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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보기 [통권158호 2025년 5월*6월.05~06] #2 등록되지 않은 꿈들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 보장

 

등록되지 않은 꿈들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 보장

 

한국인이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등록을 하듯, 한국에서 90일을 초과하여 체류하는 것이 허가된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하고 외국인등록번호를 부여받는다. 출생통보제 논의에서 언급된 ‘미등록 아동’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을 의미하지만, ‘미등록 이주아동’은 등록외국인이 아닌 상태로 한국에 거주하는 이주배경아동을 지칭한다. 이들이 미등록 이주아동이 되는 경로는 단순하지 않다.

 

 

(출처: 저자 작성)
(출처: 저자 작성)

 

먼저 출생지가 외국인 아동의 경우, 출신국 여권을 통해 한국에 입국한다. 부모가 가족동반이 가능한 장기체류자격을 가진 경우, 아동은 장기체류자격을 받아 입국 후 외국인등록을 한다. 그러나 이후 체류기간 연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도 계속해서 거주할 경우 미등록 상태가 된다. 부모가 가족동반이 불가능한 체류자격을 가진 경우에는 단기비자 등으로 입국한 아동이 외국인등록을 하지 못한 채 미등록 상태로 계속해서 거주하게 된다.

 

등록되지 않은 꿈들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 보장한국에서 출생한 이주아동, 즉 부모가 이주민인 아동들도 있다. 한국은 부모가 외국인인 아동(또는 한국인 부가 인지하지 않은 아동)의 출생등록 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부모는 출신국 대사관에 자녀의 출생을 신고해야 한다. 출생등록 후 한국에서 장기체류자격을 받아 등록외국인으로 살다가 미등록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고, 출생등록은 하였으나 장기체류자격이 없어 계속 미등록 상태로 남는 아동도 있다. 여기까지의 경우는 모두 출생은 등록되었으나 외국인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의 아동들이다.

 

한편, 출생신고 자체를 하지 못한 아동들도 존재한다. 부모가 난민신청자이거나 미등록 이주민인 경우 출신국 대사관에 접근하기 어려우며, 출신국 대사관이 한국에 없거나 부모의 혼인관계 문제 등으로 인해 출생신고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러한 아동들은 출생등록과 외국인등록 모두를 갖추지 못한 상태로, 신분 증명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미등록 이주아동이다.

 

등록되지 않은 꿈들 미등록 이주아동 인권 보장한국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비준국이고, 「아동복지법」 또한 아동의 사회적 배경, 출생지역, 인종 등에 따른 차별 없이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권리를 보장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것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주아동의 권리가 한국인 아동과 동등하게 보장되지 않으며, 특히 미등록 이주아동의 경우 대부분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를 하고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지만, 한국은 비국적자 아동의 출생신고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출생통보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을 별도로 규정하는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되어 있으며,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027)에서도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을 의무화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이 과제로 제시되었다. 보편적 출생등록제 도입에 앞서 시흥시는 「시흥시 출생 미등록 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여 미등록 이주아동에게도 “시흥아동 확인증”을 발급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였다.

 

(출처: 시흥시 공식블로그)
(출처: 시흥시 공식블로그)

 

「영유아보육법」도 「아동복지법」과 마찬가지로 차별 없는 보육 이념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주아동은 등록외국인일지라도 보육료 지원이나 어린이집 우선입소 대상이 되지 못한다.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어린이집 보육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등록외국인 아동에만 한정하여 보육료를 지원하는 사업들이 다수이다. 이주아동에게 보육은 돌봄 공백을 채우는 것 이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초기 학습의 기회이며 향후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지역아동센터는 학령기 아동의 돌봄을 담당하며, 조건을 충족하면 이주 아동들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등록번호가 없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사회복지정보시스템에 등록이 어려워 실질적으로 이용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돌봄서비스의 공백은 아동의 안전과 건강한 발달을 저해하거나 부모의 취업 기회를 제한하여 가족의 경제적 자립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교육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육기본법」은 교육 대상을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이주아동의 학습권은 동법에서 보장되지 않는다. 대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이주아동의 입학과 전학 규정을 두어 공교육 진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고등학교는 의무교육이 아니기에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어 진입이 쉽지 않다. 학교에 다니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외국인등록번호가 필요한 각종 활동에서 소외되기 쉽다. 수학여행 등을 위한 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각종 대회에 참여하기도 어렵다. 주민등록번호 제시가 필수적인 상황이 많은 한국의 일상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학교 생활은 지속적인 제약을 받는다.

 

건강권 역시 등록 여부와 직결된다. 미등록 외국인은 등록외국인과 달리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으며 이는 아동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사업’을 통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이주아동에게 진료비가 일부 지원되기도 하지만, 이 제도는 이주아동이 필요할 때 직접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지방정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간의 절차에 의존하고 있으며, 연간 예산도 한정적이다. 또한 한국에서 발병한 질환만 지원 대상이므로, 한국 이주 전부터 앓던 질환은 지원이 어렵다.

 

(출처: ChatGPT 생성 이미지)
(출처: ChatGPT 생성 이미지)

 

어린이 국가예방접종의 경우, 미등록 이주아동도 지원사업 대상이 되어 보건소에서 임시관리번호를 부여받아 보건소나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021년까지는 보건소에서만 접종이 가능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보건소의 예방접종 업무 중단으로 인해 접종을 받지 못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이는 건강보험제도가 아닌 보완적 보건의료지원정책만으로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을 충분히 보장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최근 정부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대책을 3년간 연장하였다. 이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등록외국인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지만, 체류기간, 부모의 범칙금 납부 등 요건이 있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아동은 학교에 다니더라도 미등록 상태로 남게 된다. 연장된 기간 동안, 보다 실효성 있는 정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아동들이 얼마나 많은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사회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될 수 없다.

 

 

글 | 장주영(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본지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우리 위원회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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