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인터뷰 [2026.1~2] 모두가 누려야 하는 일의 기쁨 ‘히스빈스’의 방법론
히스빈스는 장애인 고용을 넘어, 어떤 일터에서 일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곳에서 장애인의 노동은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 누군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존재한다. 장애인 고용 정책은 제도를 갖췄지만, 일터의 풍경까지 바꾸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히스빈스는 이 간극을 문제로 삼으며, 장애인 고용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하나씩 만들어왔다.

“장애인이 일을 못 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일할 수 있도록 준비된 구조가 없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노동의 기회조차 쥘 수 없는 사람들
“어떤 장애를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자기만의 존엄이 있고, 고유한 강점이 있다는 거죠.” 히스빈스를 운영하는 임정택 대표는 장애인 고용을 이야기할 때, 늘 이 전제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배려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대신, 일터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노동자로 바라본다. “개인의 강점을 통해서 얼마든지 전문가로 성장하면서 일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러나 현실에서 장애인의 노동은 여전히 ‘권리’보다는 ‘배려’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사회는 여전히 능력과 위험을 먼저 따진다.
히스빈스는 소외된 사람 중에서 더 소외된 사람들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임 대표는 장애인 취업률 중에서도 정신장애인의 취업률이 특히 낮고, 취업하더라도 고용 유지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주목했다. 정신장애인은 ‘함께 일하기 어렵다’, ‘예측할 수 없다’라는 사회적 낙인 속에서 노동의 장으로 진입할 기회조차 제한받기 쉽다. 임 대표는 정신장애인 고용을 시작하며 이러한 현실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노동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그는 안정적인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지지 구조를 마련해 나갔고, 그 과정에서 고용의 범위를 정신장애인을 넘어 모든 장애 유형으로 확장해 나가게 되었다. “장애인이 일을 못 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일할 수 있도록 준비된 구조가 없기 때문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임 대표가 말하는 노동권은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할 일자리가 있는 것, 존중받는 노동자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 그게 인권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많은 장애인에게 노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은 권리다.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나 관리의 대상으로만 비추는 사회에서, 장애인이 노동자의 권리를 부여받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권리는 ‘구조’가 ‘구조’할 수 있다
임정택 대표는 장애인의 노동을 개인의 의지나 적응 문제로 환원하는 방식에 선을 긋는다. “사회생활을 통해 하나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또 커피 전문가로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보니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받쳐줄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통감해요.”
각자의 속도에 맞춰서 한 걸음씩 나아갈 때, 각 사람의 가능성은 더욱 빛난다.
임 대표는 장애인 노동자를 수혜자로 바라보는 것을 가장 지양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이라고 설거지만 하거나 테이블만 닦는 게 아니라 카페의 전반적인 업무를 골고루 다 수행합니다. 그래야 이분들이 진정한 전문가가 되고 자립할 수 있기 때문이죠.” 히스빈스에서는 사람의 장애 여부보다, 어떤 업무를 맡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일은 시키는 걸 참고 하는 게 아니라,
성장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의지와 맞물릴 때 오래 할 수 있다.”

장애인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노동 환경은 현장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 임 대표는 “일은 시키는 걸 참고 하는 게 아니라, 성장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의지와 맞물릴 때 오래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 전에 이루어지는 교육 시스템은 먼저 자신의 꿈과 강점을 확인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그 후에는 직업 소양과 예절 교육이 이루어지고, 개인의 특성과 의지를 반영한 직무를 바탕으로 기술 교육을 받게 된다.
또 다른 핵심 시스템은 다층적인 지지 구조이다. 한 명의 장애인 직원에게는 현장 매니저를 제외한 사회복지사, 정신과 전문의, 본사 담당자, 장애인 선배 등 든든한 지지망이 세워진다. 비교적 사회적 교류 경험이 많지 않은 장애인들의 사회적 연결 체계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임 대표는 “공동체 조직 내에서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해결될 때, 직업을 유지하기 수월해질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히스빈스는 ‘혼자가 되지 않게 하는 구조’를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정신장애인 직원들의 직업 유지율은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함께 일한다는 것에는 조건이 없다
임정택 대표는 장애인 고용 정책이 현장에서 겪는 한계를 ‘거시성과 미시성의 간극’으로 설명했다. “실제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지원하는 미시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장애인 고용 제도가 활성화 되기 위해 현장에서는 업무 설계와 직무 교육, 뒷받침이 되는 조직 문화 등 훨씬 구체적인 시스템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히스빈스는 장애인 고용 컨설팅을 통해 ‘함께 일하는 방법’을 전하고 있다. 임 대표는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는 일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일도 기업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애인 노동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기업과 노동자의 필요를 조정하며, 조직 안에 안착시키는 역할을 하는 관리자와 동료가 있어야 고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특별히 꾸준한 협업을 통해 장애인 고용에 힘쓰는 현대차정몽구재단을 비롯한 수십 개의 회사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아직 장애인 고용에 대해 갈피를 못 잡고 망설이고 있는 회사들에게 도전하였다. “이 구조만 정착된다면, 장애인 고용은 기업의 리스크가 아니라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히스빈스의 매장 매니저는 “특별히 ‘장애인과 일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저 스스로 행복하게, 지속 가능하게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는 이유로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다. ‘함께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이라는 기업의 슬로건이 자신의 직업적 바람과 맞닿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소통에 대한 배려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고, 질문을 누구 하나 불편해하지 않고 다 받아주는 사내 분위기”를 큰 강점으로 꼽았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공간이어서 특별한 규칙이 더해진다기보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필요한 노동환경의 기본이 더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경험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동반했다. 매니저는 “정신장애인에 대해서는 저도 솔직히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더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다름’은 점차 의미를 잃었다. “막상 일해 보니 특별히 다를 게 없고, 비장애인 동료를 가르치던 과정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는 이런 경험과 인식의 개선이 더 많은 일터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의 노동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 받을 권리’에 그치지 않는다. 질문하고, 배우고, 실수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다. 제도의 과제는 분명하다. 장애인 고용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더 나은 노동환경을 만드는 기준으로 전환하는 것. 인권이 탁상 위의 규정이 아니라 일상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것. 히스빈스는 그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글_ 편집실
사진_ 전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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