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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담긴 풍경 [2018.05]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여성’ 게이머

글 븜브

 

게임기를 들고 있는 여성의 사진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스마트폰, 컴퓨터, 각종 콘솔 및 전자기기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다. 그에 걸맞게 이를 이용하여 즐기는 ‘게임’이라는 매체는 우리 삶 속에 익숙하게 자리 잡은 즐길 거리가 되었다.

 

남자친구가 도와주는 거지?

 

이동하는 시간에 잠깐씩 들여다보는 휴대폰 게임, 바쁜 삶을 살다가 잠시 숨을 돌리며 쉬는 날에 취미 삼아 즐기는 비디오 게임, 친구들과 다 같이 즐기는 온라인 게임. 이처럼 현대인의 큰 취미로 자리 잡은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여성’ 게이머들이 공평하게 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을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여성 게이머들은 이를 뼈저리게 느낀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하다가도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나 온라인 게임을 할 때 ‘여성’이라는 것은 문제가 된다. 게임 실력이 좋아도 여성인 것이 드러나면 ‘남자친구가 도와주는 거지?’라는 말을 들으며 실력을 폄하 당하고 심할 때는 성희롱과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듣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같은 게임에서 여성임이 드러나지 않으면 실력이 좋다며 ‘형’ 소리를 듣게 된다. 온갖 칭찬과 찬사와 함께.

 

욕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여성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로 게임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성차별적인 시선 때문이다. ‘여성’ 게이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며 게임을 남성의 전유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되풀이되고 있고, 여성 게이머들을 남성 게이머들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은‘남성’의 전유물이며, 여성 게이머들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고 폄하하며, 실력이 좋은 게이머들을 당연하게도 ‘남성’ 게이머로 가정하는 것이다.
게임 업체 역시 여성 게이머들의 구매력을 인정하지 않고, 주 고객층이라고 생각되는 남성 게이머들의 욕망을 부추기는 상품만을 제작한다.

 
더 어리고 아름다운 여성, 도식화된 여성의 모습을 소비하려는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성적 대상화를 일삼는 상품을 만들어낸다. 여성 게이머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타자화되며, 욕망의 대상으로만 그려진다. ‘여성’이기 때문이다.

 

게임은 게임일 뿐?

 

여성을 타자화하고 성적 대상으로 못 박아버리는 상품을 제작하고 소비하는 이들은 비판적 의견에 맞서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를 주장한다. 수동적이고 도식화된 외관과 연령, 성격을 가진 캐릭터, 남성 게이머들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현실 속의 여성 인권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는 게임계의 여성 혐오적인 행보는 현실의 여성 억압에서 비롯되어, 게임에서의 여성인권을 더더욱 추락시키고는 결국엔 현실 여성들을 다시금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실에서는 심각한 범죄가 되는 불법 촬영 등이 게임 요소로 소비되고 여성 캐릭터들에게 하는 성적 대상화와 성희롱을 실제 여성 게이머들에게 가하면서, 게임계의 남성 문화라며 이를 공고히 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남성 문화로 똘똘 뭉쳐 여성 인권을 짓밟는 게임계는 심지어 그들의 문화에 어렵사리 진입한 게임업계 여성 노동자마저 검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의 악습을 위협하는 사상인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계정에 개인 SNS로 동의의 표시를 보였다는 이유였다. 게임업계 내의 여성 혐오적 양상과 이로 인한 여성 인권의 침해는‘여성’들이 존재하는 한지속될 수 없다.


게임계는 이제 확답해야 한다. 여성 게이머들이, 나아가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부당한 이유로 본인들의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업계 내 분위기를 바꿀 것이며, 자정하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자정과 더불어 비윤리적이고 여성 혐오적인 게임 상품 제작을 제재하고 업계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에 더 철저히 맞설 수 있는 제도 역시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 혹시 이 글을 보는 게이머가 있다면, 침묵하지 않고 여성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븜브 님은 페이머즈 활동가로, 게임계 내 여성혐오 타파라는 의제를 목표로 다양한 행사와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페이머즈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화면해설.

이 글에는 게임기를 들고 있는 여성의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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