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2016.03] 희망이어야 할 그들, 소년.
글 그림 임종진
모진 손찌검이 소년을 멍들게 했습니다.
멍들어 채워진 하루가 쌓여 어느새 스무 해가 지나고
그 흔한 성년식 꽃다발 하나 없이 소년은 그저 그렇게 어른이 되었습니다.
아비에게 두들겨 맞은 어깨는 기억의 상처로 욱신거리고
세상으로 내쳐진 몸과 마음은 소리 없는 울먹임으로 흔들립니다.
“아빠가 엄마를 너무 때렸어요. 대들다가 나도 엄청 맞고요..”
거리의 소년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집이 아닌 거리를 택한 소년들.
유리컵에, 주먹에, 몽둥이에 그리고 발길질에 치이다 못해 결국,
가출 아닌 '탈출'을 택해야 했던 우리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같은 처지의 여럿이 모여 사는 셋방.
전기도 수돗물도 난방도 다 끊긴 이곳에서 소년들은 서로의 체온으로 한겨울 시린 추위를 달래야만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찾아오는 어느 단체의 무료 밥차에 기댈 때에만 겨우 배부른 끼니를 때울 수 있었습니다.
헐떡이던 심장 소리를 멈추고 이미 하늘로 별이 되어 오른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떠한 이유와 변명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어린 영혼들이 힘없이 무너지는 소리가 순간의 쾌락과 유흥이 난무하는 밤거리를 채워갑니다.
둥지는 어디에 있는지요.
삶의 무게에 눌린 소년들.
더없이 따뜻한 품으로 이 소년들을 감싸 안아줄 둥지는 이제 누가 내어줄 수 있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