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6.9~10]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 그 이후
(사진 제공_최창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가온실가스 감축사건(2020헌마389 등) 헌법불합치 결정일 기자회견(2024. 8. 29.)
올해 우리나라는 최고 기온 역대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6년 8월 2일 경남 양산에서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인 42.5℃가 기록된 것이다. 기상청은 올해부터 폭염 특보 체계에 최상위 경고단계로 ‘폭염중대경보(체감온도 38℃ 이상이나 기온 39℃ 이상일 때 발표)’를 신설했다.
기상청은 폭염 중대경보가 10년에 한 번 정도로 드물게 발령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올해 여름 폭염중대경보는 쉴 새 없이 울렸다. 기상청장은 “생명을 위협하는 극단적 더위가 실제로 눈앞에 다가왔다”고 경고했다.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8월 25일까지 3,798명이고, 사망자는 34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최고 기온 역대 2위 기록은 2018년에 세워졌다. 당시 한 청소년은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연령대의 중년 여성이 에어컨 없는 자택에서 잠을 자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때부터 기후 위기가 나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다가오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2020년 3월 헌법재판소에 「탄소중립기본법」 헌법소원을 제기한 19명의 청소년 중의 한 명인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의 이야기다. 이들은 법률이 규정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져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는 ‘청소년 기후소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후 2021년에는 ‘시민 기후소송’, 2022년에는 ‘아기 기후소송’으로 비슷한 취지의 헌법소원이 이어졌다. 헌법재판소는 이들 사건을 합쳐서 심리했다. 헌법재판소로서는 매우 드물게 두 번에 걸쳐 오후 내내 치열한 공개변론이 펼쳐졌다. 2024년 8월 29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적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법률이 2030년 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배출량과 흡수량을 상쇄한 순배출량이 영이 되는 상태) 목표만 정하고 2031~2049년 감축목표(이하 “장기 감축경로”)를 정하지 않은 것이 헌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20년의 기간에 대한 감축목표를 법률로 정하지 않은 것이 왜 위헌일까?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정유, 반도체와 같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산업 구조에서 정부가 때마다 감축목표를 정하면 단기적인 감축부담을 줄이려는 유혹 때문에 미래에 지나친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미래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만 살아갈 시간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의 아이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고, 기성세대는 폭염에 가장 취약한 고령층이 되는 공존의 시간이다.
기후 헌법소원 공개변론(2024.4.23)
청소년 기후행동(청소년기후소송 청구인단)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감축목표가 가지는 헌법적 의미를 강조했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하여 초래되는 극단적 날씨, 물 부족, 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의 현상으로 인한 피해의 위험”이 국민의 환경권을 위협한다.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은 대기 중에 쌓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한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겠다는 감축목표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조치이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에 2026년 2월까지 「탄소중립기본법」에 장기 감축경로를 입법할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의 성격에 걸맞는 보호조치로서 감축목표가 갖춰야 하는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제시했다. 첫째, 전지구적 감축노력에 공정하게 기여할 것, 둘째, 미래에 지나친 부담을 떠넘기지 않을 것, 셋째,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근거할 것이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가 지키면 좋은 이상적 조건이 아니다. 국가가 헌법 제10조가 규정하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이다.
헌법재판소가 강조한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은 무엇일까? 우선 온도 목표가 중요하다. 국제사법재판소는 「파리협정」의 1.5℃ 목표(지구 온난화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가 “과학에 기초하여 합의된 목표”라고 판단했다. 각국이 감축목표를 결정할 재량은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된다.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총량, 즉 “탄소예산”은 2020년 기준 5,000억 톤이 남아있다. 이러한 탄소예산에 부합하는 전지구적 감축경로는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우리나라 감축목표 기준연도인 2018년 대비 61%)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전지구적 감축경로는 초기에 더욱 많은 양을 감축하는, 아래로 볼록한 형태로 그려진다.
국회의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시한을 반 년 가까이 넘긴 2026년 8월까지 지연됐다. 예상치 못한 윤석열 정부의 계엄과 탄핵으로 절차가 지연된 탓도 있지만, 국회도 헌법 수호 의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2035 NDC”)를 결정했다. 「파리협정」 당사국은 5년마다 감축목표를 정해서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데, 2035 NDC의 제출 시한이 2025년 11월까지였기 때문이다. 2035 NDC는 2031~2049년 장기 감축경로에서 가장 중요한 중간 목표이다. 배출량이 많은 초기의 감축목표가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2035 NDC 설정 당시 시민사회 기자회견
현재 여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 정부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35 NDC가 먼저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감축목표의 조건을 지켜야 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35 NDC를 결정하는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에 탄소예산을 고려하여 “초기부터 최대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감축경로를 설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탄소예산 개념은 전지구적으로 1.5℃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배출 가능한 온실가스를 계량화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산출할 수 있”고, “현재세대와 미래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우려와 같이 “단기적인 감축의 부담을 완화하고자 하는 유인”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른바 ‘선형 감축경로’에 따라 2035 NDC를 결정한 것이다. 선형 감축경로란 우리나라 감축목표의 기준연도인 2018년의 배출량과 탄소중립 목표연도인 2050년의 배출량 ‘영(0)’을 직선으로 연결하고, 그 선상에서 중간 목표를 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에 전혀 근거하지 않은 임의적 방식이다. 정부는 2035 NDC를 53%의 하한과 61%의 상한이라는 범위로 정했지만,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규제는 선형 감축경로에 따라 설정된 53%의 하한에 연동된다고 밝혔다. 하한이 실질적 목표이고 상한은 선언적 목표인 셈이다.
선형 감축경로에 따라 정해진 우리나라 감축목표는 1.5℃ 목표를 달성하기에 현저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세계 각국의 감축목표를 평가하는 Climate Action Tracker는 우리나라의 감축목표가 공정배분(전지구적 감축노력을 국제법의 형평성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하는 방식) 기준으로 온난화를 2~3℃에 이르게 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매년 전세계 각국의 기후정책 순위를 발표하는 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는 우리나라의 감축목표에 최하위 등급을 매기면서, 67개국 중에서 63위의 순위를 매겼다. 우리나라 아래로는 러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과 함께 트럼프 정권에서 「파리협정」을 탈퇴한 미국이 있을 뿐이다.
선형 감축경로는 국민의 뜻과 어긋나기도 했다. 국회 기후위기 특별위원회(이하 “기후특위”)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을 앞두고 2026년 2월부터 4월까지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진행했다. 시민대표단 319명과 미래세대 대표단 40명은 온오프라인 학습자료를 활용한 2주간의 자가학습과 전문가 발제·토론과 분임토의로 구성된 네 차례의 숙의토의를 걸치며 국가의 정책 방향에 대하여 숙고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시민대표단의 75%가 우리나라의 감축목표가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세계 평균 감축률과 같거나 그보다 높아야 하고, 78%가 장기 감축경로는 초기에 더욱 많은 양을 감축하는 조기 감축경로의 형태여야 한다고 답변한 것이다. 같은 선택지에 대한 미래세대 대표단의 답변 비율도 각각 83%, 75%로 압도적이었다.
여야의 여러 의원들은 조기 감축경로를 규정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들은 공론화 설계가 편향됐다고 주장했고, 산업계와 보수언론은 오히려 감축부담을 뒤로 미루는 후기 감축경로를 내세우며 국회를 압박했다. 정부 역시 선형 감축경로를 고수하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지난 8월 26일 국회는 장기 감축경로를 범위로 정하면서 2035 NDC와 마찬가지로 선형 감축경로에 따라 하한을 설정(2035년 53~61%, 2040년 69~80%, 2045년 84~90%)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률안에는 배출권거래제 등의 규제가 하한에 따라 적용된다고 명시하는 조항까지 들어갔다. 시민사회에서는 범위형 감축목표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2025년부터 2035년 NDC 수립을 추진하였고 지난 9월 19일부터 10월 2일까지 대국민 공개토론회(6회)와 11월 6일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개정안에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조항도 일부 존재한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감축목표의 조건이 감축목표의 설정 원칙으로 명시됐다. 감축목표를 설정·변경할 때의 고려사항에 과학적 사실, 국제기준, 기후위기 취약계층 영향이 추가됐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사실에 대하여 자문하는 기후과학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립기상과학원이 우리나라 탄소예산을 산출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감축목표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준으로 정하기 위한 절차적 장치이다. 정작 장기 감축경로 자체가 1.5℃ 목표를 달성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결정된다면, 이러한 절차는 장식적 요소로 의미가 퇴색될 뿐이다.
인권위는 국회의 법률 개정을 앞두고 “파리협정 등 국제기준에 부합하면서 미래세대에 대한 과중한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초기에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경로를 정부의 실질적인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회는 선형 감축경로에 규제를 연동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가 연도별 감축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목표 미달분을 추가적으로 감축하도록 이행 점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감축목표 설정 과정에 아동, 노인, 저소득층, 야외노동자, 농어민, 취약 시설·지역 거주자 등 기후위기 취약계층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탄소중립기본법」의 개선입법이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수준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헌법불합치 결정은 미완의 과제로 남을 것이다. 「인권」「인권」
글_ 최창민 | 정책활동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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