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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가 말한다 [2023.04] #3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대구시 북구 이슬람사원을 둘러싼 혐오표현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9월 2일, “이슬람사원 건축을 허가했던 구청이 공사 중지명령을 하고, 공사장 인근 주민들이 이슬람교와 무슬림에 대한 혐오표현을 쓴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는데도 철거하지 않아 무슬림 유학생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진정사건에 대하여, 지역 구청에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인종차별 등 인권침해 우려가 있는 현수막을 제거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권고하였다.

 

무슬림 유학생들은 2021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에 이어 같은 해 7월 대구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중지처분 취소 소송은 1년 2개월 여의 법적 다툼을 거쳐 2022년 9월 대법원이 “대구 북구청의 공사중지명령은 위법한 행정처분이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건축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공사현장 근처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돼지고기 머리와 다리를 전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무슬림유학생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2022년 12월 유엔 종교 또는 신념의 자유 특별보고관에게 무슬림유학생들이 종교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주민의 바람, 희망을 품은 땅에서의 연대

 

무슬림유학생들은 생각했다. 희망차지만 때론 외롭고, 힘들고, 도움이 필요한 낯선 땅에서 말이 통하고 나의 생김새와 옷차림, 사소한 습관까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낯선 이웃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존엄한 인간을 위한 바탕이며 권리아닌가. 그래서 학교를 떠났지만 그 곳을 기억하는 유학생들, 그리고 새로이 이 공간을 찾을 이들을 환영하고자 이웃들과 십시일반 힘을 모아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들기로 했던 것이다.

 

무슬림유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이곳에 필요한 것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래서 비를 피할 지붕을 넓히고, 앉아 기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추위와 더위를 막는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왜?’ 어떤 이유로 공사를 할 수 없다는 걸까?

 

그러나 이들의 여정은 ‘인근 주민’이라고 대표되는 사람들에 의해 막히기 시작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법원의 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장 인부들의 일을 방해하고 무슬림유학생에게 모욕감을 주는 행동들을 서슴없이 했다. 무슬림유학생들이 다니는 경북대학교 담과 맞닿은 대현동은 유학생들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집이었고, 영적 안식을 위한 기도소(기도를 위한 공간)였다.

 

 

가장 큰 의문점, 합법과 불법 사이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슬람사원을 둘러싼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23년 2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상민, 기동민, 권인숙, 장혜영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긴급좌담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좌담회 개최 전 이슬람유학생들을 만나 현재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무슬림유학생들은 자신들에게 혐오표현을 퍼붓는 사람들 중 낯선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처음 그 자리를 기도소로 정했던 2014년부터 지금까지, 자신들과 주민들 사이에 어떤 의도를 가진 외부인이 들어와 관계를 흩뜨려 놓는 것을 볼 때마다 더욱 안타깝고 슬프다고 했다. 지금 무슬림유학생에게 낯선 외부인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신들도 주민들에게 오해되고 낯선 이방인으로 취급되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화해와 공존을 위해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쓴 손편지를 주민들에게 보냈다.

 

“먼저 저희를 주민으로 받아주시고 좋은 이웃이 되어 주신 주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저희는 주민 여러분을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이러한 마음을 가진 것은 주민 여러분과 이웃으로 함께 지낸 시간이 있어서 뿐만 아니라 저희의 종교가 ‘어르신을 부모와 같이 존경하라’고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주민 여러분과 함께 살아갈 것입니다.”

 

유학생들은 ‘불법’은 정의롭지 못한 것이고, ‘불법’으로부터 ‘합법’적 행위를 보호하는 것이 정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합법적인 공사는 완공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이제는 규제할 수 없는, 합법의 탈을 쓴 불법적 행위가 오히려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세계시민으로서 혐오와 차별에 맞서야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먹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건립 중인 이슬람사원 앞에서 돼지고기를 이용해 이슬람 문화를 비하하고, 이들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부추기는 행위는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소수자에 대한 전형적인 혐오표현이다. 우리 사회에서 용인되어서는 안되는 위험한 행동이다. 정부는 국제인권규범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이러한 혐오표현에 담긴 불관용과 차별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은 혐오와 차별에 맞서야 할 책임이 있다. 따라서 대구시와 관할 구청 등 권한 있는 행정기관은 혐오 차별행위에 대한 대응과 회복,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교 등 지역사회와 대구시민들은 일상에 스며든 혐오를 경계하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표현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주민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학교 시민들의 노력은 다채로운 구성원을 포용한 공동체가 혐오와 차별을 구분하고 대응하는 힘을 키워가는 과정이며, 평등사회로 발돋움하는 디딤돌이다. 2023년 봄, 대구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한 도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혐오표현에 시민들이, 지역사회가, 지방정부가,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현장이 되었다. 그 현장에 평등이 꽃이 피는 봄이 되길 바라며, 국가인권위원회는 혐오 차별행위에 대한 국가와 지역공동체의 대응 노력을 계속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다.


글. 김태은(국가인권위원회 차별시정총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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