 존엄할 권리

 

인간의 정체성을 지키는 기억의 방패, 도네페질

 

가장 잔인한 병, 치매는 아직 인류가 극복하지 못한 난제다. 단순히 기억을 잃는 것을 넘어, 자신이라는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는 병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인류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타크린’이 등장했지만, 짧은 약효와 간 독성 부작용의 위험 때문에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다. 치매 치료의 길이 막막해 보이던 그때, 1996년 ‘도네페질’의 등장으로 다시 희망의 불이 켜지게 되었다.

 

도네페질은 타크린보다 부작용이 적을 뿐만 아니라 하루에 한 번 복용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복약 편의성과 안정성을 확보한 덕분에, 도네페질은 치매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큰 의미 있는 대안이 되었다. 치매를 완전히 치료하는 것은 아직 어려운 일이지만, 도네페질은 경증부터 중증 치매에 이르기까지 병의 진행 속도를 효과적으로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도네페질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치매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다.

 

도네페질은 특히 치매 중에서도 퇴행성인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효과가 크다. 이는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인 콜린에스테라제라는 효소를 억제하고 기억과 인지에 중요한 아세틸콜린 농도를 유지함으로써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

 

치매 치료제의 등장은 인간다운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존엄한 삶의 연장과 직결된다. 치매로 인해 기억력과 사고 능력을 잃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가족이 누구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되어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치매 치료제는 단순한 약물 그 이상으로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인권의 방파제라고 할 수 있다. 나를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억과 인지를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배려와 존중이 깃든 자리, 실버 시트

 

1973년 9월 15일, 일본 국경의 날에 최초 시행된 실버 시트(고령약자석)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 중이던 일본 노인의 이동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도입되었다. 이는 단순한 좌석 지정이 아닌, 고령자를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하는 상징적 제도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제도적으로 실현된 첫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배려의 시작이자 존엄 유지의 방법으로 간주된 이 제도는 점차 전 세계로 확산되었으며 이를 참고해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 초에 경로우대석을 도입했다. 이후 2005년에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이 제정되었고,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등으로 구성된 ‘교통 약자석’이라는 용어가 법률적 용어로 공식화되었다. 유교사상과 결합하여 빠르게 정착했다는 점도 한국 사회의 특수성이라 할 수 있다. 웃어른을 공경하는 전통적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스며든 덕분에, 실버시트는 단순한 교통제도를 넘어 노인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호하는 하나의 문화적 실천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특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오늘날, 실버 시트는 노인을 단지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공동체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버시트의 존재는 단순히 자리를 양보하는 행위를 넘어, 노인의 삶을 끝까지 존엄하게 지켜내겠다는 사회적 약속이자, 노년에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다.

 

나이 듦도 존엄할 권리

 

 

글 | 편집실
본지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우리 위원회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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