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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돋보기 [2018.01] ‘甲질’ 당하는 ‘乙’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

인권 편집부

 

여기 두 영화가 있다. 2014년 개봉한 부지영 감독의 <카트>와 그 이듬해에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이다. 코믹 액션과 드라마라는 각기 다른 장르지만 두 영화 모두 ‘직장 내 갑질’이라는 공통 코드를 지니고 있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갑질과 응징, 그 아프고도 통쾌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베테랑

 

총체적 난국, 재벌 2세의 갑질 횡포
신입 사원을 뽑는 면접장. 지원자의 인격을 무시하는, 이른바 ‘압박면접’에 질린 한 지원자는 “내가 이 면접장을 나가는 순간, 이 회사의 고객이 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채용사와 지원자의 절대적인 갑을 관계가 언제고 뒤바뀔 수 있다는 예로서 종종 회자되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전복이 어려운 절대적인 갑과 을도 존재한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 절대적인 갑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계층이 있다면 아마도 재벌이 아닐까? 2010년 재벌 2세 출신의 한 대기업 회장이 운수 노동자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하고 ‘맷값’이라며 2,000만 원을 지불한 사건이 있었다. 또 다른 대기업의 재벌 2세는 다른 상류층 자녀들과 함께 마약 파티를 열고, 음주 단속에 걸리자 경찰관을 차에 매단 채 질주를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총체적인 난국’의 사회상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영화가 <베테랑>이다. 영화 속에서 하청 업체에서 또 재하청을 받은 화물 노동자가 임금체불에 항의하기 위해 본사를 찾았다가 망나니 재벌 2세에게 폭행을 당하고 중상을 입는다. 우연한 기회에 이 화물 노동자와 인연이 닿았던 형사가 이 사건 해결에 뛰어들자 재벌 2세와 그의 심복은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한다. ‘돈으로 할 수 있는 갑질’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천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런 흥행의 배경에는 재벌 2세의 갑질과 사고를 목격했으나 하나마나한 처벌로 끝을 맺는 실제 사건들을 지켜본 관객들의 울분을 풀어주었기 때문이라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또 다른 재벌 2세의 갑질 ‘땅콩 회항’이 어떻게 끝을 맺었는지 알고 있다. 피해자 승무원은 라인 팀장에서 일반 승무원으로 업무가 경되어 좌석과 화장실 청소, 고객 응대를 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평창올림픽에 VIP로 참가했다. 정녕 우리가 기댈 것은 영화의 통쾌한 결말뿐일까? 왜 현실에서는 그런 결말을 볼 수 없는지 쓴 입맛을 다신다.

 

카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설움과 아픔, 그리고 몸부림
<베테랑>이 재벌 갑질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답답한 현실을 속 시원히 응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부지영 감독의 영화 <카트>는 우리나라 상업 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문제를 다뤘다. 그것도 실화를 말이다. 2007년, 한 대형 유통 그룹은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 근무 중인 비정규직 직원을 해고 통보했다. 회사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전국 지점의 주차관리 요원, 보안 요원, 카트, 시설, 청소 미화 부문 등 간접 고용 용역 노동자 500여 명 이상을 전격 해고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받으며 노동자들은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을 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


<카트>는 이 사건을 고스란히 영화로 만들었다. ‘오늘 우리는 해고되었다’는 영화 포스터의 슬로건처럼 마트 계약직으로 일하다 어느 날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그렸다. 영화에서 마트 이용객은 외려 노동자들에게 항의를 한다. ‘회사하고 해결할 문제인데 왜 고객들에게 불편을 주냐’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는 영화 속 몇몇 장면처럼 직원이 실수했다고 반성문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또한 내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해서 무릎을 꿇게 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며 휴일에 마트를 찾았는데 문이 닫혀 있을 때 불편함을 호소한 적이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파업이 심각한 불편을 초래할수록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해 왔는지다. 동시에, 그들 덕분에 우리가 얼마나 편안한 생활을 누려왔는지 자각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그들이 멈추면 세상도 멈추고, 우리 또한 그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02

 

화면해설.

이 글에는 영화 <베테랑>과 <카트> 포스터와 영화 장면들이 있습니다. 베테랑은 온갖 갑질을 자행하는 재벌2세가 거만한 자세로 다리를 꼬고 앉아서 비서의 보고를 듣는 것 같은 장면, 부상당한 사람이 길에 쓰러져 있고 형사가 그 옆에서 누군가 그 사람을 폭행한 것을 본 것인지 사라진 방향을 쏘아보는 장면의 사진이 있습니다. 카트의 장면은 부당해고를 당한 마켓 비정규직 사원들이 하루 아침에 해고당해 사측에 항의 하는 장면들과 매대에 서 있는 판매원의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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