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권감수성 [2026.1~2] “내 얼굴은 정말 나만의 얼굴일까?”
찰칵, 찰칵. 요즘 어디를 가도 이 소리가 들린다. 길거리에서도, 카페에서도, 공연장에서도 사람들 손에는 휴대전화기가 들려 있다. 어쩌면 이 소리는 솔직함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조용히, 은밀하게 찍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얼마 전, 짧은 생을 살다 간 한 예술가의 전시를 다녀왔다. 분명 입장할 때 ‘촬영 금지’라는 안내가 있었고, 전시장 곳곳에도 같은 표기가 있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예술가의 작품과 그 작품을 보고 있는 동행인의 모습을 소리 없이 찍고 있었다. 셔터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기록은 분명히 남았다. 그렇다면 그 촬영물의 정착지는 어디일까?

SNS는 이미 수많은 사진과 영상으로 가득하다. 국경을 넘나들며 순식간에 움직이는 정보들은 세계지도에는 그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세계가 되어 쉼 없이 움직인다. 그 세계에서 사람들은 댓글과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나누고, 일상을 기록한다. 그런데 이 모든 기록들은 사적인 소통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듣고, 보고, 느낄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아주 꼼꼼히 저장하고, 분석하고, 재조합되어 내가 사고 싶고, 갖고 싶었던 형상으로 슬쩍 나타난다. 이것이 인공지능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사람들이 공유하는 누군가의 얼굴, 몸짓, 표정, 취향, 관계망 등은 끊임없이 인공지능의 학습 도구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 끝은 어디일까? 혹시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 나온 최첨단 치안시스템 ‘프리크라임’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따른다.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범죄가 일어날 시간, 장소뿐 아니라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예측하여 지정하고, 특수경찰은 아무 의심 없이 예측된 사람을 체포한다. 이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저런 일이 어디 쉬운가 싶었는데, 매일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활용성을 극찬하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이제는 곧 다가올 현실처럼 느껴진다.
우리 주변은 생각보다 나의 신체 정보를 아무렇지 않은 듯 가져간다. 얼굴 인식, 지문 인식, 각종 CCTV에 담긴 나의 키와 체형, 걸음걸이까지 나는 끊임 없이 어딘가에 저장된다. 때로는 생성형 인공지능에 나의 정보를 직접 알려주기도 한다. 지금 머무는 위치, 내가 관심 있는 주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들까지 어느 순간 인공지능은 ‘나’에 대해 내가 인식하는 것보다 더 많은 패턴을 축적하여 내 질문에 답을 주곤 한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나의 취향이 정리되고, 설명되고, 예측 가능해지는 경험은 편리함과 동시에 묘한 불안을 남긴다. 그리고 문득 ‘아차’ 싶은 건, 이제 이 정보는 삭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회의, 온라인 강의, 숏폼 영상 등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일은 더이상 특별하지 않다. 공적 영역에서는 최소한의 동의 절차라도 거치지만, 사적 영역에서는 정보가 어떻게 유통되고 활용되는지 알기 어렵다. 수많은 사진과 영상이 누군가에게는 ‘기록’이었을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자신의 선택과 결정권이 상실되는 것이다. 특히 그 기록이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로 활용될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문제는 개인의 불편을 넘어 인권의 문제로 확장된다. 법무부가 2019년부터 추진했던 출입국 심사 고도화를 위한 ‘인공지능(AI) 식별추적 시스템 개발사업’을 위해 출입국 심사에 쓸 인공지능 개발 명분으로 약 1억7천만 건의 내·외국인 얼굴 사진을 민간 업체에 넘긴 사건1)만 보더라도 그렇다. 얼굴은 매우 상징적인 정보다. 얼굴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라는 고유성을 간직한다. 그래서 올해 시행되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인권지능 윤리원칙(27조)에 안전성과 신뢰성을 명기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는 인권감수성을 가지고 질문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을 얼마나 고도화할 수 있는지에 앞서, 그 활용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는가?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있는가?
인권은 어딘가에 둥둥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들어 더 밀착되어야 한다. 이에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도 결국은 인권을 어떻게 더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지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모두가 인권의 원리를 각자의 내면에 새길 필요가 있다. 즉, 익숙함에서 잠시 멈춰 서는 것이다. 내가 찍고 저장하고 공유하는 이 장면이 나와 타인의 인권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것, 더 나아가 그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해 보는 것이다.
“내 얼굴은 정말 나만의 얼굴일까?”
이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분명 다른 길로 나아간다. 셔터 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 우리는 기록의 편리함 너머에서 그 기록이 누군가의 삶과 존엄에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인권은 바로 그 찰나의 선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1)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016022.html
글_ 박병은 ㅣ 모든사람_인권교육연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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