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 > 줌인1 <특집> > 편견에 갇힌 아이들 당당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 수용자 자녀의 권리를 말하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경림 대표

줌인1 <특집> [2019.07] 편견에 갇힌 아이들 당당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 수용자 자녀의 권리를 말하다
㈔아동복지실천회 ‘세움’ 이경림 대표

글 김희정 / 사진 봉재석

 

언론에서 주목하는 범죄의 뒷면에는 가해자의 가족이 있다. 가해자가 체포된 후 남은 가족들은 사회의 따가운 편견에 맞서 사투를 벌이며 살아간다.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모형제의 죄를 함께 짊어져야 할 일인가. 가해자의 가족은 가해자가 아니다. 어찌 보면 그들도 피해자다. 철저하게 외면당한 채 살아가고 있는 가해자의 가족들.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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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안녕하세요. 세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경림 세움은 아동 인권 관점에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일반 원칙인 무차별의 원칙과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따라 부모의 죄와 상관없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된 아동복지 전문단체입니다. 이곳의 슬로건은 ‘가장 작기에 가장 절실한 0.5%의 아이들’이며, 그들은 바로 수용자 자녀입니다. 세움에서는 수용자 자녀의 건강한 성장, 수용자 자녀의 인권 보호,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는 지원 체계 구축, 실증적 경험을 통한 수용자 자녀에 대한 조사·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권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게 된 계기와 설립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이경림 당시엔 부모의 범죄로 인해 2·3차 피해를 보는 아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없을 때였어요. 자녀를 범죄와 동일시하는 사회적 편견을 해결하고 싶어서 세움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수용자 자녀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하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피해자 자녀도 돕지 못하는데 왜 가해자 자녀를 도와야 하느냐”고 반문했어요. 여전히 범죄와 수용자 가족을 동일시하는 사회적 편견이 난제지만, 수용자 자녀의 인권에 대한 인식과 시각을 넓혀가는 것이 세움이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세움을 설립한 후엔 수용자 자녀를 발굴하는 부분이 문제였어요.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인해 인터넷을 통한 자료 수집도 어려웠죠. 다행히 교도소를 통해 추천받을 수 있었지만 그 부분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인권 세움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이경림 저희는 수용자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우선으로 합니다. 아이들의 배움을 위해 수감된 부모가 출소할 때까지 매달 5~7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긴급 위기에 놓인 가정의 자녀에게 의료비 및 주거비, 법률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 동아리 활동과 아동 및 양육자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족관계 회복을 위해 동행 면회를 지원하고, 이와 관련해 아동친화적 가족 접견실 구축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밖에 일반인들의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수용자 자녀의 상황을 알리고, 사회적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 결과 지난 4월 5일에는 ‘수용자 자녀가 수감된 부모와 면회할 때 차단시설이 없는 곳에서 면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 조항이 만들어져 매우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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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자 자녀 이해를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 포스터 / 비밀친구와 마스코트 세움이

 

 

인권 대한민국의 수용자 자녀는 얼마나 되나요?

이경림 최초의 수용자 자녀에 대한 조사는 2017년 인권위에 수탁 받아 진행했습니다.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전국의 교도소에 수감된 수용자를 전수조사할 수 있었어요. 당시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수용자는 25.4% 정도였고, 그들의 자녀를 집계해보니 약 54,000명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아동 인구의 약 0.5%에 해당되는 수치였어요.

 

인권 수용자 자녀의 경우 부모의 부재로 인해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그들의 빈곤 상태는 어떤 실정인가요?

이경림 수용자 가족의 경제적 빈곤은 해결이 시급한 문제입니다. 2017년 인권위 조사에 의하면 일반 수급자들보다 수용자 가족의 수급 비율이 5.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들 가정에서는 빈곤으로 인한 가정 해체, 아동 학대 및 방임 문제가 집중적으로 관찰됐습니다. 이는 수용자 자녀를 특별 취약계층으로 지원할 필요성이 있음을 뒷받침하죠. 빈곤과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인권 수용자 자녀들이 겪는 2차 피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경림 저희와 만난 수용자 자녀들이 겪은 2차 피해 사례를 말씀드릴게요. 지은이(가명)는 아버지가 수용소에 수감되고 갈 곳이 없어지자 옆집에 맡겨졌는데, 안타깝게도 옆집 아저씨에게 성 학대를 당했어요. 한편 웅이(가명)는 아버지의 체포 장면을 목격하게 됐는데, 당시 경찰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무시하고 아버지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죠. 이후 건강한 성인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는 가출과 절도를 일삼고 소년원에 가게 됐어요. 또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오랜 기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부부 싸움 중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었죠. 그리고 남겨진 두 아이가 피해자의 자녀가 아닌 살인자의 자녀로 살아가게 된 안타까운 사연도 있습니다.

 

인권 수용자 자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그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이경림 어려움 속에서도 건강하게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는 자녀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존감이 약해져 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자신 자신은 물론 본인이 처한 환경을 부끄럽게 여기고 사람들을 피하곤 하죠. 부모의 범죄가 혹여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걱정하고, 흉악범죄를 저지른 수용자의 자녀는 ‘혹시 나에게도 범죄자의 피가 흐르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인권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자녀도 많을 텐데요. 복지혜택이 마련돼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경림 청소년복지상담실의 경우 다른 아동청소년과 동일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으나 횟수의 제한으로 장기간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일반 상담실의 경우 수급자는 1회 7만 원, 비수급자는 1회 10만 원입니다. 사실상 가격 면에서 아이들이 치료받는 데 한계가 있어요. 이를 개선하고자 세움에서는 사무실 내 수용자 자녀 및 가족을 위한 상담실을 마련했습니다. 이용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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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어느 날 새벽, 정동진에서 세움의 사진 동아리 ‘빛픽쳐’에서 활동 중인 아이들 / 사진 이요셉

 

 

인권 수용자 자녀들은 부모의 수감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되나요? 또 그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의문입니다. 올바른 정보 부탁드립니다.

이경림 조사에 의하면 부모의 수감을 알고 있는 자녀는 10명 중 4명에 불과합니다. 주로 가족이 먼저 숨기게 되는데, 자녀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수감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범죄 유무보다 ‘부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왜 갑자기 나를 떠났지?’, ‘언제 돌아오지?’ 등에 대해 더 궁금해해요. 어느 날 갑자기 부모 중 한 사람이 사라진 것에 대해 충격을 받는 거죠. 부모의 수감 원인과 자녀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자녀의 알권리 존중과 그들의 심리적 충격을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인권 정부와 각 기관 및 부처에서 마련해야 할 정책과 해결 과제가 있다면요?

이경림 지난 4월 5일 형의 집행 및 처우에 관한 법률에 수용자 자녀와 관련한 새로운 법이 개정됐습니다. 이제 이 법이 실질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법무부, 복지부, 여성가족부, 민간, 전문가 등이 그 내용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2019년 인권위에서 “부모의 체포, 사법 절차 등 모든 형사사법 단계에서 수용자 자녀의 인권을 보호하라”는 대법원장, 경찰청장, 법무부 장관에게 내린 권고 사항이 실현돼야 하며, 수용자 자녀 지원을 총괄해 움직일 수 있는 책임 부처가 정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교도소 내 수용자의 사회 복귀를 위해 가족관계를 적극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교정시설 내부에서 수용자 가족을 전담할 전문 교도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용자 자녀를 관리할 사회복지사가 충원돼야 합니다.

 

인권 수용자 자녀들을 마주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세요.

이경림 처음에는 그들과 마주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범죄’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수용자 가족이자 자녀임을 밝히기 꺼려 했거든요. 어렵게 만난 아이들은 부모가 수감되기 전부터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양육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복잡한 가정 문제를 풀어나가기에 세움의 지원이 미약해 미안할 뿐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출소한 뒤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마음을 터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세움의 다른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할 때 깊은 감명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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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수용자 자녀의 인권과 관련한 국민들의 인식 개선에 대해 정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경림 오랜 기간 수용자 자녀들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여느 집 아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 그들을 부모의 범죄와 상관없이 존엄한 존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헌법 제13조 3항에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수용자 자녀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이제 아이들이 존재 자체만으로 당당히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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