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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2023.05~06] 기후위기, 꽃이 피지 않는 농촌의 미래

 

송두환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양봉 농장의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송두환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양봉 농장의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이 4월 25일 기후위기 피해가 심각한 농촌을 방문했다. 남쪽에서 밀려온 온난화와 북쪽에서 들이닥친 한파가 교차하는 강원도 내륙 원주 지역이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원재희 원예연구과장은 브리핑을 통해 사과의 북상을 반기면서도 꿀벌의 떼죽음을 걱정했다. 2000년대 이후 강원도에서는 겨울이 짧아진 만큼 여름은 길어졌다. 집중호우, 한파, 토양 유실도 늘어 재해 피해도 급증했다.

 

신성우 씨는 원주시 사제로에서 양봉 농장을 운영한다. 따뜻한 겨울 탓에 꽃은 너무 일찍 피었고 꿀벌은 벌통에서 나오지 못했다. 꿀벌이 나올 시기가 되자 기온이 떨어지면서 집단폐사로 이어졌다. 설상가상, 2년 전부터는 ‘응애’라는 진드기가 바이러스를 옮기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한국양봉협회는 지난 겨울에만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했다. 송두환 위원장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언급하며, 꽃이 피지 않는 미래의 위기를 우려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병동 씨는 원주시 소초면에서 14년째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 나무들도 꿀벌처럼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이상기온으로 꿀벌은 수정을 못했고, 낙과와 불량 과실도 많아졌다. 신씨는 관계기관에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로 신고했으나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했다. 궁여지책으로 외국산 호박벌을 수입하고, 열풍방상팬과 미세살수기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사람의 힘으로 꽃이 피는 시기를 늦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송두환 위원장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이 함께 노력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상혁 씨는 농업대학을 졸업하고 27년째 복합영농을 한다. 환갑을 넘긴 그가 이 마을의 가장 젊은 농부라는 점에서 우리의 농촌은 암담한 상황이다. 그는 “기후위기는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적응하기 위해 청년들의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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