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바로미터 [통권158호 2025년 5월*6월.05~06] 생명을 구하는 세 자리 숫자의 힘 긴급전화 시스템
갑작스럽게 닥친 위급한 순간에도 세 자리 숫자만 누르면 한순간에 달려오는 긴급전화 시스템은 사회 전반의 안전 체계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긴급전화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고, 노약자나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도 신속하고 용이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언제 어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세상에서 119나 112와 같은 긴급전화 없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긴급전화는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었다. 소방청이 발표한 2024년 전국 소방 활동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19에 접수된 신고전화는 총 11,354,940건으로 하루 평균 무려 3만 건 이상에 달한다. 또한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재난과 범죄 요인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신종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경북 지역을 강타한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와 같이 대형 재난 사건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운데 긴급 전화 시스템의 신속한 대응과 효율적인 구조 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이 시스템들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사실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긴급전화 시스템의 시작
세계 최초의 통합 단일 긴급번호 시스템은 1937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스템이 탄생하기 이전에는 지역 경찰서나 소방서에 개별적으로 범죄나 화재를 신고해야 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관공서의 번호를 일일이 기억하고 하나하나 전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1927년 11월, 번호 “0”만 누르면 교환원을 통해 경찰·소방·구급 대원에게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 개발되었는데, 덕분에 사람들은 지역 관공서의 번호를 일일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1920-30년대에 긴급 신고 전화가 급증하면서 교환원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1935년에 발생한 런던 웜풀가 화재사건은 긴급전화 시스템이 대대적인 개선작업에 들어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당시 화재 현장을 발견한 이웃이 신고를 위해 “0”을 눌러 교환원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는데, 통화 대기중인 전화가 너무 많아 연결되지 못하고 결국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이웃이 ≪타임스≫ 편집자에게 편지를 썼고, 정부 조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경찰·소방·구급대원 등에게 단번에 연락할 수 있는 단일번호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마침내 1937년 7월에 긴급 번호 “999”가 탄생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지체없이 즉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번호는 전 세계적으로 통합 긴급번호의 모델이 되어 미국의 911, 대한민국의 119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한민국의 긴급전화는 비교적 최근인 1980년대에 도입되었다. 1982년, 서울시가 소방서에 재난사고와 야간 응급환자의 구급 업무를 위한 소방 ‘구급대’를 설치하면서 원래 화재 신고를 담당했던 119번이 긴급 구조 번호가 되었다. 1990년대에는 재난의 종류(자연재해, 인위적 재난, 전쟁 등)에 따라 재난관리 주무 부서를 다르게 운영했기 때문에 총체적인 재난 발생 시 지휘 감독 기관이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에서도 드러났으며, 책임감독기관의 부재 때문에 긴급 인명구조가 늦어져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정부는 긴급 구조 사태 시 총지휘할 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1995년 10월 ‘중앙 119구조대’를 발족했다.
한편, 범죄 신고 번호인 112번은 1957년 7월에 서울과 부산에서 시행했던 ‘112 비상통화기’에서 시작되었다. 112번은 그 발음과 같이 ‘일일이 알린다’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신고자의 요청을 세심하게 처리해 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난과 범죄를 주관하는 통합 긴급전화 체계가 구축되면서 대한민국은 더욱 안전한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게 되었다.
안전을 위한 진화
국민을 재난과 범죄로부터 지켜주는 긴급전화 시스템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비롯한 여러 최첨단 기술을 도입해 선진화된 신고·대응 체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이를테면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상태에서 넘어지면, 기기가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감지하고 낙상 사고로 긴급 전화로 연결해 주는 시스템이나 IOT 스피커에 “살려주세요”라고 한마디 말하는 것만으로도 긴급 전화를 걸 수 있는 기능이 여러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긴급 신고는 전화뿐만 아니라 문자, 그리고 ‘긴급신고 바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가 쉽고 빠르게 긴급 신고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경찰, 소방, 해경 등 어느 기관에 바로 신고가 가능하며, 다국어 신고 기능도 지원하고 있어 다문화 가족 및 외국인도 손쉽게 신고할 수 있다. 또한 청각장애인이나 위협 상황에 처한 사람을 위해 음성통화 없이도 신고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으며 위험한 순간을 위한 가짜 전화받기, 호루라기 기능, 가까운 긴급 기관을 찾아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세계적으로도 자랑스러운 우수한 구조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긴급 구조 시스템은 이렇게 국민들의 생명권을 위해 날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켜주는 이 시스템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고,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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