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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6.03] <국제인권 따라잡기 3> 사회권규약과 자유권규약

글 김형구 그림 강우근

 

사회권규약과 자유권규약


1948년 유엔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함으로써 '인권'을 국제적인 차원의 문제로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선언'이었기에 회원국은 이를 준수할 법적인 의무를 지지 않았습니다. 즉 당시 인권선언은 '고려의 대상'일 뿐 '준수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이에 유엔은 회원국에게 인권 증진을 위한 법적 의무 부과 방안을 모색했고, 1966년 유엔총회는 「경제적ㆍ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사회권규약)과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자유권규약)을 채택하게 됩니다. 아울러 자유권규약의 이행을 위한 「자유권규약 선택의정서」가 채택되고 이후 1990년에는 사형 폐지에 관한 「자유권규약 제2선택의정서」가 채택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가 채택되어 2013년 발효했습니다.


사회권규약은 노동조건의 보장 및 노동조합의 결성권을 포함하는 노동권, 사회보장권, 신체적ㆍ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문화생활을 향유할 권리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권리는 대개 헌법상 사회권적 기본권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자유권규약은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 생명권, 고문을 받지 않을 권리, 강제노동 및 노예제도의 철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법 앞에서의 평등,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및 평화적 집회의 권리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권리는 헌법상 자유권적 기본권 및 정치적 기본권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 두 조약은 공통적으로 '인민의 자결권(people's right of self-determination)'을 규정하고 있고 재산권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자유권규약의 내용은 실체적 권리로서 재판에 원용될 수 있는 '재판 규범성'을 가짐에 비해 사회권규약이 정하는 권리는 국가가 그 달성을 위해 각국의 사정에 맞도록 최대한의 노력만 하면 되는, 이른바 '프로그램적 권리'로 이해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즉 사회권규약의 내용은 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국내 법률이 없으면 그 위반에 대해 국내 법원에서 다룰 수 없다는 것이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 사회권규약이 담고 있는 권리들도 경우에 따라 재판 규범성을 갖는다는 입장이 대두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필자가 이 규약들을 공부할 때 '조약의 제목도 길어 기억하기 어렵고, 인권을 규율하는 것이라면 하나로 만들었으면 공부하기 편했을 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개의 조약으로 나누어진 이유는 이 조약들이 냉전 중이던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시대적 배경에 있습니다. 서방 국가들은 시민혁명을 통해서 발전된 자유권과 사유재산권을 국제인권규약의 주된 내용으로 넣기를 원했고 사회주의 국가들은 기본적으로 자유권은 부르주아 계급의 지배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에서 사회권을 주된 내용으로 포함하기를 원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국가마다 사유재산제에 대한 입장이 달라 사유재산권은 삭제되고 이른바 자유권규약과 사회권규약으로 양분된 것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고 동ㆍ서독이 통일되면서 이러한 자유권규약과 사회권규약의 양분은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은 자유권규약과 사회권규약에 모두 가입하고 있습니다. 즉, 인권에 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고조되고,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사회권규약과 자유권규약이라는 두 개의 유엔 인권규약은 국제적 인권 기준의 준수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이며 이전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더 가까이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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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 읽을 거리 및 참고】

서철원 외 공저, 국제인권시스템 현황에 관한 연구: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실태조사 연구용역보고서 (국가인권위원회, 2013년). <온라인 다운로드 가능>


김형구 님은 국제법과 국제형사법을 공부했으며 한국항공대학교 및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국제법, 국제기구론, 국제인권법, 국제항공법, 국제형사법과 관련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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