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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담언 [2017.03] 우리의 춤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리뷰 진유정

 

청춘의삶4-2

 

공연 <, 걷다>가 건네는 위로 한바탕

 

이게 정말 내 모습일까? / 나를 증명하는 길은 오직 이 표정밖에 없는 걸까? / 3×4cm의 공간은 앞모습만 허락할 뿐 / 나의 뒷모습과 여백은 허용하지 않는다.’ 최근 출간된 시따위라는 책 속에 실린 증명사진이란 글이다. 이런 글들이 많은 공감을 얻는 이유. 그것은 청춘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하루 힘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삶에게 보내는 글의 위로들. 그리고 여기에 특별한 위로를 보탠다. 춤으로 건네는 또 하나의 위로다. 불이 꺼지고 무대 위 조명이 켜지자 나란히 서 있는 청년들이 보인다. 불안해 보이는 얼굴들. 각자의 이력서를 내밀어 보지만 저마다의 이유들로 거절당한다. 청년들의 구직난을 떠올리게 하는 짧은 프롤로그가 끝나자 춤이 시작되었다. 소리가 아닌, 말이 아닌 몸으로 표현하는 언어를 해석하기 위해 나는 무대 쪽으로 몸을 가까이 기울였다.

 

남을 밟아야 올라갈 수 있는 세상, 각자의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 바벨탑의 꼭대기만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쳇바퀴를 도는 모습. 과연 이것이 현실일까? 정말로 청년들은 지금 저기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공연 , 걷다1부는 그렇게 무게라는 테마로 청년들의 경쟁과 분노, 희망과 현실을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마치 몸부림 같은 동작들은 아무 설명 없이도 오늘날 청춘들의 모습을, 청춘들의 아픔을 짐작하게 한다. 손에 쥔 뾰족한 물체로 바닥을 긁고 쿵쿵 무대를 울리는 소리는 관객들의 심장까지 울린다. 그 못은 때로 같은 처지에 놓인 동료이자 경쟁자이기도 한 다른 청년들을 상처 입히기도 한다. 청년들의 마음에 깊이 박힌 못. 춤은 그 아픈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다음 장에서는 무대 위에 넓은 단이 놓였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따라 하나의 단은 여러 개의 작은 조각들로 나뉜다. 마치 의자를 뺏는 게임처럼 허겁지겁 조각 하나씩을 차지했는데 한 사람은 그마저도 얻지 못했다. 다른 이의 조각을 뺏어 보려 하지만 누구도 같이 나누려 하지 않는다. 포기하고 돌아서는 힘없는 뒷모습, 움츠린 어깨. 삶의 중요한 것들을 포기하며 하루하루 견디는 삶의 힘겨움이 그대로 표현되었다. 마치 좀비들처럼 한 사람을 공격하는 듯한 모습은 무한경쟁 속에 놓여 있는 청년들을 상징하는 것이리라. 무용수들의 몸짓은 애써 해석할 필요도 없이 현실과 바로 연결되었다. 청춘이라는 푸르름을 포기한 채, 무엇이 인생인지도 모른 채 그들은 빚을 갚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친다. 말이 없어도 너무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현실. 공연 , 걷다는 마치 청춘을 위한 진혼곡 같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체감하게 한 , 걷다가 던진 묵직한 질문에 공연을 보는 내내 가슴이 뻐근하고 무거워졌다. 엔딩 파트에서 그런 마음들을 풀어주는 춤이 펼쳐졌으면 어떨까 싶었지만 그 조차도 사치인 것 같아 마음을 접는다.

 

청년의 삶에 대한 관심과 위로, 그리고 격려가 절실한 때다. 청년들을 짓누르는 고달픈 현실을 당장 벗어나게 할 수 없다면 말이다. 빨리 길을 찾으라고 다그치지도 말자. 그들의 인생 문제를 대신해 줄 수 없다면 우리가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일 지도 모른다. 청춘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청년들의 삶을 공감해 주고 위로하는 프로그램들로 그들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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