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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보기 [2023.07~08] #1 군인권보호관이 군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2022년 7월 1일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군 내의 인권 상황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인권 편집부는 그간의 활동에 대한 총평을 들어보며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 박광우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총괄과장(사회),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방혜린 인권위 군인권전문위원, 김주원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대표, 원호준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조사과 조사관

 

사회 |  오늘 이 자리는 군인권보호관 출범 1년을 맞아 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인권위에서 군인권 정책개선, 군부대 방문조사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주원 |  4만 1천여 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육대전을 운영하고 있고, 2023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인권위가 군 사망 사건 입회 업무를 할 때 정기적으로 사망자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인권위가 군 사망 사건 입회 업무를 할 때 정기적으로 사망자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보라미 |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군사건 중 소송은 이겼지만 당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고 변희수 하사 사건을 맡았었습니다. 인권위 군인권전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혜린 |  군인권센터에서 현장지원팀장으로 5년 정도 근무했었고, 인권위에서 인권상담위원도 했었습니다. 인권위 군인권전문위 위원이기도 합니다.

 

원호준 |  인권위에서 진정사건 조사, 사망사건 입회 등 업무를 담당하는 조사관입니다.

 

사회 |  먼저 군인권보호관 1년 총평부터 해보겠습니다. 자유롭게 말씀해주시죠.

 

김보라미 |  처음 출범했을 때, 국방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할까 걱정했습니다. 국방부는 과거부터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정보 공개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군 사망사건 등 동일한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아쉬운 것은 군 사망사건 입회만 하더라도 인권위가 모든 것을 담당하기에는 인력적 한계가 큽니다. 이처럼 부족한 여건이지만 지난 1년 동안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방혜린 군인권전문위원은 수많은 군인권 사건들이 모여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했음을 인권위는 잊지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혜린 군인권전문위원은 수많은 군인권 사건들이 모여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했음을 인권위는 잊지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혜린 |  사건은 사건대로 정책은 정책대로 인권위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인권위도 노력했지만 시민사회 등이 함께 해왔던 1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주원 육대전 대표는 인권위가 가진 힘은 군대 내 인권 상황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점이라며 군인권보호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원 육대전 대표는 인권위가 가진 힘은 군대 내 인권 상황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점이라며 군인권보호관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원 |  군인권보호관 제도 홍보가 중요합니다. 육대전과 채팅방들을 통해서 병사부터 간부까지 군인권보호관을 알고 있는지 물었을 때,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인권위가 단순히 권고나 의견표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 이행상황을 추적하고, 그 내용을 군인과 국민들에게 적극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호준 인권위 군인권조사관이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접수된 군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호준 인권위 군인권조사관이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접수된 군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원호준 |  지난 1년 동안 진정사건도 늘었고, 사망사건 입회도 많았습니다. 열심히 뛰었지만 부족한 점도 많았습니다.

 

사회 |  그럼, 이제 세부적인 평가를 해보죠. 인권위는 2001년 출범 당시부터 군인권 업무를 해왔지만 군인권보호관 출범 이후 그 역할이 강화되었고 신규업무도 추가되었습니다. 먼저, 조사 분야부터 평가해보면 좋겠는데, 우선 군인의 진정접근권부터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김주원 |  현재 장병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접근 자체는 언제든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군부대 특성을 감안하면 익명성 보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원호준 |  저희는 진정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익명 조사를 진행하고 항상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하고 있습니다.

 

방혜린 |  저는 진정접근권 보장을 위해 장병들에게 홍보와 함께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가 어떤 방법과 절차를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사회 |  인권위가 작년에 해병대 교육훈련단 방문조사를 갔을 때, 해병대 고충 처리 규정에 ‘군인은 복무와 관련해 군 외부에 도움을 요청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걸 확인하고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챙겨보겠습니다. 다음으로 군인권 정책분야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김보라미 |  정책은 현장과 따로 놀지 않잖아요. 인권위는 정책과 진정이 유리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반복되는 진정사안은 신속하게 직권조사를 하거나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 |  좋은 말씀 해주셨네요. 다음으로 인권 교육이 중요한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보라미 |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공급자 입장에서 접근하면 안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실효성이 중요합니다. 가령 형사소송법에 피해자를 위한 보호조치가 다 나와 있지만 실질적으로 작동하느냐는 거죠. 교육이 그런 관점과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김주원 |  사회에서의 인권 교육과 군에서의 인권 교육은 조금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강원도 화천에서 근무하는 초급 간부가 외제차를 구매했는데 부대에서 초급 간부인데 왜 외제차를 샀냐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이런 것도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군과 관련된 사례들을 모아서 교육을 한다면 듣는 사람들도 와닿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보라미 |  군이 예산이 많은 조직인데도 병사들의 인권과 관련된 부분은 돈을 잘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도 의문입니다. 군이 적재적소에 인적 물적 자원을 충분히 투입하게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박광우 군인권보호총괄과장이 군인권보호관 출범 후 달라진 점을 설명하고 있다.
박광우 군인권보호총괄과장이 군인권보호관 출범 후 달라진 점을 설명하고 있다.

 

박광우 |  이제, 군인권 현안에 대해 토론해보겠습니다. 최근 현안인 초급 간부 처우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방혜린 |  이 문제는 국방부가 인력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건드리지 않으면 백날 이야기해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잠수함 부대는 수당이 제일 높지만, 이탈률이 제일 높아요. 단순히 처우 차원의 접근보다는 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중간계층 인력 구조를 강화하도록 근본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신호를 계속 줄 필요가 있습니다.

 

김주원 |  저는 군인권보호관이나 조사관들이 직접 부대에 가서 복무환경을 확인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예산문제가 있다면 인권위가 국방부와 적극 협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광우 |  여군 인권 관련해서 국방부나 인권위가 어떻게 개선해야 될지도 말씀해 주십시오.

 

방혜린 |  제일 중요한 것은 여성 인력 비율입니다. 국방부 목표치는 10%가 안되는데 목표치 자체도 높게 잡아야 되고, 고위급부터 차츰차츰 늘려 나가야 합니다.

 

김주원 |  저는 구성원이 밑에서부터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군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방혜린 |  정책 결정자의 구성 단계로 가면 사실 여군이 없거든요. 장군이 300명 이상일텐데 그 중 여군은 10명이 안됩니다. 조직의 기형적 형태가 오래 이어져 왔고, 그렇다 보면 정책 결정의 과정에서도 특정 부분에 쏠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녀 모두 육아 관련 문제가 중요한데 해결이 안 되고 있습니다. 육아휴직 사용이나 어린이집 등의 문제는 인권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습니다.

 

김보라미 |  말씀하신 부분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여성들이 그 직업군에서 활동한 것이 후배들이 들어오는 것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여성 군인의 경우 어떤 피해에 대해 대항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군부대 자체는 그것을 피해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성희롱 등은 군인권보호관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군을 인권적으로 만들어가는 프로세스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방혜린 |  성희롱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인권위가 성희롱 사건에 대해 보다 강력한 조치를 권고해 주면 좋겠습니다. 또 군에서 사용되는 혐오표현에 대한 실태조사가 있어야 합니다.

 

사회 |  군인권보호관 출범과 함께 새로운 업무로 추가된 사망 사건 입회와 군부대 방문조사 관련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원호준 |  군인권보호관 출범이후 현재(2023. 6.23. 기준)까지 군인 등에 대한 사망사건 통보수는 147건입니다. 그 중 자해사망이 66건, 병사 54건, 사고사가 27건으로 자해사망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또 계급별 비율로 보면 부사관, 병사, 장교 순으로 나타납니다.

 

방혜린 |  그동안 인권문제에 대한 군의 태도는 많이 변화했습니다. 예전에는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는 경향이 컸다면, 지금은 사건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후의 조치는 제대로 취하지 않는 일이 잦아졌어요. 군 사망사건의 90% 이상이 자살 사건인데, 군인들도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비전투 손실이 그만큼 많다는 거죠.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려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김보라미 |  성희롱 사건의 경우, 익명으로 전수조사를 해보면 하는 사람이 계속 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가해 행위를 하는 사람은 특정이 되고 이 조직의 문화가 무엇이 문제인지 한눈에 보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직 구성원들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불만이 있었지만 그동안 표시를 안 했던 겁니다. 문제되는 사람은 빨리 징계 절차에 회부해서 솎아 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부대 방문조사가 효과적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회 |  군부대 방문조사는 작년에 육군 훈련소와 해병대 교육훈련단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육군과 해군의 최전방 격오지 부대를 점검했습니다. 향후 방문조사는 어떤 방향이 좋을까요?

 

김보라미 |  저는 성희롱 이슈 조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 내에서 성희롱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은 그동안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죠. 몇 년 동안은 남자건 여자건 조직 내에서의 성희롱 및 성폭행 등을 전수조사 수준으로 밀착감 있게 하고, 징계절차도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해결될 것 같습니다.

 

김주원 |  현재 군에서는 부대진단평가가 이미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인권위가 장병들 입장에서 중복조사라는 인식을 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으니 그런 내용을 공유받아 대안 위주로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사회 |  마지막으로 군인권보호관의 과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김보라미 |  군인권보호관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법에서 무척 포괄적으로 명시해 놨어요. 그래서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의지가 있어도 인력 및 자원이 부족하면 힘들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군 사망 사건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인권위가 입회 업무를 하면서 정기적으로 사망자 통계를 공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주원 |  군인권보호관 제도 홍보가 중요하다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그리고 홍보의 내용도 장병들이 빠르고 쉽게 인지하도록 신경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권위가 가진 힘은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언론에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혜린 |  많은 군인권 사건들이 모이고 모여서 군인권보호관이 출범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단편적인 이슈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개선 방향을 도출할 수 있도록 인권위가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주길 바랍니다.

 

원호준 |  사망사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군인권보호관을 포함해서 국방헬프콜, 각 인권센터 등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끙끙 앓다가 사망한 군인들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책임감도 느낍니다. 이런 분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인권위가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사회 |  오늘 군인권보호관 출범 1주년을 맞아 평가와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오늘 나눈 이야기들이 모두 인권위 업무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인권위는 변함없이 군인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습니다. 참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진행. 편집부
사진. 전재천(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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