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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톺아보기 [2023.05~06] ESG의 핵심은 ‘언제나’ 인권이다

 

사회 각 분야의 화두로 떠오른 ESG.
기업이 단순 보여주기 식이 아닌 사람이 목적인 경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송세련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은경 유엔 글로벌 콤팩트 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SG의 핵심은 ‘언제나’ 인권이다

 

윤석민 전문관 |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는데 기업은 책임을 지지 않았어요. 파리바게트 사건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인권을 침해하는 기업 제품을 불매하는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은경 실장 | 윤리나 환경 측면에서 투명한 기업의 제품을 사는 흐름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많이 보입니다. 일자리 절벽이나 출산율 저하 등 청년들의 삶에 직접 맞닿아 있는 문제다 보니, 소비도 연관지어 하는 풍조가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이와 같은 소비 패턴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선순환의 계기가 되는 것 같고요.

 

송세련 교수 | 팬데믹이나 기후 변화 등을 직접 겪으면서 위기 의식이 생기는 거죠. 기업에 대한 책임도 예전과 달라졌고요.

 

이은경 실장 | 제가 속한 곳에서도 젊은 직원들이 ‘공정함’이나 ‘형평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요. 복지제도에도 의견을 많이 내고요. 확실히 입사 때부터 인권을 존중받을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소수의 사람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얘기했다면 현재는 광범위하게 확대된 것 같아요.

 

 

윤석민 전문관 | 해를 거듭할수록 ESG가 더 심화되는 이유는 뭘까요?
*ESG ESG는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의 약자다.

 

이은경 실장 | ESG라는 용어가 2004년 경에 등장했으니 벌써 20년이 됐네요.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는 흐름이 생겼고요. 특히 환경 부분이 이슈죠. 기후 변화 관련 대응은 이제 숨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어요. 기업과 기후는 뗄 수 없는 관계죠. 삼성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는 건 자체 움직이라기보다 애플의 협력사이기 때문에 요구에 응하는 측면이 있거든요. 글로벌 투자자와 기업들이 계속해서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이라 대응하지 않을 수 없는거죠. 예전에는 주주의 이익만 실현하면 됐지만, 지금은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자체가 힘들어지니까 ESG가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송세련 교수 | 유럽에서도 그렇고 재무 상황을 재무제표로 공시하듯, ESG도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주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숫자처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더 발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인권으로 보자면 2018년부터 공공기관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권 경영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어요. 내부에서 생기는 여러 인권 이슈가 의제화되고 이사회까지 올라가는 것도 많이 봤고요.

 

이은경 실장 | 기업과 인권 중에서는 산업안전보건이라든지 중대재해 관련 이슈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는 기업과 인권 관련 이슈에 대해 OECD 국가 중에서는 낮은 순위이고,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최근 69시간 근무제도 논의를 봐도, 정권에 따라서 많은 것이 바뀌잖아요. 인권과 노동 이슈는 보편적인 인간의 권리에 대한 문제인데, 계속 거꾸로 갑니다.

 

송세련 교수 | 덧붙이자면, 인권 경영에서는 공급망 이슈가 중요하죠. 대기업은 근로기준법을 비교적 잘 지키고 있지만, 하청 업체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어요. 인력이 부족해 이주 노동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금체불이나 차별 문제가 심각하죠. 타민족에 대해 문화적인 배타도 적지 않고. 이걸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인권 경영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석민 전문관 | 교수님께서는 ‘ESG의 핵심은 인권이다’라는 인터뷰도 하신 적 있는데요.

 

송세련 교수 | 인권 문제만 해결하면 ESG가 다 해결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인간을 존중하는 가치관과 태도가 E, S, G 모두에 내재되어야 합니다. 인권은 이제 보편적인 가치가 됐거든요. 공통 가치를 가지고 우리가 가진 문제들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인권이 핵심적인 가치라고 생각해요. 인권 실사가 ESG 방향에 대해 방법론을 제시한다고 봐요. ESG가 잘됐는지 안됐는지는 많은 지표를 통해서 측정해볼 수 있는데, 실체적인 실사 방법론을 제시해서 입법으로 반영이 됐어요. 인권이 핵심인 이유는 지금의 ESG 노력에 인권 실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은경 실장 | ESG는 목적이 아니라 ESG를 고려한 경영 방식이 정착돼야 하죠. 목적과 가치와 수단이 다 섞여서 무엇이 먼저냐는 논쟁이 일기도 하지만, 제도 설계 과정에서 보면 UN에서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지속가능한발전(SDG)*을 위해서는 17개, 169개 목표는 꼭 달성해야 한다고 합의했어요. 이 합의의 90% 이상이 인권에 기반한 접근이에요. ESG 경영을 실현하더라도 인권은 침해하면 안 된다는 대전제가 있고요. 이 부분을 놓치면 안 된다고 봐요.
* SDG(Sustainable Development Gals)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를 말한다.

 

 

ESG의 핵심은 ‘언제나’ 인권이다

 

윤석민 전문관 |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어떤 방식으로 인권경영을 해왔을까요?

 

이은경 실장 | 저는 오랫동안 ESG에 대해 기업들에게 권고를 해왔지만 중소기업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요. 중소라고 했을 때 범위도 매우 넓어요. 직원들 뽑기도 힘든 중소기업이 이사회의 다양성을 논의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ESG가 비용 관점이 아니라고 얘기하지만, 인력과 돈이 들어가는 일이에요. 근본 체제를 바꿔야 하는 일이죠. 젠더 이슈는 어떤가요? 정치권에서는 여성 임원 할당제를 놓고 비난을 많이 하잖아요. 세계 경제 포럼이나 OECD 지표를 봐도 우리나라는 언제나 꼴찌에요. 한국 여성들은 경제 및 사회 성숙도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았음에도 회사 안의 임원 비율은 OECD 기준의 1/3밖에 안 돼요. 고위직 자체가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고위직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송세련 교수 |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역사를 보면 사회공헌만 해놓고 책임을 다했다고 하는, 보여주기식으로 일관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E라는 환경문제만 조금 신경쓰고서는 다했다, 이랬죠.

 

 

ESG의 핵심은 ‘언제나’ 인권이다

 

윤석민 전문관 | 기업이 자발적으로 ESG를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게 실사 제도인데요. 공급망 실사 법제화를 인권위가 어떤 방향에서 견인해야 할까요?

 

이은경 실장 | 실사의 세 가지를 말하자면,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정책을 구비하고, 영향 평가를 통해 고위험 부서 및 지역을 관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피해자 관점인데요. 기업 운영으로 인해 피해나 침해를 당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구제 절차를 만드는 거죠. 피해자들에게 상세하고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무엇을 고쳐야 피해자들이 안 생길지,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이 원칙은 왜 만들고, 무엇이 안 됐기 때문에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방향성을 인권위에서 제시해주면 좋겠어요. 이 부분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시민사회의 역할인데 우리나라는 시민사회와 기업의 소통이 단절돼 있어요. 외국에서는 시민사회가 기업 안으로 들어가서 조사하고 실질적인 제언도 하죠. 그렇게 되려면 기업이 정보를 오픈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도 실질적인 기업의 변화를 위해 협력하는 거죠. 기업과 정부 기관, 시민단체가 함께 의논하고 고민할 수 있는 대화 채널들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어요.

 

 

윤석민 전문관 | 인권위는 작년에 대기업 대상 실사를 시범사업으로 진행했고 올해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송세련 교수 | 바람직합니다. 국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공시, 고충 처리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식으로 실사를 의무화하는 겁니다. 그 외에는 실사 결과를 공개했을 때, 이해관계자들이나 대중들의 피드백을 받는 거죠. 그런 후 인권위에서 전체 그림에서 모자란 부분에 자극을 줘야 해요. 소통과 공감대라는 커다란 숙제가 있지만 실사를 제대로 하다 보면 기업 내부에서 사회로 언젠가는 확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윤석민 전문관 | 네, 두 분 주신 말씀 귀 기울여 기업에 인권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인권위도 더 정진하겠습니다. 오늘 시간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진행. 윤석민(국가인권위원회 기업과 인권 전문관)
사진. 전재천(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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