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6 > 인권위가 말하다 > #1 다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하여

인권위가 말하다 [2023.05~06] #1 다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하여

 

2023년 현재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인권을 이야기하는 시대’이다. 재난·참사, 기후위기, 주거, 돌봄, 노동, 교육에 이르기까지 인권을 빼놓고는 어떠한 문제나 개선방안도 논의하기 어렵다. 국가의 모든 의사결정과 행정, 개인과 개인의 관계,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에 이르기까지 인권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이처럼 인권은 모든 사람의 삶, 또한 그 삶의 모든 부분과 밀접하게 얽혀 있음에도 인권과 관련한 주제는 쉽게 말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4월 6일 목동 CBS 세바시 스튜디오에서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세계인권선언 75주년 기념 특집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세바시)’ 녹화가 있었다. 세바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을 연사로 초청하여 15분 내외의 강연을 진행하는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이번 강연에는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 작가 김훈, <어린이라는 세계>의 작가 김소영, 아름다운재단 청년사업파트 파트장 김성식, 영화 <힘을 낼 시간>의 남궁선 감독,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작가 이길보라 작가가 초청됐다. 5명의 연사들의 강연을 방청객들이 지켜보았고, 유튜브 생방송 스트리밍으로도 진행됐다. 유튜브 편집본 영상은 순차적으로 업로드될 예정이라 한다.

 

5명의 연사들은 추상적인 개념의 인권이 아니라, 생생한 경험을 통해 본인이 이해하는 인권의 원칙, 중요성, 개인과 사회에 요구되는 역할을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강연의 주제는 인간의 존엄성, 아동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주제임에도 5명의 연사들은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전달했고, 청중들은 분명 많은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김훈 작가는 아름다움과 분노는 맞닿아 있는 감정임을 이야기해주었다.
김훈 작가는 아름다움과 분노는 맞닿아 있는 감정임을 이야기해주었다.

 

작가 김훈은 “인간의 존엄성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이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능 날 아침 수험생을 응원하는 후배 고등학생의 모습, 운동장을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 애정 표현을 하는 거리의 연인들을 보면서 인간 존재의 아름다움을 마음속으로 느끼는 것이 그 증거라고 이야기했다. 작가 김소영은 ‘노키즈존’, 어린이 보호구역을 예로 들며, “어른들이 어린이의 존재를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어린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예의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같이 필요한 태도와 방법에 대해 전달했다.

 

‘열 여덟’ 조금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되는 청소년에 대해 아름다운 재단의 김성식 파트장이 설명하고 있다.
‘열 여덟’ 조금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되는 청소년에 대해 아름다운 재단의 김성식 파트장이 설명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의 김성식 팀장은 자립준비청년을 인터뷰하며 경험한 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의 문제를 언급했다. ‘고아원’, ‘보육원’에서 자란 청년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개선해야 하며, “자립준비청년도 다른 모든 사람과 같이 상호의존적인 존재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작 지원한 독립 장편 영화 ‘힘을 낼 시간’을 촬영한 남궁선 감독은 영화 촬영을 위해 K팝 연습생들을 인터뷰한 경험을 토대로 “청소년 시기의 연습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본인이 선택한 것의 대가’로 치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영화감독으로서 드러나지 않은 인권적 문제를 조명하는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길보라 감독이 수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
이길보라 감독이 수어로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

 

이길보라 작가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의 자녀인 ‘코다’인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 자질이라고 굳게 믿고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든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과 그 가족을 불쌍히 여기며 대하는 것은 그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아니며, 장애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정체성의 한 요소임을 ‘그리고’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5명의 연사들의 강연에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인권 문제에 대해 본인의 경험을 근거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다는 점, 일상생활에서 인권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는 점도 있지만, 이것과는 다른 성격의 특별함이 있다. 바로 인권과 관련한 주제로 청중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강연의 어떤 점이 감동과 영감을 주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들의 강연을 단순히 ‘인간의 존엄성, 아동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에 관한 강연’이라고 요약하기는 아쉽고, 직접 강연을 통해 이들의 표정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 것을 추천할 만하다.

 

남궁선 감독이 낙오된 아이들, ‘아이돌’ 연습생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남궁선 감독이 낙오된 아이들, ‘아이돌’ 연습생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들의 강연을 통해 느낀 감동과 영감은 ‘인권감수성’이라는 표현과도 관계가 있다. 인권의 문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안에 대한 쟁점과 대립되는 논리를 파악하는 것 이상의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과 논거를 안다는 것을 넘어서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 요구된다. 즉, 인권감수성을 갖는다는 것은 인권의 가치를 안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 공감하고 존중한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5명의 연사들의 강연은 인권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인권의 가치에 당연하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는 인권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의 출입을 막는 차별적인 ‘노키즈존’에 대해 말해주었다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의 출입을 막는 차별적인 ‘노키즈존’에 대해 말해주었다.

 

다시, 오늘날 한국 사회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인권을 이야기하는 시대’임을 생각할 때, 인권감수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한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막상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스위스 제네바를 중심으로 해마다 열리는 각종 국제인권회의에서 한국은 짧은 시간에 이룩한 경제적 성과 등 국제적 위상에 비해 인권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단정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인권감수성을 강조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방안 중 하나로 적절해 보인다.

 

‘사람이 사람처럼 사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이번 세바시 강연은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특별 방송 1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인권 가치의 증진과 모든 사람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2022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보고서」를 통해 2022년 우리 사회 중요한 인권 문제에 대해 정리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강연은 다양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인권이 우리 모두의 삶에 깊숙이 연결된 주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마련되었다.

 

강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인권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연을 지켜본 관객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인권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탄 강연은 6월 8일 예정되어 있다. 주한 영국대사 콜린 크룩스, 고(故) 윤 일병 어미니 안미자, <사이보그가 되다>의 저자 김원영, 한겨레 기후변화팀 기자 최우리, <어떤 양형 이유> 저자 판사 박주영,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박진님이 연사로 초청되었고 인권과 관련한 주제를 이야기할 계획이다. 2탄 강연 영상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될 예정이다.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인간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사회가 약속한 합의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세계인권선언 75주년을 맞은 2023년 한국 사회에서 인권의 가치를 이해하고 인권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한 더 많은 기회와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글. 이태윤(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