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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더하기 [2023.02] “그런 걸 왜 묻나요?” 사라지지 않는 채용·면접 성차별

글. 여명희(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시정과 조사관)

 

면접 시 성차별적 문화와 관행 문제

 

인권위가 1월 초 배포한 “여성 채용 면접 시 춤과 노래 지시는 차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거웠다. 이 사건 진정인은 채용 면접에 응시하였다가 면접위원들로부터 노래와 춤을 춰보라는 주문을 받았다. 위원회는 면접 과정에서 면접대상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노래와 춤을 시연하도록 하는 등의 행위가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면접대상자와 면접위원의 관계를 고려해보면 면접대상자는 면접위원의 요구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고, 이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는 처지임을 감안할 때, 당시 진정인이 당혹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았다. 더구나 진정인이 우회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피진정인들이 노래와 춤을 거듭 요구하였는데, 이는 면접대상자인 진정인에게 강요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고, 성적 불쾌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면접위원들은 업무상 친화력이 중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춤과 노래 등을 시연해 보일 것을 주문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직무와 관련된 질문보다 외모를 평가하고 노래나 춤 등 특기 관련 질문에 상당 시간을 할애한 것은 여성에게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문화에 근거한 관행과 인식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채용 과정 관련 제도개선 모색

 

이 사건 보도 이후 수많은 언론과 미디어, 시민단체 등에서는 취업준비생을 괴롭히는 성차별적 관행에 대해 공분하며 정부 당국의 적극적 관리 감독과 제도개선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였다. 이에 인권위는 2023년 상반기 동안 채용 면접 시 성차별 사례에 대한 집중 인권상담 및 진정 접수를 시작하게 되었다. 향후 위원회는 채용 면접 과정에서 직무 및 업무 수행 능력과 무관한 성차별적 또는 성희롱적 발언을 하는 관행에 대하여 이를 심각한 고용상 성차별이자 인권침해로 보고, 관련 상담이나 진정 접수 시 피해 내용을 적극적으로 살피고, 관련 제도의 미비점을 검토하여 제도개선을 모색하고자 한다.

 

 

인권위 2023년 상반기 집중 상담 및 진정 접수

 

채용 면접 과정은 우리 청년들이 경제적 독립을 위하여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첫 관문으로, 면접장에서의 성차별은 비록 1회로 끝나더라도 피해자에게는 심각한 인격적 모멸감과 좌절감을 줄 뿐 아니라 평등한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인권 문제이다. 면접 시 성차별 피해를 경험했다면 인권상담조정센터 전문상담사로부터 성차별 진정 처리 절차와 구제 방법 등에 대하여 상담받을 수 있다.

 

[ 기존 유사 결정 사례 ]

1. A조합 채용 면접 시 춤과 노래 지시 등 성차별
“키가 몇인지”, “00과라서 예쁘네” 등 직무와 관계 없는 외모 평가 발언을 하였고, 사전 동의 없이 면접 중인 진정인의 모습을 촬영하였으며, “00과면 끼 좀 있겠네”, “춤 좀 춰봐”라고 하면서 노래와 춤을 강요함.

2. 공기업 채용 면접 시 성차별적 발언
“여성들이 직장에서 가정일 때문에 업무를 못하는데 결혼하여 육아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라는 질문을 받음.

3. 국가기관의 공무직 채용 면접 시 성차별
“아직 미혼이시죠?”, “결혼과 임신, 출산이 국가적인 문제인 가운데 일과 양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라며 임신·출산에 따른 육아휴직 가능성을 확인하는 성차별적 질문을 함.

4. B센터 강사 면접 시 구직자에 대한 성적 발언
면접 도중 “남자친구는 몇 명 사귀었냐? 남자친구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냐” 등 업무와 무관한 질문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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