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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MTF 합격자 입학을 둘러싼 생각들

밀레니얼이 말하는 인권 [2020.02] 누가 여성인가, 무엇이 여성을 위협하는가
숙명여대 MTF 합격자 입학을 둘러싼 생각들

글 김혜윤

 

최근 트랜스젠더 여성 A씨의 숙명여대 합격 사실이 알려지자 재학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트랜스젠더 여성은 ‘진짜 여성’이 아니라며 입학을 반대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소수자로서 용기를 낸 A씨를 환영했다. 상반된 의견을 비교해보며 오늘날의 트랜스젠더 인권과 여성 인권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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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을 뒤덮은 십여 개의 대자보

지난 1월 30일, 22세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 A씨의 숙명여대 입학 사실이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고 10월에 성별 정정을 허가받아 주민등록까지 변경을 완료했다. 이어 수능을 치른 뒤 숙명여대 법과대학 정시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숙명여대 내 게시판에는 ‘순헌황귀비 뒷목 잡고 쓰러져…명신여학교에 내시 입학’이라는 제목으로 A씨를 여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이화여대·숙명여대·서울여대·덕성여대·동덕여대 등을 포함한 21개 여성단체도 “여대는 남자가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며 “여성들의 안전한 공간을 지키길 원할 뿐”이라는 입학 반대 성명을 냈다.
한편 숙명여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당신은 존재 자체로 가치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했다.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대법원 전원 합의체 판결문을 제시하며 A씨의 입학을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숙명여대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 또한 ‘무엇이 혐오를 정당화하는가’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재해 “‘생물학적 여성만이 진정한 여성’이라는 주장은 성기중심적인 생각이며, 이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기존의 여성혐오적 시각을 답습하는 것”이라며 A씨에 대한 혐오발언을 비판했다. 숙명여대 졸업생들은 온라인 지지 성명을 통해 “정상성의 범주에 없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배척하는 일은 그동안 우리가 극복하고자 했던 성차별의 벽들과 다르지 않다”고 호소했다.

 

배제가 아닌 연대의 필요성

A씨의 숙명여대 입학이 문제시된 일은 여전히 트랜스젠더가 사회에서 정체성을 부정당하며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트랜스젠더 혐오의 목소리에는 불법촬영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폭력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가 혼재한다는 사실 또한 인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인권은 어느 한 쪽이 얻으면 다른 한 쪽이 잃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진짜 여성’을 구분하며 MTF를 배제하는 것은 여성을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없으며 우리 사회에는 성별의 구분 없이 모든 소수자가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A씨는 2월 7일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대학을 가고자 하는 당연한 목표와 그 속의 꿈조차 누군가에게는 의심과 조사의 대상에 불과하다고 느꼈다”며 “혐오는 진정한 문제를 가리고 다층적 해석을 일차원적 논의로 한정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일로 성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연대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말을 남겼다. 이제는 혐오와 배제를 넘어 연대의 길을 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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