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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보기 [2023.05~06] #2 공급망 실사란 무엇이며 어떻게 할 것인가?

 

공급망 실사란 무엇이며 어떻게 할 것인가?

 

기업(활동)은 회사(Coporation), 법인(Enterprise), 비즈니스(Business), 경영(Management), 사업(Operation) 등으로 문맥에 따라 다르게 쓴다. 최근 급부상하는 공급망 실사 역시 인권경영, 기업과 인권, 인권실사, 인권환경실사, 실천점검의무, 상당주의 의무 등 서로 다르게 호명된다.

 

기업이 스스로 부정적 영향을 방지하도록 하는 규제가 ‘실사(Due Diligence)’라는 제도다. 실사는 사회적인 용어로, ‘실제로 사실을 조사하다’ 정도의 의미와는 다르다. 인권경영이나 ESG에서 실사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새로운 국제법을 창설한 존 러기(John G. Ruggie, 1957-2021)는 실사 제도를 기업법무(M&A) 위험분석론과 국제인권법 검토기준 및 칼 폴라니의 이론 등을 종합하여 성안한다. 이 조문들이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 만장일치로 채택되고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공급망 실사 제도는 강력한 국제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

 

 

기업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공급망 실사

 

2021년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가 일어났음에도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현지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업들이 미얀마 시민의 학살을 유발한 것은 아니지만 인권침해에 기여하거나 연루된 것은 맞다. 인권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그러한 침해자들과 수익을 공유하는 것이 바로 연루(Complicity)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공급망 실사는 모회사의 하청관계나 위탁관계 그리고 협력관계에 있는 공급망 전 과정에서 기업이 스스로 인권이나 환경권을 침해하거나 연루되었는지 점검하는 개념이다.

 

 

공급망 실사란 무엇이며 어떻게 할 것인가?

 

법제화의 국제 현황 및 필요성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자유권) 규약이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사회권) 규약처럼, 국제법은 국내 이행 입법과 수미상관을 이룰 때 강력한 집행력을 담보한다.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기업에 대하여 포괄적인 인권 및 환경 실사를 강제하는 국내법을 제정(2017)하였다. 프랑스가 쏘아 올린 큰 공은 유럽 전역(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이 공급망 실사법을 제정 또는 발의) 뿐 아니라 일본(공급망 기업 인권존중 지침 제정)과 미국(ESG 공시법)에도 공급망 실사 법제화를 확산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유럽연합이 역내 사업활동에 적용되는 공급망 실사법(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 Co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지난달 11일에는 EU의 공급망 실사법 제정을 이끈 유럽연합 법무부 장관 디디에 랜데르스가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하여 함께 공급망 실사 법제화에 대하여 논의를 나누었다.

 

 

인권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4년부터 공급망 실사의 주 요소(인권경영 체크리스트)를 공기업에 적용권고한 것을 계기로, 2016년 이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했고, 2018년엔 인권경영 매뉴얼(공급망 실사의 체계화), 그리고 최근에는 인권경영 보고 및 평가 지침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영역에서의 공급망 실사의 법제화를 이룩하였다.

 

민간기업 대상으로는 홍익표 의원실에서 제20대 국회 때 인권경영기본법안을 준비했던 것을 시작으로, 현재 정태호 의원실에서 “공급망 인권환경실사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였다. (해당 법안의 내용은 국회 누리집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공공부문의 공급망 실사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민간기업을 아우르는 공급망 실사는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반대로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보다 늦어지고 있다. 인권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급망 인권환경 실사에 관한 법률이 필요하다.

 


글. 윤석민(국가인권위원회 기업과 인권 전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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