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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리포트 [2017.05] 군인에게는 전문적인 상담자가 필요합니다

글 임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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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상담을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장병 스스로를 보호하는 데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군상담이 필요한 이유

 

최근에도 군 내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015년 군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었습니다.

 

한 명 한 명 모두 다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들이 힘겨워 할 때 누군가 손을 잡아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상담이 꼭 필요하고 활성화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군 상담 도입 초기에는 소위 말하는 문제 장병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목적이었습니다. 문제 장병을 누가 정의하느냐도 문제지만 이런 식의 소극적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무복무로 낯선 환경에서 젊은 청년이 단체생활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장병 개인의 심리 뿐만 아니라 편안한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명하복의 수직적 구조, 까라면 까라는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미군, 캐나다군의 경우 리더십의 3분의 1 이상이 군상담, 심리분야를 담고 있음을 볼 때 우리 군에서도 장병의 자기관리, 군 간부의 균형 잡힌 리더십, 소통활성화 등의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데 상담이 활용되어야 합니다.

 

 

군상담, 군간부와 군가족까지 확대되기를

 

군간부, 군종장교, 병영생활 전문상담관 등의 역할이 혼재된 가운데 군상담이 소통활성화, 자기관리 등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담의 대상 또한 확대되어야 합니다.

 

상명하복의 수직적 계급체계인 군에서 간부가 건강하고 균형이 잡혀 있어야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리더십이 발휘되고, 병사들이 안정된 군생활과 임무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군간부와 군가족의 스트레스 관리는 군 조직전체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군간부가 교육 진로 문제 등으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주말부부 형태가 많고, 이것이 주는 스트레스는 상당하다고 합니다. 군가족 상담지원을 통해 진로상담, 문화생활, 격오지 스트레스 등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과 관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군에도 필요한 노하우플러스제도

 

민간전문가는 군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군에서 양성된 군상담가는 전문적 상담역량이 미흡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전역하는 군인을 대상으로 군상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전역군인이 상담 관련 전문지식을 습득하면 군의 특성을 이해하면서도 상담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 건강한 조직문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퇴직 공무원들에게 공공기관 강의, 코칭 등의 기회를 부여하는 노하우플러스제도와 같이 군 상담전문 인력양성과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민간상담사와 교류와 경쟁이 가능하도록 군상담의 질적, 양적 성장을 도모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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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관리를 통한 군 조직관리, 장병 정신건강관리

 

임무수행 중 부상, 전사, 순직한 장병에 대한 적극적이고 깍듯한 예우가 필요합니다. 선배, 동료장병이 임무수행 중 부상을 당하거나 순직했을 때 당사자와 가족에게 적극적인 예우를 하는 것은 그들의 헌신에 대한 존중이며,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입니다.

 

얼마 전 예비역 중령이 진행한 국가유공자 등록거부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일이 있었습니다. 군 생활 중 지뢰가 터져 선배 장교와 부하 병사들이 숨지는 것을 목격하고, 대사관의 무관으로 근무하며 김선일 씨의 운구를 도우면서 발생한 트라우마 인정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사례에서 심리적, 정신적 외상에 대해 소홀히 하는 우리의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드라마에서 다이크 중위는 벌판을 돌파하는 전투 중 공황상태에 빠져 부대지휘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많은 부하들이 독일군의 조준사격을 받으며 전사하게 됩니다. ·평시 마음관리, 균형 갖추기가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미군의 경우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장심리, 트라우마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부상 장병, 가족에게 많은 지원과 예우를 시스템화 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당사자가 힘겨운 법정 싸움을 통해서도 인정받기 어려운 후진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던 사람들이 실망과 분노를 안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싸움을 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미군과 같이 전문기관을 통해 시스템화된 트라우마 관리를 해야 하며, 전시에는 전장심리관리, 평시에는 조직관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군상담 영역을 확대 운영해야 합니다.

 

정신적 외상을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다툼이 벌어지는 문제를 벗어나 전·평시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조직분위기와 예우를 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방, 경찰, 해경 등에서는 매년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조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 개발운영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하는 이유는 조직원 스트레스, 트라우마 관리가 곧 직무수행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 군에서도 군상담을 통해 장병의 심리적 문제 해결과 함께 전·평시 조직관리와 직무수행이 효과적으로 발휘되도록 다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군인은 소모품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인간입니다. 공감과 배려에 기반한 군상담은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일 수도 있습니다. 군상담의 대상과 영역의 확대, 군 전문 상담사의 양성 군 상담의 양적 질적 향상과 더불어 인권 친화적 병영 문화 조성이 필요합니다. 인권에 기반한 군대가 강한 군대입니다마무리기호

 

 

글중간기호

 

글쓴이 임재호 교수님은

다수의 심리치료 관련 저자이자 현재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겸임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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