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6.04] <국제인권 따라잡기 4> 자유권 규약상의 개인통보제도
글 김형구 그림 강우근

국제인권조약 대부분은 체약국들이 조약상의 인권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감시하는 이행감시체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행감시체제는 국제사법심사와 달리 체약국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에 정기적으로 인권의 국내적 인권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회람시키곤 합니다. 국가들은 자국의 이해관계가 결부되지 않는 한 타국의 인권상황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러한 이행감시체제는 국가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을 독려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인권조약의 몇몇은 인권침해를 당한 개인이 국내적 구제 절차를 통해 인권침해를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 그러한 조약들이 설립하고 있는 이행감시체제에 이의 구제를 위한 통보(communication)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를 '개인통보제도'라고 하는데 이를 두고 있는 조약으로는 유엔 자유권규약 제1선택의정서, 유엔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 인종차별철폐협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선택의정서, 고문방지협약,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이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유권규약(B규약) 선택의정서의 개인통보제도를 중심으로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자유권규약 제28조에서 이른바 규약인권위원회(Human Rights committee)를 설치하고 체약국에 정치적으로 자유권규약 내용준수 보고서를 유엔 사무총장에게 제출하고 사무총장은 이를 규약인권위원회에 넘겨 이 위원회가 보고서를 심사하고 체약국에 의견을 제시하는 이른바 국가 보고 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자유권규약은 제41조에서 국가 간 고발 제도를 두고 있어 원칙적으로는 규약의 체약당사국 일방이 타방 체약당사국에서의 자유권규약의 위반을 규약인권위원회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국가 간 고발제도는 자유권규약 가입 시 국가들이 선택할 수 있어 고발국과 피고발국 어느 한 국가라도 이를 수락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고 국가들 사이의 우호관계를 고려해 현재까지 이용된 바가 거의 없습니다.
자유권규약은 협약에서 정하는 위와 같은 국가의 보고 제도, 국가 간 고발 제도 이외에 자유권규약과 관련성을 가지고 있지만 형식적으로는 별도의 조약인 자유권규약선택의정서를 마련하고 있고 이 선택의정서를 수락한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받은 개인은 직접 서면으로 규약인권위원회에 이 침해 사건의 논의를 신청하는 '개인통보제도(individual petitions 또는 individual communications)'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규약인권위원회는 그 사건에서의 자유권규약의 위반 여부를 논의하고, 위반이 있는 경우 해결을 위해 위원회의 '견해(views)]'를 인권침해국과 피해자에게 송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는 원칙적으로 일반에 공개됩니다. 이러한 견해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것이나 개인으로부터 직접 신청된 내용을 객관적으로 판단한 결과로서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하고 여론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점진적인 인권 개선의 효과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이 자유권규약위원회에 개인통보를 위해서는 (1)침해국이 자유권규약의 선택의정서의 당사국이어야 하고, (2)통보자는 반드시 통보 이전 침해국에서 침해구제를 위한 국내적 수단을 다 강구한 후에, (3)구두가 아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며, (4)동일한 사건에 대해 다른 국제적인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규약인권위원회는 검토 후 침해국의 주의를 환기하고 침해국은 6개월 이내에 위원회에 설명을 포함하는 견해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개인통보 제도는 비록 선택의정서라는 별도의 조약에 가입한 국가와 관련해서만 인정된다는 것과 규약인권위원회의 견해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적 한계를 가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권규약인권위원회가 갖는 국제적인 위상과 국제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국제 인권의 발전에 기여해왔고 이에 그 업무량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으며 소수자 인권, 사형, 동성애, 범죄인 인도 등과 같은 논쟁적인 문제를 다루어왔습니다.
[규약인권위원회에서 다루어진 우리나라 관련 주요사건]
손종규 사건 (Communications No. 518/1992), 노동쟁의조정법상의 제3자 개입 금지
김근태 사건 (Communications No. 574/1994), 국가보안법 제7조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
박태훈 사건 (Communications No. 628/1995), 국가보안법 제7조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
Mohammed Ajaz, Amir Jamil (Communications No. 664/1995)
이정은 사건 (Communications No. 1119/2002), 국가보안법 제7조 (반국가단체 고무, 찬양)
[규약인권위원회에서 다루어진 중요 사건]
Estrella v. Uruguay (고문)
Lovelace v. Canada (인종적 소수자 차별)
Toonen v. Australia (동성애)
Ng v. Canada (독가스에 의한 사형)
Judge v. Canada (사형과 추방)
[규약인권위원회에의 개인통보 정보]
기준 서식: http://www.ohchr.org/EN/HRBodies/CCPR/Pages/CCPRIndex.aspx 의 좌측 메뉴에서 다운로드 가능
개인 통; 1211 Geneva 10, Switzerland / 팩스: + 41 22 917 9022 E-mail: tb-petitions@ohchr.org
영문 원고 및 전문적인 조력은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협의회 및 인권사랑방 등의 단체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김형구 님은 국제법과 국제형사법을 공부했으며 한국항공대학교 및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국제법, 국제기구론, 국제인권법, 국제항공법, 국제형사법과 관련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