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6.03] 금강산 호랑이

글 박애진 그림 조승연

 

금강산 호랑이


옛날 한 마을에 총을 잘 쏘는 포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포수는 금강산에 100년 묵은 호랑이가 나타나 인근 마을을 습격해 소도 잡아가고, 사람도 다치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포수는 호랑이를 잡으러 떠났다가 안타깝게도 그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포수에게는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아버지처럼 험하고 어려운 포수가 되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해 과거에 급제해 정승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매일 공부를 시켰습니다. 아들이 혹시라도 아버지처럼 포수가 된다고 할까봐 아버지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자라며 왜 자기에게는 아버지가 없는지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가 금강산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은 공부를 그만두고 총 쏘는 연습을 해서 포수가 되어 금강산에 가 호랑이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아버지의 복수도 하고 싶었고, 포수가 되어 사람들을 위험하게 하는 호랑이를 잡는 것도 보람찬 일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포수가 되는 걸 말리려고 
  “네 아버지는 10리 밖에서도 어미의 머리에 있는 물동이를 겨냥해 맞히고, 재차 총을 쏘아 총알로 물동이에 난 구멍을 맞혀 물이 한 방울도 흐르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도 금강산 호랑이를 잡지 못했다. 그러니 공부를 해서 정승이 되거라.”
  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3년간 열심히 연습해 어머니가 말한 대로 10리 밖에서 어머니의 머리에 있는 물동이를 맞히고, 바로 총을 쏴서 총알로 물동이에 난 구멍을 맞혔습니다. 물은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아들을 만류하려
  “네 아버지는 10리 밖에서 바늘구멍을 맞힐 수 있었는데도 금강산 호랑이에게 잡아먹혔다. 그러니 공부를 해서 정승이 되거라.”
  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3년간 열심히 연습해 10리 밖에서 총을 쏘아 바늘구멍을 맞히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호랑이를 잡으러 떠났습니다.


  어머니는 금강산 입구에 사는 사람에게 아들이 호랑이를 잡지 못하게 해달라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어머니의 편지를 받은 사람은 아들을 기다렸습니다. 아들이 오자 금강산 입구에 사는 사람이
  “네 아버지는 10리 밖에 떨어진 고목의 제일 위에 있는 잎사귀만 맞힐 수 있었는데도 금강산 호랑이를 잡는 데 실패했다. 그러니 공부해서 정승이 되거라.”
  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또 열심히 연습해 10리 밖 고목 제일 위에 있는 잎사귀를 맞히는데 성공했습니다.


  이 사람은 또 다시
  “네 아버지는 10리 밖 바위 위에 있는 개미를 맞히되 바위는 조금도 다치지 않게 할 수 있었는데도 호랑이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공부해서 정승이 되거라.”
  라고 했습니다. 아들은 열심히 연습해 10리 밖 바위 위에 있는 개미를 맞추면서도 바위는 다치지 않게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은 아들을 금강산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아들이 금강산에 오르자 한 노승이 다가와 담뱃불을 빌렸습니다. 아들은 호랑이가 노승으로 변신한 걸 알아채고 총으로 쏘아 죽였습니다. 그러자 노승은 호랑이로 변했습니다. 다음으로 감자를 캐는 노파를 만났습니다. 노파 역시 호랑이였습니다. 아들은 두 번째 호랑이도 쏘아 죽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래 전 아버지를 잡아먹은 100년 묵은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이 호랑이는 총에도 끄떡없어 아들은 그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100년 묵은 호랑이의 뱃속은 마을처럼 넓었습니다. 아들은 거기서 전날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한 처녀를 만났습니다. 둘은 호랑이 뱃속을 헤매다 오래전 아버지가 들고 갔던 총을 발견했습니다. 아들은 그 총으로 호랑이 뱃속을 쏘고, 처녀는 내장을 도려냈습니다. 호랑이는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둘은 호랑이 뱃속을 나왔습니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사랑이 싹튼 둘은 먼저 처녀의 집에 가 혼인 승락을 받고 아들의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서는 어머니가 노심초사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호랑이를 잡은 데다 색시까지 데려오자 어머니는 기뻐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식이 편하고 좋은 길을 갔으면 하는 건 모든 부모의 바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자식에게는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이 있습니다. 부모가 바라는 걸 무조건 강요하지 말고, 자식이 하고 싶은 걸 인정하고 도와야 합니다.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스스로 감당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박애진 님은 환상문학ㆍ과학소설 작가로 장편소설 <지우전-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 <부엉이소녀 욜란드> 작품집<각인>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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