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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보기 [2023.05~06] #1 한국기업 때문에 눈물 흘리는 지구촌 이웃들

 

한국기업은 1968년, 인도네시아 임업개발에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빠르게 해외에 진출했습니다. 특히 1980년대 중반부터 제조업을 중심으로 활발히 해외로 나가면서 한국기업에 의한 인권침해가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의 인건비가 상승하자 동남아시아나 미주지역으로 옮겨간 한국의 공장에서 1970년대 ‘전태일’처럼 열악한 상황이 재현된 셈입니다.

 

한국기업 때문에 눈물 흘리는 지구촌 이웃들

 

한국인 사장님 때문에 만든 노동조합

 

국제민주연대 자원활동가로 일했던 필자는 2002년 겨울, 필리핀 가비테 경제특별구역(Cavite Export Processing Zone)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자지원센터(Workers Assistance Center)에서 한 달 동안 자원활동을 했습니다. 한국 의류 및 전자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필리핀 노동자들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노동조합을 만들다가 해고되었고, 심지어 블랙리스트에 올라 공단 내 취업도 어려워진 한 여성 노동자에게 물었습니다. “분명히 노동조합을 만들면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 걸 알면서도 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느냐”라는 질문에 그 노동자는 “한국기업에서 받은 부당한 처우 때문에 어려움을 알면서도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부당한 처우는 단순히 장시간 노동이나 열악한 임금만이 아니었습니다. 욕설과 폭행을 비롯해 노동자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한국기업의 민낯이었습니다.

 

2007년 9월 3일 필스전 모기업 앞 집회
2007년 9월 3일 필스전 모기업 앞 집회

 

필자가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많은 노동자들이 한국어 욕설부터 내뱉습니다. 이처럼, 외국에 있는 한국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언어폭력을 수반한 인격 모독’입니다. 또 한국기업의 두드러진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심지어 노동조합을 막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기도 합니다. 필리핀 필스전(Phils Jeon) 노동자들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필스전 노동자들이 법에 따라 노조를 설립했음에도 회사는 계속해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필리핀 대법원이 노조가 합법이라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회사는 이마저 무시했습니다. 왜 대법원 판결도 인정하지 않는지 묻는 제게, 한국인 사장님은 대법원 판결문을 변호사로부터 전달받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필리핀 법에 따라 평화롭게 파업을 진행하던 중에 경찰과 용역에게 폭력진압을 당했고, 이후 공장 앞에 천막을 치고 8개월 동안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천막 속에서 잠자던 두 명의 여성 노동자들은 어느 날 괴한에 의해 납치당해 공단 옆 길가에 버려졌습니다.

 

이런 일을 당한 노동조합은 2007년 9월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필스전 본사 앞에서 한국 노동자들과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와 모기업은 이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겪고 있는 피해를 외면했습니다. 그나마 필스전 노동조합은 한국 모기업 앞에서 집회라도 할 수 있었지만, 비슷한 일을 당한 많은 해외의 한국기업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한국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지갑 속의 ‘아동노동’

 

대우우즈베키스탄사용반대 청원사이트사진
대우우즈베키스탄사용반대 청원사이트사진

 

우즈베키스탄은 카리모프 전 대통령이 오랜 기간 집권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면화산업을 육성했습니다. 문제는 면화 수확 철이 되면 정부가 아동까지 동원해서 강제노동을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강제노동은 국제적으로 비판받는 인권침해였습니다. 그럼에도, 공기업인 조폐공사는 2010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우즈베키스탄에 면펄프를 생산하는 ‘Global Komsco Daewoo’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면펄프를 한국에 들여와 우리가 사용하는 지폐의 일부를 만드는 데 사용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아동노동 실태를 보면 참담한 수준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시민단체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목화 수확 철엔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동원되어 목화밭에 나가 일을 합니다. 학교는 자동으로 폐쇄되고 심지어 10세 미만의 아동들도 동원됩니다. 아동부터 성인까지 할당량이 정해져 있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벌을 받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을 철권통치하던 카리모프 정권 하에서 우즈베키스탄 주민들은 항의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자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고등학생 이상부터 목화 수확에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공기업이 합작법인을 설립하던 당시에 아동이 목화 생산에 동원되는 현실이 해소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에는 아동노동이 횡행하던 1990년대부터 우즈베키스탄에 면화 생산 공장을 설립했기 때문에 한국기업이 아동노동에 연루되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은 당연했습니다. 실제로 2011년도에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내린 권고1)에서 “a) 당사국은 강제 아동 노동을 사용한 것으로 보고되며 따라서 아동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와 연루된 것으로 국제노동기구(ILO, 그리고 유럽의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국가들로부터 상품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바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되는 면화제품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2013년도 국정감사에서 아동노동이 사용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주장만 되풀이 했습니다2). 한국 시민들이 우즈베키스탄 아동들이 강제 동원되어 생산된 면펄프로 만든 지폐를 자신들의 지갑에 넣고 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강제노동은 사라졌다고들 합니다. 오랜 기간 국제사회 특히,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우즈베키스탄 면화 사용 기업들을 압박해 온 덕분입니다. 그러나 아동노동이 이뤄지고 있는 국가에서 대한민국 공기업이 현지법인을 설립했던 사실은 두고두고 우리를 부끄럽게 할 것입니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한국기업 때문에 눈물 흘리는 지구촌 이웃들

 

2021년 2월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지금도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시민들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는 한국기업들이 있습니다. 포스코 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는 대규모 가스개발사업을 벌이면서 막대한 수익을 미얀마 군부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럽연합(EU)의 제재로 수익금을 군부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얀마에서 한국기업이 생산한 천연가스는 중국에 수출되고 있습니다. 대기업뿐만이 아닙니다. 이노그룹은 지금도 “이노시티” 라는 호화주거단지 건설사업3)을 미얀마 양곤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음에도 이런 사업이 가능한 것은 바로 미얀마 군부와 함께 하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시민들이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함께 외쳐도 한국기업들은 미얀마 군부와의 협력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한국기업이 건설하고 분양한 호화주거단지를 보면서 미얀마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합니다.

 

습관이 되지 않으면 모든 일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기업의 인권존중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기업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회는 해외 진출 한국기업이 인권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기업들에게 인권 존중을 요구해야 합니다.

 

1)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111190157251
2) http://www.redian.org/archive/61762
3) http://www.innocitymyanmar.com/

 


글. 나현필(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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