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6.03] 아동학대, 친권제한이 필요하다
글 신수경 그림 아이완

┃ 아동학대 가해자 80%가 친부모
딸을 감금하고 며칠째 밥을 주지 않은 친부, 잘 씻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친부모, 가출했다 돌아온 딸을 때려 숨지게 한 후 수개월을 방치한 친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딸을 때려죽이고 사체를 야산에 유기한 친모....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이와 같은 극단적인 사망 사건을 비롯한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는 “설마 친부모가 그랬겠어?” 라는 의문이 무색할 정도로 80% 이상이 친부모다. 이처럼 친부모에 의한 자녀 학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에 대해, 많은 이는 그들은 자녀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며, 자녀의 의사뿐 아니라 생명도 자신이 처분할 수 있다고 믿는 그릇된 가치관이 팽배한 탓이라고 말한다.
과연 누가 이 부모들에게 자녀에 대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는가? 그러한 부모의 권한은 자녀가 출생하면서부터 당연히 주어지는 것일까? 일정한 경우에는 부모의 그러한 권한을 박탈시켜야 하는 것은 아닐까?
최근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들의 여파로 위와 같이 친권의 제한, 정지, 상실에 대한 일련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살인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부모라도 그 친권을 박탈하는 것은 법이 아닌 천륜의 문제로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과거의 다수견해에서 친권은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이를 부모가 제대로 행사할 수 없을 경우 적극적으로 친권의 제한, 박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 친권,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ㆍ의무
논의에 앞서 친권의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생물학적으로 부모친자관계를 맺고 친권자로서 권리를 가지는 것은 헌법에는 규정되지 않았지만 당연한 기본권이며 천부적으로 부여된 자연권으로서의 지위도 일견 가진다. 친자녀와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갈 권리는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으로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녀의 입장에서도 부모에 대해 같은 내용의 상호적인 기본권을 가진다. 이것이 이른바 천륜으로 불리는 헌법상의 친권 내용이다.
이에 대해 법률상의 친권은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친권이란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를 말하며, 친권자는 자녀를 자신이 지정한 장소에 거주하게 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징계할 수 있고, 자녀의 재산을 대신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수 있는 권리의무'는 유교문화에 의해 부모의 권위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전통하에서 자녀의 부모에 대한 복종으로 나타나게 되었고, 징계권은 군사문화를 거치며 폭력을 수단으로 하여 일상화되었으리라 추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상의 친권은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적인 성격에 방점이 찍히는 것으로 친권자인 부모가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친권은 박탈될 수 있고, 법률 역시 이를 예정해 친권의 일시 정지, 제한, 상실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친권에 대한 처분을 상정하고 있는 법률상의 친권과 천부적인 기본권으로 볼 수 있는 헌법상의 친권은 범주가 상이함에도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친권에 대한 처분 일반을 천륜을 저버리는 행위로 바라보는 시각은 자녀의 복리를 위한 친권에 대한 처분이라는 생산적인 논의를 막는 큰 장애 요소 중 하나라 할 것이다. 아래에서는 법률상의 친권을 전제해 서술하겠다.
┃ 친권제한, 자녀에 대한 복리조치로 반드시 필요
법률상의 친권의 정의로서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치밀한 연구가 진행된 바는 없으나, 적어도 친부모가 자녀에 대해 「아동학대범죄등처벌에관한특례법」, 「아동복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아동학대를 행했다면 이는 형사적으로 처벌이 가능한 동시에 '자녀를 보호할 최소한의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에 친권에 대한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에 대한 아동학대를 이유로 친권에 대한 처분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는 친권에 대한 처분을 친부모에 대한 제재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제재로 상정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처분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친권에 대한 처분은 친권자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자녀들에 대한 복리적인 조치로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친부 A에 의해 신체적 학대를 당한 딸 B는 A를 피해 아동복지시설로 보호조치 되었다. B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수급자로 지정해 의복비, 식비 등의 필수적인 비용을 지급하고, 의료보호대상으로 병원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하는데, 이러한 수급비를 받기 위하여는 B 명의의 은행계좌가 필요하고, B 명의 계좌 개설에는 친부 A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A는 이에 동의해주지 않다가 동의를 전제로 금전을 요구하기도 한다. 어렵게 계좌를 개설한 후에도 B 명의 계좌에서 친권자로서 자유롭게 금전(수급비, 후원금)을 인출해가기도 한다. A의 권한은 B의 친권자로서의 권한이므로 원칙적으로 이를 막을 수 없다.
친모 C는 아들 D에게 병원치료가 필요함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학교에도 제대로 보내지도 않았으며, 기본적인 의식주 환경을 제공하지 않아 D를 방임했다. 이에 D를 C로부터 분리시켜 D의 친조모로 하여금 양육하도록하고, 전학도 시키고자 한다. 주민센터를 찾아 D의 주민등록지를 D의 친조모의 주소로 이전하고자 하자, 주민센터에서는 전 세대주, 즉 친권자 C의 확인도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학 가겠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친권자 C의 동의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친모 C는 과거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동의를 해주고는 D가 있는 곳을 찾아가서 행패를 부린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의 주민등록 이전과 전학은 법률 규정에 따라 C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하려고 하나, 실무 당사자들은 법률 유무를 떠나 난색을 표하며 그렇게 처리할 수 없다고 한다.
친부 E는 아들 F를 학대했다는 의심을 받는 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은 E와 F가 사는 집에 찾아가 F와 대화하겠다고 요청했으나, E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은 경찰에 이를 신고했고, 경찰은 F를 소환했으나 E는 친권자인 자신이 동석하지 않는 조사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아니라면 친모인 G라도 동석시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친모 G역시 E의 학대에 대해 적어도 방관의 책임은 있는 자로 F의 경찰 조사에 대하여 비협조적이다. 결국 경찰은 아무런 혐의점도 찾지 못했다.
┃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행정적인 골든타임'
위의 사례들은 아동학대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상황이다. 아동학대를 저질러서 자녀에 대한 보호의아동의 복리에 필요한 여러 조??자들의 친권은 지켜져야 하는가? 아니면 아동의 복리를 위해 제한되어야 하는가? 친권자에 대한 제재로서 접근할 경우 사안별로 그 비례성 심사와 같은 까다로운 판단이 있어야 하고 친권을 제한하는 등의 처분을 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러나 이를 아동에 대한 복리적인 조치로 본다면 오히려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각종 보호 조치에 수반하는 행정적인 절차들은 선행해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하므로 친권에 대한 처분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를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행정적인 골든타임'으로 칭하고 있는데, 특히 친권자에 의한 자녀 학대의 경우 전출, 전학, 병원 치료 및 입ㆍ퇴원, 수급비 및 후원금 관리 등에 있어서 가해자인 친권자의 권한을 초기에 제한하고 공적인 시스템이 이를 대신해 매뉴얼화해 관리하지 않을 경우 많은 행정적인 낭비가 빚어지고 이는 곧바로 피해 아동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진다고 보기에 골든타임 중에 적극적인 친권에 대한 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친권은 자녀의 보호와 교양의 '의무'이지 자녀에 대한 처분의 권한이 아니다. 자녀에 대한 보호, 교양이 어려운 상황이 있다면 아동의 복리를 위해 이를 보충하고 대신해줄 수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하며, 이에 친권에 대한 일정한 처분이 수반되어야 한다면 친권은 '필요적'으로 제한될 수 있어야 한다. 일련의 아동학대사건을 통해 더 이상 친권은 부모만의 권리가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할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할 의무'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친부모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사회가, 공적 시스템이 적극적으로 이 틈을 비집고 들어와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해 친권에 대한 친권자의 '의무'로서의 각성, 오히려 아동의 복리를 위한 권리로서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이 수반되어야만 학대로 고통 받는 피해 아동을 신속하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신수경 님은 변호사로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