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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사람 [2018.08] 작가, 코미디언, 바느질을 좋아하는 장애도 있는 사람 - 스텔라 영

인권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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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영은 호주에서 작가로서 신문에 글을 연재하고, 코미디 페스티벌에 출전해 최종라운드에 진출해 활동한 코미디언이며 장애인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장애인, 여성, 청소년 인권을 위해 활동한 인권 활동가이기도 하다. 기침만 해도 뼈가 부러지는 희귀 유전병이 있어 평생을 휠체어에서 살았다는 건 아주 작은 일부분이다.

 

“나는 영감을 주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는 많은 장애인 유명 인사를 알고 있다. 의족으로도 열심히 활동하는 운동선수,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 팔과 다리 모두 없지만 노력해서 좋은 대학에 간 사람 등 얼핏 떠오르는 이만 해도 열 명은 됨직하다. 이들의 이야기가 유명한 이유는 ‘장애가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델’로서 비장애인에게 더 열심히 살라는 롤모델이 되거나 삶의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스텔라 영이 열다섯 살의 소녀였을 때, 그가 살던 지역의 어떤 사람이 찾아와 지역공로상에 추천하고 싶은데 부모의 의견은 어떤지 물었다. 그의 부모는 이렇게 대답했다.

“공로상이라니, 좋은 일이네요.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어요. 제 딸은 사실 어디에도 공로를 세운 적이 없거든요.”

열다섯 살의 영은 학교가 끝나면 어머니의 미용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이 되면 침대 맡에 기대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는, 보통의 10대와 같은 생활을 할 뿐이었다. 그리고 수년 후, 교사가 되어 지역 고등학교의 법학 교사가 되었고 명예훼손에 대한 강의를 시작한 지 20분쯤 흘렀을 때 한 학생의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강연은 언제 시작하세요?”

그 학생은 휠체어를 탄 사람이 학교에 오면 동기부여에 대한 강연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 영은 깨달았다. 그 학생은 선생님 혹은 의사들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이 아닌, 영감을 주는 ‘존재’로 만 장애인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물론 그 학생의 잘못만은 아니었다. 사회가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도록 만들었으니까. 그렇게 장애를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말한다.

“나는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 도구가 아닙니다(I am not your inspiration).”

 

“장애를 이용한 거짓말”

이른바 ‘감동 스토리’류의 온라인 이미지 뉴스에는 장애인의 모습이 있다. 예를 들면 두 다리가 없는 수영 선수의 모습을 배경으로 “삶의 유일한 장애는 나쁜 태도이다”같은 문장이 있는 이미지들이 그렇다. 스텔라 영은 이를 ‘감동 포르노’라고 불렀다. 비장애인들에게 ‘다리가 없어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나는 이런 걸 힘들다고 했구나. 더 노력해야겠다’같은 동기부여의 도구라는 것이다.

“그건 아침에 일어나거나, 자기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걸 축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장애인을 그냥 물건 취급하는 거죠. ‘삶의 유일한 장애는 나쁜 태도’라고요? 장애인이 아무리 웃으면서 계단을 바라봐도 계단이 경사로로 바뀌지 않아요. TV를 긍정적인 태도로 본다고 장애인을 위한 자막이 갑자기 나오지 않고, 서점 한가운데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아무리 발산해도 그곳의 책을 점자로 바꿀 수 없죠.”

막상 장애인에겐 도움 되지 않는, 비장애인의 동기부여 문장이란 이야기다. 영은 장애를 가진 몸이 아니라 장애를 이용한 거짓말이 자신이 겪는 가장 큰 불평등이었노라고 말한다.

그는 열네 살에 살고 있는 지역의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휠체어 이용이 가능한 곳과 아닌 곳을 일일이 조사해서 지역 신문에 기고하는 등 평생을 장애인 인권을 위해 맹렬히 싸웠다. 사회가 장애인을 보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SNS 프로필에 ‘작가이자 코미디언, 바느질을 좋아하는 장애도 있는 사람’으로 쓴 것처럼 장애는 자신을 구성하는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세상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랐다. 서른두 살의 나이에 요절했지만 그가 유쾌하게 외치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이제 세상을 바꾸어나갈 것이다.

 

화면해설
이 글에는 커다란 휠체어에 앉아서 환하게 웃고 있는 외소한 체격의, 그러나 당당한 표정의 스텔라 영의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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