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가 말하다 [2025.09~10] #2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모두를 위한 돌봄
초고령사회 돌봄의 현실과 한계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65세 이상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섰고, 그중 많은 이들이 노화와 질병, 장애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돌봄 체계는 여전히 가족의 희생과 병원·시설 중심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간병살인과 자살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노인과 가족 모두 과도한 부담을 짊어진다.
대다수 노인은 건강이 악화되어도 살던 집과 마을에서 삶을 마무리하길 원한다. 하지만 보건의료, 요양, 돌봄 서비스는 각기 다른 부처와 제도에 따라 운영되며, 대상자 선정 기준과 지원 절차가 제각각이다. 건강관리는 보건소나 병원에서, 요양은 장기요양보험에서, 생활 돌봄은 지자체나 복지기관에서 각각 따로 제공된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간 연계는 미흡하고, 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아 중복 지원이나 지원 누락이 발생한다. 이러한 제도적 단절은 노인이 원래 살던 곳에서 필요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어렵게 만든다.
통합돌봄의 필요성과 법 제정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24년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됐다.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운영 기준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안을 마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검토한 후, 돌봄통합지원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이 대한민국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 보호, 돌봄통합지원법의 목적인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살던 곳에서 계속해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아래의 사항을 보완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였다.
돌봄통합지원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의견
존엄을 지키는 돌봄, 모두의 권리
돌봄은 단순한 복지 서비스나 행정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인권을 실현하는 사회적 책무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 병들고, 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이며, 그 권리는 거주지나 경제적 형편, 건강 상태에 관계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의견표명을 통해, 돌봄통합지원법이 형식적인 제도에 그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삶 속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권리 보장의 기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통합돌봄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노인·장애인·중증질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병원이나 시설로 옮겨 가지 않고도, 자신이 살아온 공간에서 일상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돌봄은 개인과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넘어,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공공의 가치다.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위해 지켜야 할 약속이다. 그 약속을 실현하는 길이 바로, 인권에 기반한 사람 중심의 돌봄이다.
글 | 이동우(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