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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톺아보기 [2023.07~08] 군인권보호관 1년의 기록

 

2014년 4월, 육군 전방부대에서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일병 사건’은 장병들에게 일어나는 가혹행위 등의 침해를 군 내부 조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자성을 불러왔지만, 군인권보호관처럼 외부 통제와 감시가 가능한 옴브즈만 제도는 수년 간의 논의를 거치고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2021년 공군 성폭력 피해자 사망사건 이후, 그해 12월 군인권보호관의 설치 근거가 된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마침내 군인권보호관 제도가 출범했다.

 

물론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전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육군훈련소 인분사건 관련 군인권개선 권고”, “군인 의료접근권 개선 권고”, “여군 복무여건 및 차별 개선 권고”, “군대 내 성폭력 사건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와 같이 군대 내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조사해 왔다. 그럼에도 군인권보호관 설치에 따라 달라진 점은 분명히 있다. 이전까지 해왔던 활동이 주로 이미 발생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사후적 권리구제였다면, 이제는 군부대에 대한 방문조사를 통해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군대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통보된다. 가해자의 목소리가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인권위 조사관들은 사망사건 발생 시 즉시 입회해서 군인권보호관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음을 유가족에게 안내하고 있다.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진정사건 및 사망사건 현황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한 2022. 7. 1. 이후 2023. 6. 15. 까지 약 1년간 진정사건 접수 건수는 이전 같은 기간 대비, 약 28.2% 늘었다.(592건→759건) 특히 진정사건 처리 건수는 같은 기간 74.2%가 증가(489건→852건)하여 양적 변화가 컸다.

 

지난 1년간 군인권 사건을 통해 구제권고 63건, 징계권고 3건, 합의종결 3건, 조사중해결 35건으로 총 104건의 권리구제가 이루어졌고, 군 사망사건에 대해서는 2건의 직권조사를 통해 구제조치를 권고하였다.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국방부에서 통보한 군인 등의 사망사건은 총 147건이다. 자해사망이 66건, 병사 54건, 사고사 27건이며 그 중 13건이 진정으로 접수되었고, 1건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개시하였다.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군인권보호국에서 권고한 주요 사례를 소개한다.

 

 

육군 이병 총기 사망사건

 

2022년 11월 전방 부대 GOP소초에서 원인불상의 총상으로 육군 이병이 사망하였다는 통보가 국가인권위원회로 왔다. 사망한 병사는 자대 배치 된지 갓 한 달 된 신병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즉시 입회하여 현장감식과 검시에 참여하며 현장에서 응급조치가 적절하였는지, 사망한 병사의 근무편성이나 평상 시 부대생활이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기초적인 내용을 확인한 후 유족의 진정을 접수하여 조사를 개시하였다.

 

조사 결과, 피해자가 사고 소초로 전입한 이후부터 사망 당일까지 끊임없이 병영 부조리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피해자는 암기 강요와 모욕, 협박, 괴롭힘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그로 인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던 것이다. 군 수사기관에서 병영 부조리와 관련한 당사자들을 입건하고 경찰에 이첩하거나 관할 부대에 비위 사실을 통보하였으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GOP경계근무와 관련하여 투입 전 교육, 선발기준과 절차, 경계병에 대한 신상관리 철저 등 개선사항을 사단장에게 권고하였다.

 

 

군부대 상급자의 강요에 따른 부사관 사망

 

육군 부사관이 2021년 9월 같은 부대 선임의 강요로 물놀이 중 다이빙을 하다 사망했다. 이후 사인이 선임의 위법 행위였음에도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였다는 진정이 접수되었다.

 

육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피해자의 사망을 군인사법 시행령 제60조의23 제1항 3호, 별표 8의 순직자 분류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일반사망’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 피해자가 소속대 선임 동료들과 인근 계곡에서 물놀이 중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 사건 당시 주변 상황, 피해자 사망사건 관련인들 간의 위계관계 등 군 조직의 특수성, 군인사법상 순직 인정제도의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단순히 군인 상호 간의 사적인 친목행사에서 발생한 사고라거나 피해자 본인의 부주의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이 전투휴무일에 발생했고, 부대 인근 작전지역 내 위치한 계곡에서 일어났다는 점을 중시했다. 인권위는 피해자의 온전한 자유의지가 아니라 위력에 의한 암묵적인 강요 등 심리적 압박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국방부장관에게 피해자에 대한 전공사상 심사를 재실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부사관 복지혜택 차별 개선 권고

 

장교와 부사관은 모두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자녀가 기숙사에 입사하려고 할 때나, 군 복지시설을 이용하고자 할 때 점수 배정에서 차별을 받고 있었다.

 

군 자녀 기숙사는 군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주거권과 자녀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복지혜택 중 하나이다. 군에서 동일한 기간 근속하여도 자녀가 군 자녀 기숙사를 들어가려 할 때 장교에 비해 부사관은 더 낮은 점수를 배정받는다. 군 자녀 기숙사 뿐 아니라 군 휴양시설 등 복지시설을 이용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근속기간이어도 부사관은 장교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와같은 신분과 계급에 따른 차별을 시정하기 위하여, 군인 자녀 기숙사의 입주 자격 선발기준에서 ‘부모의 계급’을 삭제하고, 군 복지시설 이용자 선정기준도 계급이나 복무 기간과 상관 없이 모든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사용기회가 분배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을 국방부장관에게 권고하였다.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순직 재심사 권고

 

육군본부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군 복무 중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는 이유로 2020. 1. 22. 강제 전역처분을 당한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해 순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피해자에 대한 강제 전역처분을 인권침해로 인정하고 전역처분 취소를 권고한 바 있고, 법원도 인권위 권고와 같은 취지로 위 전역처분을 취소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복직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2021년 2월 끝내 사망하였다.

 

피해자가 위법한 전역처분 등으로 인해 정신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피해자의 사망은 전역처분 등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고,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같이 ‘군 복무 기간 중 사망’이므로 2022년 1월 신설된 「군인사법」 조항에 따라 순직으로 추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해자 개인에게만 사망원인을 돌리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에 대한 전공 사상 심사를 다시 실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글. 김경진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국 군인권조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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