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2 > 지구인 이야기 > 2026년, 유엔과 국제인권은 여전히 유효할까?

지구인 이야기 [2026.1~2] 2026년, 유엔과 국제인권은 여전히 유효할까?

 

2026년, 유엔과 국제인권은 여전히 유효할까?

 

무분별한 디지털 감시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차별 등이 새로운 인권 위험을 야기했다

 

2025년을 지나 2026년이 시작된 지금, 국제사회의 인권을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유엔과 국제인권 체계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물음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 속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을 반복하지 말자’는 반성 위에 탄생한 유엔과 국제인권규범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실제 사람들의 인권을 지켜내는지에 대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회의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는 확대되었지만, 이를 지키려는 각국의 정치적 의지는 희미해졌고, 다자주의는 협력의 공간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충돌하는 무대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유엔과 국제인권은 여전히 유효할까?

 

2025년 국제인권의 흐름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 기후위기, 그리고 무력 분쟁이었다.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인권이사회에 발표하는 연례 보고서에서 이 세 가지 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인권의 가치가 사라지고 있음에 우려를 표명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산은 우리에게 기술적 낙관주의를 심어주었지만, 동시에 무분별한 디지털 감시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차별 등 새로운 인권 위험을 야기했다. 기후위기는 생존권과 강제 이주, 그리고 자원 배분의 불평등 문제를 가시화했다. 동시에 세계 곳곳에서 발발한 무력 분쟁은 민간인 보호와 인도적 접근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이 이슈들은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통치 방식과 국제질서의 작동 원리를 동시에 흔들며 기존 국제인권 체계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2026년, 유엔과 국제인권은 여전히 유효할까?

 

유엔 인권 제도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국제법의 선택적 적용과 책임 회피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다.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은 무엇이 보편적 가치인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제공하지만, 강대국과 지역 강국들의 정치적 계산은 그 기준을 손쉽게 무력화했다. 국제 규범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보편적 약속이기보다, 힘의 논리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도구로 인식될 때 국제사회의 신뢰는 무너진다. 최근 미국의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 사건은 이러한 국제질서의 취약성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마두로 정권 아래에서 장기간 지속된 정치·경제적 위기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해 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를 다루는 국제사회의 태도 역시 일관된 국제법적 접근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국제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최소한의 절차적 노력조차 보이지 않은 미국의 태도는 국제법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명확한 국제법적 정당성과 투명한 다자적 검증 구조 없이 적용된 일방적 제재와 정치적 압박은 그 실질적 고통을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으로 고스란히 전가했다. 국제법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한 선택은 베네수엘라 정부의 책임을 묻는 정당성을 흐리게 했으며 국제사회 스스로 구축해온 규범적 신뢰를 약화시켰다.

 

인권 규범은 위기의 순간마다 더 자주 상기되고 있으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논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란의 상황은 국제사회가 마주한 또 다른 형태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특히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가혹한 통제와 탄압으로 대응해 왔다. 이에 대한 국제적 우려와 규탄은 이어졌으나, 각국의 외교·안보적 이해관계는 일관되고 단호한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제재와 대화라는 이분법적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국제사회의 대응은 어느 쪽도 충분한 해법이 되지 못한 채 인권 침해의 현실을 장기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26년, 유엔과 국제인권은 여전히 유효할까?

 

대응 방식과 접근이 다르기는 하지만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사례는 국제법과 다자주의의 위기가 곧 현장의 인권 보호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인권 문제는 본질적으로 국경을 넘는 보편적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그 대응은 점점 더 국내 정치의 논리와 양자 간의 협소한 이해관계에 종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의 국제인권 동향이 보여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규범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인권 규범은 위기의 순간마다 더 자주 상기되고 있으며,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논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인권이 여전히 국제질서가 지향해야 할 중심 가치임을 드러내는 증거이기도 하다.

 

국제법과 다자주의가 흔들리는 혼란의 시기일수록 인권의 마지막 방어선은 제도 내부가 아니라 시민들 간의 연대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에서 형성된다. 국제사회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치적 수렁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현장의 시민들은 기록하고 증언하며 함께 서로의 곁을 지켰다. 이러한 풀뿌리 연대는 국제인권 체계가 공허한 수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탱하는 실질적인 힘이 되고 있다.

 

2026년, 유엔과 국제인권은 여전히 유효할까?

 

2026년을 맞이한 지금, 유엔과 국제인권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낙관이나 비관으로 귀결될 수 없다. 국제인권 체계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영구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이를 지키려는 정치적 선택과 깨어 있는 시민적 연대가 있을 때에만 생명력을 갖는다. 인공지능의 위협, 기후위기의 공포, 전쟁의 비극이라는 복합적인 위기 속에서도 인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제도 이전에 인간 존엄에 대한 근본적인 신념이기 때문이다. 국제질서의 균열 속에서도 우리가 끝내 인권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권을 향한 의지야말로 어렵게 만들어 낸 국제인권규범들이 허울뿐인 약속을 넘어, 현실의 삶을 지켜내는 유효한 방패로 살아 숨 쉴 수 있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글_ 백가윤 ㅣ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과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